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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문학의 창

손 털기 전 / 황동규

작성자Jeff Lee|작성시간22.09.07|조회수22 목록 댓글 0

손 털기 전 / 황동규

 

누군가 말했다.

'머리칼에 먹칠을

사흘 후면 흰 터럭 다시 정수리를 뒤덮는 나이에

여직 책 들을 들뜨게 하는가'

거북해하는 늙은 사정 들치며?

이젠 가진 것 하나씩 놓아주고

마음 가까이 두고 산 것부터 놓아주고

저 우주 뒤편으로 갈 채비를 해야 할 텐데.'

 

밤중에 깨어 생각에 잠긴다.

'얼마전 부터 나는 미래를 향해 책을 읽지 않았다.

미래는 현재보다도 더 빨리 비워지고 헐거워진다.

날리는 꽃잎들의 헐거움.

나는 익힌 것을 낯설게 하려고 책을 읽는다.

몇 번이고 되물어 관계들이 헐거워지면

손 털고 우주 뒤편으로 갈 것이다.'

 

우주 뒤편은

어린 날  숨곤 하던 장독대일 것이다.

노란 꽃다지 땅바닥을 기어

숨은 곳까지 따라오던 공간일 것이다.

노곤한 봄날 술래잡기하다가

따라오지 말라고 꽃다지에게 손짓하며 졸다

문득 깨어 예가 어디지? 두리번 거릴 때

금칠로 빛나는 세상에 아이들이 모이는

그런 시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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