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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이야기

그 청년만의 재능 (사연)

작성자어린아이|작성시간13.07.30|조회수5 목록 댓글 0

그 청년만의 재능




내가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는 고양우편집중국에 행동과 말이 다소 어눌한 청년이 있다. 청년은 힘이 장사라서 무거운 우편물 행랑과 운반용구를 잘 처리한다. 그러나 자신감이 부족해서 무슨 일이든지 남이 꼭 시켜야 하니, 성깔 있는 다른 사람들의 표적이 되곤 한다. 하지만 청년은 단지 느려서 그렇지 일에 꾀를 부리는 법이 없다.




직원 중에 이 과장은 청년을 특별히 아끼며 다독여 주었다. 어느 날 이 과장이 내게 말했다.
“그 청년은 해고 예고를 받아놓은 상태입니다. 좀 도와주었으면 좋겠는데 방법이 없어요. 행동이 느리고 시키는 일만 하니 생산성이 떨어진다고들 말하니 원….”



나는 어떻게 도와줄 방법이 없어 혼자 끙끙 앓았다. 그런데 그런 나의 걱정은 기우였다. 우편집중국에서는 들어오고 나가는 편지를 분류함에 넣을 때 꼭 필요한 우편번호 암기여부를 판단하는 시험을 분기마다 치른다. 이 시험은 적어도 전국의 우편번호 중 대강을 암기하여야 응시할 수가 있다. 물론 시험점수가 나쁘면 맡은 일에도 차질이 있기에 자연히 연장계약에 불이익이 따른다.




그 청년도 다른 사람들과 같이 시험을 치렀다. 사람들은 ‘뻔하지 뭐!’하고 그를 무시했다. 그러나 100점 맞은 사람 중에 그 청년이 끼어 있었다. 기적 같은 일이었다. 알고 보니 청년은 탁월한 암기력의 소유자였고, 피아노를 잘 쳐서 학원 강사까지 했다고 한다. 당연히 청년은 나와 계속 일하게 되었고, 그동안 그가 해고당할까 봐 마음 졸이며 염려하던 이 과장에게 기쁨을 안겨 주었다.




김진영 님 / 경기 고양시 대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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