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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문학의 창

잔치국수 / 정호승

작성자Jeff Lee|작성시간22.08.12|조회수157 목록 댓글 0

잔치국수 / 정호승

 

중년의 여자가

포장마차에서 잔치국수를 먹고 있다

누가 신다 버린 낡은 운동화를 신고

주저앉을 듯 선 채로

때묻은 보따리는 바닥에 내려놓고

포장 사이로 그믐달은 이미 기울었는데

한잔 건네는 소주도 없이

잔치는 사라지고 국수만 먹고 있다

파를 다듬고 생선살을 발라내어

치자빛 전을 부치던 그 봄날의

잔치는 어디 가고 빈 그릇만 남았는가

첫날 밤을 울리던 새벽 장닭 소리는

더 이상 보이지 않고

여자는 남은 국물마저 훌훌 다 들이키고

다시 길을 걷는다

옆구리에 보따리를 꼭 끼고 느릿느릿

발자국도 안 남기고

길 없는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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