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일 2026-06-18 13:17:06 수정일 2026-06-18 13:17:06 발행일 2026-06-21 제 3496호 22면
천진암성지 천진암 강학당 터.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하늘에 맞닿은 듯
산이 하늘을 움켜잡은 듯
적막이 고요히 흐르는
깊고 험한 산골짜기
오르고 또 오르니
어머니 태중(胎中) 같은 포근한 터
순례자들의 발걸음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깊은 골방
그 옛날, 그분들의 기도가 들려오는 듯합니다.
"주님, 바싹 말라버린 조선 땅에
당신 자비의 소나기를 퍼부어주소서!
진리에 목말라 타 들어가는 저희에게
당신 구원의 물을 실컷 마시게 하소서!"
모진 바람에도 꺾이지 않던 불꽃들이
이 깊은 산골짜기를 온통 비추었기에,
어둠에 갇혔던 조선의 하늘이 마침내 열렸나 봅니다.
그 거룩한 가시 돌밭길 발걸음 덕분에
지금 저희는 신앙의 꽃길을 걸으며
과분한 행복에 젖습니다.
그날의 기도가 마른 땅 적신 단비가 되어
오늘 내 가슴으로 보슬보슬 흘러내립니다.
이제 그분들이 흘린 눈물과 땀방울은
우리가 걷는 길가에 이름 모를 들꽃으로 피어나
여전히 향기로운 고백을 건네어 옵니다.
"거룩한 선조들의 피와 땀으로 일구신 이 땅에서
이제는 우리가 당신의 빛이 되게 하소서."
굽어보는 산등성이 너머로
은총의 노을이 따스하게 내려앉는,
여기는 하늘과 땅이 만나는 천진암 성지입니다.
글 _ 박기섭 바오로(안동교구 주교좌목성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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