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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문학의 창

시 파는 사람/이상국

작성자Jeff Lee|작성시간22.08.04|조회수36 목록 댓글 0

시 파는 사람/이상국

 

젊어서는 몸을 팔았으나

나도 쓸데없이 나이를 먹은데다

근력 또한 보잘것없으므로

요즘은 시를 내다 판다

그런데 내 시라는 게 또 촌스러워서

일년에 열 편쯤 팔면 잘 판다

그것도 더러는 외상이어서

아내는 공공근로나 다니는게 낫다고 하지만

사람이란 저마다 품격이 있는 법,

이 장사에도 때로는 유행이 있어

요즘은 절간 이야기나 물푸레나무 혹은

하늘의 별을 섞어내기도 하는데

어떤 날은 서울에서 주문이 오기도 한다

보통은 시골보다 값을 조금 더 쳐주긴 해도

말이 그렇지 떼이기 일쑤다

그래도 그것으로 나는 자동차의 기름도 사고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기도 하는데

가끔 장부를 펴놓고 수지를 따져보는 날이면

세상이 허술한게 고마워서 혼자 웃기도 한다

사람들은 내 시의 원가가 만만찮으리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사실은 우주에서 원료를 그냥 펴다 쓰기 때문에

팔면 파는 대로 남는다는 걸 모르는 것 같아서다

그래서 나는 죽을 때까지

시 파는 집 간판을 내리지 않을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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