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 캐스팅’과 ‘내로우 캐스팅’
공중파 방송처럼 소수가 만들어 다수에게 보내는 방식을 ‘넓게 퍼트린다’는 뜻의 ‘브로드캐스팅’(broadcasting)'이라 한다. 주요 방송국의 직원이 2천-3천명 밖에 안 되는데 시청자는 수백만에서 천만을 넘는 경우를 생각해보시면 될 것이다. 반면 인터넷 덕택으로 ’개인 대 개인‘(one to one), '개인 대 다수’(one to many), '다수 대 다수‘(many to many), ’다수 대 개인‘(many to one) 등 정보의 전달방식이 다양해지고 대상의 범위도 좁혀졌는데, 이러한 방식을 ’좁게 전달한다‘는 뜻의 ’내로우 캐스팅‘이라 한다. 얼마전 뉴스에서 디지털 비디오 카메라를 연결한 컴퓨터를 들고 집회 현장을 뛰어 다니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셨을 터인데 이것이 혼자 만들어 다수에게 보여주는 ’개인 대 다수‘ 방식이다. 텔레비전 뉴스나 종이신문을 보지 않고 인터넷에서 자신들만의 뉴스를 공유하는 소규모 그룹들은 ’개인 대 개인‘, ’개인 대 다수‘, ’다수 대 다수‘ 방식이다. 세대가 아래로 내려갈수록 이러한 방식을 더 많이 이용하고 있다. 정보의 생산, 전달, 소비에서 세대 차이가 두드러지는 것이다. 그러면 내로우 캐스팅은 정보전달, 정치행위, 그리고 사목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과거에는 신문이나 방송을 보지 않으면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알 방법이 없었다. 정부, 언론, 기업 등 3대 정보생산 주체들이 정보를 독점하면 달리 정보를 얻을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개방화, 시민사회의 성장, 미디어의 다양화를 통해 정보독점이 불가능해졌다. 기존 정보생산 주체들이 생산하는 정보의 가치와 비중에 상응하는 것들도 다른 주체들의 의해 생산되는 데다, 국경 없는 인터넷이 전 세계에서 관련 정보를 수없이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국내에서 숨기면 모를 줄 알았더니 미국에서 교포나 유학생이 소식을 전해오고, 국내에서도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국외정보를 찾아내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로 인해 정보의 홍수가 일어났다. 이제는 넘치는 정보 속에서 관심사에 따라 필요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취하는 방식이 대세이다. 이렇게 되면 과거와 같이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한두 가지 방식으로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요즘과 같이 정부나 의회가 국민들과 소통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이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교회 안에서 ‘쉬는 교우’들이 크게 늘어나는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 여러 조사에서 확인되는 결과들을 보면 신자들의 관심이 참으로 다양해졌다. 신자들은 교회 관련 정보를 성직자나 수도자를 통하지 않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얻고 있다. 신앙 정보도 교구와 나라의 경계를 초월하여 얻고 있다. 이렇게 정보의 상대화가 이뤄지면서 기존 권위의 상대화, 공동체의 분중화가 촉진되었다. 그런데 사목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일예로 신자들이 연령과 계층을 초월하여 같은 시공간에서 같은 메시지를 듣는 경우를 들 수 있다. 다양해진 신자들의 생활리듬도 사목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젊은이들과는 거의 대화가 단절된 상태이다. 신자들의 변화된 조건과 상황을 고려한 사목이 절실하다. 사목도 궁극적으로 소통을 지향하는 것이기에 소통방식의 변화는 사목의 변화를 요구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