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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세상]26/06/06 홍천 풍천리 “우리가 나무다” 토요모임, 8년째 이어 온 양수발전소 반대의 현장

작성자성기화 요셉|작성시간26.06.08|조회수43 목록 댓글 0
  • 기자명 유형선 기자 
  •  입력 2026.06.08 16:41
  •  수정 2026.06.08 17:08
  •  댓글 0

“살던 대로 살고 싶다”는 풍천리 주민들의 외침
전기는 누가 쓰고, 숲과 마을은 누가 잃는가

 

도시락과 노래, 리본과 구호가 함께 있던 자리

 

6월 6일 낮 강원 홍천군 화촌면 풍천리 마을회관 앞에는 도시락과 노래, 리본과 구호가 함께 있었다. 겉으로는 마을 잔치 같았지만, 이 자리는 8년째 이어 온 홍천양수발전소 반대 투쟁의 현장이었다. 이날 풍천리 숲은 누가 전기를 쓰고 누가 위험을 떠안는지, 산과 물과 마을의 삶을 누가 결정하는지 묻는 자리였다.

6월 6일 강원 홍천군 화촌면 풍천리 마을회관 앞에서 “풍천리를 지키는 나무들, 우리가 나무다” 토요모임이 열렸다. ⓒ유형선

 

참가자들은 리본에 글을 적고, 동물과 식물의 입장이 되어 사물카드를 썼다. 마을회관에서 “우리가 나무다” 선포식을 한 뒤, 다 함께 광목을 잡고 잣나무 숲으로 걸었다. 숲에서는 사물카드를 읽고 종을 울린 뒤, 나무에 리본을 묶고 나무를 안아 주었다.

 

이날 전체 진행을 맡은 박성율 강원생태네트워크 공동대표·강원생명평화기도회 대표는 참가자들에게 “풍천리에 잘려 나갈 11만 1999그루의 나무를 여러분들이 지키는 나무로 함께해 주심을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우리가 나무다’ 행사는 풍천리에서 끝까지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자리”라며 “내가 풍천리를 지키는 중요한 나무라고 선언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6월 6일 박성율 강원생태네트워크 공동대표·강원생명평화기도회 대표가 “풍천리를 지키는 나무들, 우리가 나무다” 토요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유형선

 

오후 1시 30분, “나는 풍천리의 나무다” 선포식이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돌아가며 자신을 소개했고, 주민들은 먼 곳까지 찾아온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누군가는 구성진 노랫가락을 풀어냈고, 누군가는 “질긴 사람이 이긴다”며 “우리는 아주 질기게 매달려 끝을 보겠다”고 했다.

 

구호도 이어졌다. “살던 대로 살고 싶다.” “양수발전소 백지화.” “밀실 행정, 기만 행정.” “한수원을 감사하라.” “기후정의, 이재명 정부 응답하라.”

 

이날 다 함께 선포한 ‘나무의 선언’은 “우리의 무기는 사랑입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했다. 선언은 “우리들의 무기는 창과 칼이 아니고 사랑입니다. 인간과 동물과 나무와 흙의 생명연대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모임에서 노래와 춤, 구호와 기도와 행진은 하나의 숨결처럼 이어졌다.

 

자식들을 키운 잣나무 숲은 삶의 자리다

 

풍천리 사람들이 지키려는 숲은 단순한 산림이 아니다. 풍천리 일원은 홍천 가리산 잣나무 숲의 핵심 산지다.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가리산 잣나무 숲은 산림청이 지정한 국유림 명품숲이며, 홍천군 화촌면 풍천리 일원에는 1800여 ha에 이르는 국내 최대 잣나무 숲이 자리한다. 산림청은 전국 잣 생산량 122만kg 가운데 62퍼센트인 76만kg이 가리산에서 생산된다고 밝혔다. 풍천리 일대 주민들은 잣나무를 심고 가꾸며 살아왔다.

잣나무 숲에서 한 주민 어르신은 잣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잣나무를 우리 마을 사람들이 다 심은 거예요.”

6월 6일 “풍천리를 지키는 나무들, 우리가 나무다” 토요모임에서 만난 풍천리 주민은 “이 잣나무를 우리 마을 사람들이 다 심은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에게 잣나무 숲은 자식들을 키우고 가족의 삶을 이어 온 자리다. ⓒ유형선

 

주민들에 따르면 지금의 잣나무 숲은 1970년대 화전 정리 무렵부터 조성됐다. 한 주민은 “이 촌에 살아도 애들 대학교 다 가르쳤어요”라고 했다. 곁에 있던 다른 주민이 말을 이었다. “잣 따서.”

