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심 고리키의 『어머니』를 읽고
파벨 블라소프의 어머니는 자물쇠공인 미하일 블라소프의 아내로서 남편의 구타와 냉대와 극심한 가난 속에서 무력한 동물처럼 겨우 연명하는 삶을 살아간다. 남편이 죽고 한동안 빈곤한 삶에 절망하며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던 파벨이 노동자의 인권을 주장하는 사회운동에 참여하면서 파벨의 어머니도 변화와 성장을 겪는다. 처음에는 아들 파벨에 대한 본능적이고 맹목적인 모성애 때문에 어머니는 파벨의 노동운동에 협조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머니는 파벨과 뜻을 함께 하는 동지들에게 확대된 모성애를 느낀다. 파벨의 어머니는 자신의 불행한 삶을 회의와 저항없이 무반성적으로 감내하던 평범한 여인이었다. 그녀는 파벨의 노동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사회구조적으로 고착화된 경제적 불평등에 눈을 뜬다. 아들에 대한 동물적 본성에 가까운 그녀의 모성애는 아들을 포함한 타인들에 대한 연민과 유대감으로 성숙되어 간다.
자신이 낳은 자녀들의 평온한 일상과 세속적 성공을 위하여 헌신하는 어머니의 사랑은 우리사회에서 끊임없이 미화되는 이상적 미덕들 중의 하나이다. 그같은 모성애는 사회를 유지시키고 발전시키는데 없어서는 안되는 기반이면서 동시에 극단화되어 추구되면 가족 이기주의가 초래할 수 있는 모든 폐해들의 온상이 될 수도 있다. 막심 고리키의 『어머니』는 동물적 본능에 가까운 모성애에 사로잡힌 한 여인이 타인들에게 연민과 유대감을 느끼고 사회에 대한 비판적 의식과 사회개선에 참여하는 실천적 행동인으로 성숙되어 나가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모성애가 요구하는 의무들과 여성의 자아발전과 성취를 위해 요구되는 의무들은 때로 상치되는 것처럼 나타나기도 한다. 분업과 전문화가 가속화되는 현대사회에는 여성들은 그 의무들이 빚어내는 갈등 때문에 결혼과 육아를 포기하거나 연기하는 경향이 늘어간다. 기독교에서 예수님의 어머니로 숭배되는 성모 마리아는 자식의 세속적 안락함과 성공을 추구하는데는 지극히 무력한 어머니였다. 성모 마리아는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려한 예수님의 원대한 인류애 때문에 극심한 고통을 당한 어머니였다. 손가락질 받는 출생과 비참한 죽음외엔 예수님으로부터 성모 마리아가 받은 현세적 보상은 아무 것도 없어보인다. 『어머니』를 읽으면서 성모 마리아의 신앙과 모성애, 그리고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어머니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지금 어떤 어머니이고 어떤 어머니가 되려고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