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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이야기

각막을 기다리며 (사연)

작성자어린아이|작성시간13.08.19|조회수28 목록 댓글 2

각막을 기다리며





나에겐 두 아들이 있다. 아빠를 닮아 아빠밖에 모르는 건강한 큰 녀석과 나를 닮아 내 가슴을 더욱 저리게 하는 둘째. 태어날 때 너무도 건강하게 태어나서 이 녀석이 아플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나는 아이가 아파서 보채는 줄도 모르고 짜증만 냈던 미련한 엄마다.

태어난 지 3개월 만에 둘째가 한쪽 눈으로만 보고 있다는 걸 알았다. 선천성 백내장과 홍채유착, 그리고 각막 혼탁. 수술실로 들여보내면서 세상이 정말이지 원망스러웠다. 세상이 날 시험하는 것만 같았고 그 어떤 위로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둘째가 백일이 되던 날. 감기로 찾은 소아과에서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내과적인 문제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나를 향해 웃고 있는 녀석을 MRI며 청력 검사 때문에 수면제 먹여 재웠다. 소변 검사 한다고 24시간을 굶겼다. 퉁퉁 부어서 아픈 젖몸살보다 배고픔에 지쳐가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나를 더 가슴 아프게 했다. ‘미트콘드리아 관련 질환’, 운동에너지를 만드는 곳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며칠 전에 서울에 다녀왔다. 일 년 동안 다녔던 서울병원에서의 마지막 진료였다. 이제 두 번 다시는 서울에 가고 싶지 않다. 처녀 적 놀러 가면 좋았던 그곳이 지금은 아픔의 도시가 되어버렸다. 다행이 검사 결과는 좋았지만 녀석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 덩치도 크면서 발달 면에서는 느리다. (14개월인데 몸무게 13Kg 키 86cm.) 오른쪽 뇌와 왼쪽 뇌를 연결하는 교량이 좁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제 그쯤이야 받아들일 수 있다. 한 번 노력할 것도 두 번, 세 번씩 함께해 주면 될 테니. 

이제 녀석은 각막이식 수술만 하면 된다. 물론 그로인해 시력이 생길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가 없다. 하지만 엄마로서 뭐든지 해 주고 싶다. 간절히 소망하면 하늘도 외면하진 않을 거라고 믿는다. 훌륭한 사람이 되지 않아도 공부 잘하는 착한 아들이 되지 않아도, 왜 이런 모습으로 낳았냐고 나를 원망해도 나는 두렵지 않다.

다만 녀석이 파란 하늘을 찡그리지 않고 볼 수만 있다면. 내 곁에서 미소 지을 수 있다면. 나는 더 이상 바라지 않는다. 내 눈이라도 줄 수 있다면 주고 싶은 마음이다. 내 간절함이 녀석 눈에 한줄기 빛이 되길 기도한다.




김정희 님 / 대구시 달서구 용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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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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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카페도헤이 | 작성시간 13.08.20 부모의 마음이란 ㅠㅠㅠㅠ
  • 작성자안드레아7 | 작성시간 13.08.20 엄마 한테 오늘 냉명 사드릴려고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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