 

그 말은 짧았지만, 풍천리 주민들에게 숲이 어떤 의미인지를 설명하기에 충분했다. 이 숲은 주민들에게 산림 자원이기 전에 삶의 자리였다. 잣을 따 자식들을 키우고, 마을 사람들이 이 땅에 계속 머물 수 있게 해 준 자리였다.

 

그러나 양수발전소 계획이 알려진 뒤 마을의 시간은 달라졌다. 이창후 풍천리양수발전소건설반대대책위원회 총무는 “여기 잘 살고 있었고 매년 열 가구 이상 계속 이주에 들어왔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누가 들어오려고 하겠느냐. 땅을 내놓고 집을 내놨지만 나가질 않는다”고 했다.

6월 6일 “풍천리를 지키는 나무들, 우리가 나무다” 토요모임에서 이창후 풍천리양수발전소건설반대대책위원회 총무는 양수발전소 계획 이후 마을로 들어오려는 사람이 줄고, 집과 땅을 내놓아도 팔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형선

 

양수발전소는 아직 착공 전이지만, 풍천리 주민들에게는 이미 마을의 미래를 멈춰 세운 이름이었다. 들어오던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고, 집과 땅의 시간이 멈췄다.

 

11만 1999그루 뒤에 남은 절차의 질문

 

반대위가 말하는 “11만 1999그루”는 상징적 구호만이 아니다. 환경영향평가 보완자료에 제시된 예상 훼손수목량에 근거한 숫자다. 반대위는 홍천양수발전소 건설로 11만 1999주의 수목이 훼손될 수 있으며, 그 가운데 잣나무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설명한다.

6월 6일 “풍천리를 지키는 나무들, 우리가 나무다” 토요모임 참가자들이 잣나무 숲에서 모형 굴착기가 나무를 베어내는 상황을 표현한 설정극을 하고 있다. 반대위는 홍천양수발전소 건설로 11만 1999그루의 나무가 훼손될 수 있다고 말한다. ⓒ유형선

 

문제는 숫자만이 아니다. 11만 1999그루 안에는 잣나무, 물길, 야생동물의 서식지, 주민들의 노동, 가족의 시간, 마을의 미래가 함께 들어 있다. 이날 참가자들이 “11만 1999명의 시민이 나무가 되자”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총무는 지난 8년 동안 주민들이 재판과 벌금 부과 등 여러 어려움을 겪었지만 끝내 투쟁을 이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재판도 받고 벌금도 매겨졌지만 다 이겨냈다”며 “우리는 8년을 버텨 온 저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감사원 답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반대위는 지난 5월 21일 감사원에 홍천양수발전소 건설 취소 등을 요구하는 감사제보를 제출했다. 반대위가 감사를 요구한 이유는 한수원이 실시계획 승인신청서에 연간 발전량을 148.2MWh, 곧 0.1482GWh로 기재한 점, 이 수치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제시된 약 1000GWh와 6000배 이상 차이 나는 점, 인허가 자료 비공개와 56번 국도 이설 공사 등 절차 문제가 함께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사원은 이 제보가 “신문·방송 등 언론매체를 통해 이미 공개된 내용으로서 새로운 증거가 없는 사항”이라며 조사 없이 종결 처리한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홍천풍천리양수발전소건설반대위원회에 보낸 감사제보 처리결과 통보 일부. 감사원은 이 제보가 “신문·방송 등 언론매체를 통해 이미 공개된 내용으로서 새로운 증거가 없는 사항”이라며 조사 없이 종결 처리한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 = 홍천풍천리양수발전소건설반대위원회)

 

이 총무는 이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잘못됐다는 게 언론에 밝혀졌으면 감사를 해야죠. 그걸 밝혀야 되는 게 맞는 것 아니에요?”라며, 주민들이 요구한 것은 단순한 문제 제기가 아니라 사업 필요성과 인허가 절차가 제대로 검증되었는지 확인해 달라는 요청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시 풍천리의 권리를 말했다.

 

“우리가 있는 한 마음대로 못 할 겁니다. 여기 우리가 매주 이렇게 자리 지키고 있고, 동네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한은 우리도 권리가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무작위로 이렇게 진행하는 일들은 중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양수발전소 문제는 에너지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절차의 문제다. 주민들의 목소리는 충분히 반영되었는가. 사업의 필요성과 피해는 투명하게 공개되었는가.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위험을 떠안는가. 풍천리 주민들은 자신들의 삶이 걸린 결정 과정에서 충분히 듣고 말할 권리를 보장받았는지를 묻고 있다.

