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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이야기

어머니, 제 곁에 있어 주세요 (사연)

작성자어린아이|작성시간13.08.07|조회수11 목록 댓글 0

어머니, 제 곁에 있어 주세요


전화 통화할 때면 언제나 “괜찮다, 난 괜찮다” 하시던 어머니가 차디찬 시체처럼 병원 응급실로 실려가 눈도 뜨지 않고 말문도 열지 않으신다. 의사는 더 이상 가망 없다고, 청천 벽력같은 ‘식물인간’이라는 진단만 전할 뿐이다. 중풍으로 오래 고생하신 것도 억울한데 이렇게 허망하게 가실 날만 기다려야 하다니. 6개월 전 아버지를 잃은 슬픔도 채 가시기도 전에 어머니마저 떠나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제 신세가 마음 둘 곳 없는 어미 잃은 새끼 새나 다름없는 것 같았다. 어머니 그렇게 무정하게 떠날 차비만 하시면 어떡합니까?

아버지 살아생전에는 자주 다투시곤 하셨지만 아버지 돌아가신 후로는 날마다 아버지 사진 보며 그리워하셨던 어머니의 모습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중풍에 걸린 어머니를 매일 새벽 손 붙잡고 화장실에 데려가 준 사람은 아버지뿐이셨다. 다 커 버린 자식들 소용없다며 한숨 내쉬던 어머니의 모습은 쓸쓸해 보였다. 

살아있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차디찬 손과 발을 만질 때면 내 작은 온기라도 어머니 몸에 전달된다면 의식이 돌아오지 않을까 사뭇 기대를 가져보지만 이내 그 온기마저도 사라져 버리고 냉정한 현실만 남는다. 

어머니! 그동안 많이 힘드셨지요. 어머니의 고단한 삶을 저는 모른 척 했습니다. 용서하세요, 어머니. 마지막까지 방치한 채 우리 안위만 생각했던 비겁한 자식들을 용서하세요. 그리고 저에게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언제쯤 할머니 소리 듣냐 하면서 아이 소식부터 궁금해 하셨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어머니를 이렇게 보내기는 싫습니다. 어머니의 큰 사랑에 비하면 보잘것없겠지만 그래도 당신을 쉽게 보낼 수 없습니다. 

어머니에게 사랑한다는 말도 아직 못해 봤어요. 저의 울부짖음이 소리 없는 메아리처럼 허공을 맴돌 뿐입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소용없다 해도 기다릴게요. 끝까지 기다릴게요.




이명숙 님 / 울산시 동구 전하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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