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간 국제검사협회(IAP) 활동에 참여하면서 IAP 정관이 비정치적 기구임을 명시하고 있고, 초국가범죄 대응을 위한 검찰기구가 외부 영향을 받을 이유도 없다고 믿었기에, 2019년 9월 IAP 회장 취임 시 효과적인 국제형사공조시스템 구축과 체계적인 검사 교육훈련 강화 등 공약과 전 세계 모든 검찰이 IAP에 참여하는 방안에 전념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IAP 업무는 민감한 국제정세와 관련된 경우가 많아 그때마다 여러 상황을 고려해 대처해야 했다.
2020년 3월 회장을 포함해 각국 검찰대표 총 33명으로 구성된 IAP 의결·집행기구인 집행위원회의 선거에 대만 후보가 출마하자 집행위원 보유국인 중국이 반발했다. 일부 서방국가가 대만을 공개 지지한 데다 그 무렵 공교롭게도 미국에서 대만의 국제기구 진출 지원 법안이 발효돼 선거 과정에 내부 진통이 컸다. 결국 대만 후보가 낙선돼 사태는 일단락됐으나, 양안 관계의 심각성을 절감했다.
그해 하반기에는 IAP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는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가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둘러싼 전쟁을 벌였다. 양측은 서로 상대방이 반인도적 범죄를 자행했다고 비난하면서 향후 사법처리를 할 때 IAP가 자국을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다. 당시 IAP는 조속한 평화적 해결을 바란다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팔레스타인 검사가 이스라엘의 포격으로 사망해 IAP는 애도 서한을 보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에는 최근까지도 유혈 충돌이 발생하고 있으며, 팔레스타인은 IAP에 이스라엘의 인권유린 상황을 주장하는 등 양측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한편 같은 해 5월 벨라루스 검찰이 반정부시위 검거자들을 불법 수사했다는 진정이 IAP에 접수돼 사안 파악 후 적법하게 수사할 것을 약속받고 마무리하려 했으나, 세계적 이목을 끈 반체제 언론인 탑승 항공기의 강제 착륙 사건이 발생해 수사 상황을 주시하기 위해 종결을 유보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찰부 탄압을 규탄하는 성명서와 회장 명의의 항의 서한을 작성하며 고심한 일, 중국의 홍콩 민주화시위 진압 때 중국을 도운 검사가 IAP에 관여하고 있다는 진정을 검토한 일,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장악 후 아프간 검사들의 긴급구호 요청이 쇄도해 호응한 일이 기억에 남는다. 올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IAP 간부 등과 수시로 영상회의를 하며 성명서 발표, 항의 서한 발송 및 후속 조치를 한 기억도 생생하다.
IAP는 국제정세에 영향을 받지만, 원칙적으로 비정치적·중립적 기구로서 중심을 잡고 적절히 대처하면서 세계 각국의 검찰과 함께 본연의 과제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명백히 침해하는 행위에는 앞으로도 IAP는 단호한 입장 표명과 조치를 취할 것이다.
[황철규 국제검사협회(IAP)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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