 

핵발전과 송전망의 비용은 왜 풍천리가 떠안는가

 

정부와 한수원은 양수발전소가 재생에너지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시설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반대위와 참가자들은 이 설명을 “기만”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풍천리 문제를 꾸준히 기록하고 매주 현장을 찾고 있는 채효정 정치학자는 정부와 한수원의 설명이 양수발전소와 핵발전, 송전망, 지역 희생의 연결을 가리는 방식이라고 보았다.

6월 6일 “풍천리를 지키는 나무들, 우리가 나무다” 토요모임에서 채효정 정치학자는 풍천리 싸움이 한 마을의 문제가 아니라 전력 산업 구조와 지역 희생의 문제라고 말했다. ⓒ유형선

 

양수발전소는 전기가 남을 때 하부댐의 물을 상부댐으로 끌어올렸다가, 전기가 필요할 때 다시 흘려보내 발전하는 시설이다. 채 정치학자와 반대위는 이 구조가 핵발전의 잉여 전력 처리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핵발전소는 발전량을 쉽게 줄이거나 늘리기 어렵기 때문에, 남는 전기를 처리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풍천리 주민들이 양수발전소를 “거대한 전기 쓰레기장”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채 정치학자는 풍천리 싸움이 풍천리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발전소가 들어서면 전기는 어딘가로 가야 하고, 송전선로와 송전탑이 지나갈 다른 마을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풍천리 숲 앞에서 제기되는 질문은 그래서 단순하지 않다. 양수발전소는 한 마을의 개발 문제가 아니라, 한국 전력체계가 어떤 지역의 숲과 삶을 비용으로 삼아 유지되는지를 드러내는 문제였다.

 

기도는 숲으로 들어가 나무를 안았다

 

이날은 강원생명평화기도회 700차이기도 했다. 예수살기, 강원기독교교회협의회(강원NCC) 등 종교인들도 함께했다. 참가자들은 광목을 들고 숲으로 향했고, 사물카드를 읽고 종을 울린 뒤 나무를 안았다. 이른바 칩코 행동이었다. ‘칩코’는 힌디어로 ‘껴안다’는 뜻으로, 1970년대 인도 히말라야 지역 주민들이 벌목을 막기 위해 나무를 몸으로 감싸 안은 비폭력 저항에서 유래했다.

6월 6일 “풍천리를 지키는 나무들, 우리가 나무다” 토요모임에서 참가자들이 잘려 나갈 위기에 놓인 나무를 안아 주는 칩코 행동을 하고 있다. ⓒ유형선

 

이날 현장에서 기도는 말에 머물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졌다. 리본을 묶는 손, 종을 울리는 소리, 나무를 끌어안는 몸짓은 모두 같은 곳을 향했다. 풍천리의 숲과 그 숲에 기대 살아온 마을의 삶을 지키는 일이었다.

 

풍천리의 토요모임은 계속된다

 

전단지에는 “나무들의 열두 번째 행동”이 6월 13일에도 이어진다고 적혀 있었다. 이 행동은 건설이 백지화될 때까지, 11만 1999명이 풍천리를 방문할 때까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계속된다고 했다.

 

고수정 감독이 촬영·편집한 풍천리 양수발전소 건설 반대 모임 기록 영상 “5월의 풍천리 우리가 나무다 9,10,11번째 행동”. (유튜브 출처 = 무명)

 

박성율 공동대표는 풍천리 숲을 지키려는 주민들의 목소리와 양수발전소 건설의 문제점을 안고 6월 9일 국회로 향한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제42회 우이령포럼 “양수발전소 신규 건설, 이대로 괜찮은가?”가 열려, 홍천풍천리 문제를 포함한 신규 양수발전소 건설의 생태적·사회적 쟁점이 논의된다.

제42회 우이령포럼 “양수발전소 신규 건설, 이대로 괜찮은가?”가 6월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다. (그림 제공 = 홍천풍천리양수발전소건설반대위원회)

 

풍천리의 토요일은 시위이면서 잔치였고, 잔치이면서 질문이었다. 전기는 누가 쓰고, 숲은 누가 잃는가.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위험을 떠안는가. 그 질문은 풍천리의 토요모임과 함께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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