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명 장소현 기자
- 입력 2026.06.1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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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협정 체결·전시작전권 회수·국가보안법 폐지 촉구
묵주기도 바치며 광화문 행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15일 저녁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한반도 전쟁 종식 및 평화 기원 미사’를 봉헌하며 정전체제를 종식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행사는 미사, 문화공연, 평화 발언, 성명서 발표, 평화대행진 순으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침묵 속에 전쟁과 분단으로 고통받는 이들과 세계 곳곳에서 생명의 위협을 겪고 있는 이들을 기억하며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해 마음을 모았다.
6월 15일 ‘한반도 전쟁 종식 및 평화 기원 미사’에서 정민휘 미카엘 수사(작은형제회)가 전쟁 희생자들을 기리며 진혼무를 추고 있다. ⓒ장소현 기자
사제단은 성명서 '살 것인가, 죽을 것인가'를 발표하고 남북 간 통신·통행·통상이 모두 끊긴 현실을 비판하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촉구했다. 사제단은 “정전협정이 만든 분단 체제 속에서 남북은 오랫동안 미워하고 다퉜다”며 “불통즉 불인(不通卽不仁), 말이 막히고 왕래가 끊기면 생명이 태어날 수 없고 평화의 숲도 자라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제단은 평화를 위한 과제로 △상대가 원하는 대로 이름을 부를 것 △전시작전통제권을 회수할 것 △주한미군 문제를 다시 생각할 것 △국가보안법 폐지와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등을 제안했다. 특히 “우리를 대한민국으로 불러주는 북쪽의 공식 국호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며 “상대가 바라는 대로 이름을 불러주자. 남의 이름을 제 편한 대로 바꿔 부르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막연히 기다리지만 말고 우리가 먼저 평화가 되자”며 “생각을 바꾸면 평화가 오고 남북이 크게 하나 되는 대동세상이 열린다”고 밝혔다.
6월 15일 ‘한반도 전쟁 종식 및 평화 기원 미사’에서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이 ‘살 것인가, 죽을 것인가’란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장소현 기자
평화 발언에 나선 이태호 한반도평화행동 공동집행위원장(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은 “한반도평화행동은 정전 70주년을 맞아 한국전쟁을 끝내고 평화체제를 만들기 위해 국내외 시민사회와 종교계가 함께 만든 연대체”라 소개하며 “천주교회를 비롯한 여러 종교가 꾸준히 함께해 온 데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이 있으면 휴전이 있고 이후에는 정치적 협상과 평화 합의가 뒤따르지만 한국전쟁은 73년째 군사적 수준의 정전 상태에 머물러 있다”며 “남북 관계가 풀리지 않고 전쟁이 끝나지 않은 데에는 우리 사회의 책임도 있는 만큼 먼저 대화와 평화의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휴전 상태로 남아 있는 한국전쟁을 끝내고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정부와 시민사회, 종교계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6월 15일 ‘한반도 전쟁 종식 및 평화 기원 미사’에서 이태호 한반도평화행동 공동집행위원장(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이 평화 발언을 하고 있다. ⓒ장소현 기자
“주님, 우리의 발을 평화의 길로 이끌어 주소서” (루카 1,79)
이날 미사는 조민철 신부(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의 주례와 강론으로 봉헌됐다. 조 신부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참상을 언급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고 가자지구에서는 민간인들이 희생되고 있다”며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어 한국전쟁과 분단,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짚으며 “먼저 우리 스스로가 자부심을 갖고 이 대한민국을 위해 피땀으로 노력한 선배 세대에게 진정으로 감사드려야 한다”며 “우리 후배 세대는 이것을 한 차원 더 완성도 높은 대한민국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공동의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 신부는 이를 위해 세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먼저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연대를 주문했다. 그는 “당내 권력투쟁과 분열에 몰두하기보다 대한민국이라는 더 큰 공익을 바라봐야 한다”며 “지금은 진보와 보수, 건강한 상식을 가진 모든 이들의 연대와 협력이 필요한 시대”라고 말했다.
이어 부정부패 척결과 사회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 신부는 “정직하게 살아가는 서민과 청년들이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사회 곳곳에 만연한 탈법과 특권, 부정부패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검찰·사법·언론 등 각 분야의 개혁 과제도 짚었다.
마지막으로 남북 화해와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그는 “단절된 남북 관계가 참으로 안타깝고 서글프다”며 “상대가 반응하지 않는다고 해서 포기할 것이 아니라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계속 문을 두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조 신부는 “장충성당에 북한 방문을 위해 준비한 버스 두 대를 마련했지만 아직까지 보내지 못하고 있다”며 “교류와 협력의 물꼬가 열릴 듯하다가도 막혀버린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원하는 것만 말할 것이 아니라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먼저 귀 기울여야 한다.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며 다시 대화의 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론을 마치며 조 신부는 참석자들에게 평화를 위한 일상의 실천을 제안했다. “매일 밤 9시 알람이 울리면 잠시 멈춰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해 주님의 기도를 바치자”며 “작아 보일 수 있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실천이다. 우리의 작은 기도가 다시 평화의 길을 여는 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6월 15일 ‘한반도 전쟁 종식 및 평화 기원 미사’에서 조민철 신부(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가 강론하고 있다. ⓒ장소현 기자
6월 15일 ‘한반도 전쟁 종식 및 평화 기원 미사’에서 '앙상블 소리나무'가 평화를 노래하는 가운데 참가자들이 깃발을 흔들며 화답하고 있다. ⓒ장소현 기자
성명서 발표 후 참가자들은 묵주기도를 바치며 광화문 일대 평화대행진을 이어갔다. 참가자들은 행진 중 “사느냐 죽느냐”, “전쟁 가고 평화 오라”, “적대에서 공존으로”, “전시작전권은 우리 주권, 즉시 회수하라”, “상대가 바라는 대로 이름을 불러주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촉구했다.
묵주기도를 이끈 이선중 수녀(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는 “오늘의 기도가 한 번의 외침으로 끝나지 않고 평화와 통일이 이뤄지는 그날까지 계속 메아리치기를 바란다”며 “평화가 오는 그날까지 함께 기도하겠다”고 전했다.
6월 15일 ‘한반도 전쟁 종식 및 평화 기원 미사’를 마치고 참가자들이 광화문 일대를 행진하고 있다. 이들은 행진 중에 전쟁 없는 세상과 한반도 평화를 청하며 묵주기도를 바쳤다. ⓒ장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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