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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문학의 창

풀 베는 날 - 천양희

작성자Jeff Lee|작성시간22.08.10|조회수26 목록 댓글 0

풀 베는 날 - 천양희

 

풀 베다 본다

풀여치 눈이 검다

대낮에도 캄캄한 숲 탓이다

바람이 그걸 당겨 산끝까지 간다

 

우두커니 나는 풀밭에 서 있어 그때마다 발끝이 들려

 

마음이 풀포기 몇, 말아올린다. 날 살게 하는 건 썩어

거름된 풀잎들, 싹 내민 무명초들. 풀도 잘못 잡으면

손을 벤다고? 세상에는 베이는 일들이 너무 많다

멍멍해진 논에 논물이 차오른다. 들판 한쪽을 오래

당겨 본다. 실개천 하나 달려나오고 물떼새 왁자지껄

날아오른다. 오르고 또 올라도 하늘 밑이다

 

우두커니 나는 풀밭에 서 있어 그때마다 발끝이 들려

 

풀 베다 본다

한 뿌리 모두 여러 갈래다

같은 땅인데 길조차 여러 갈래

풀섶이 내 속에 들어 앉는다

풀씨만한 한 생(生)이 꿈틀거린다

풀아 날 잡아라

내가 널 당겨 일어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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