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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딕성당의 빗물배출구, 가고일(Gargoyle)의 역사와 상징성

작성자과천거사|작성시간18.02.12|조회수2,682 목록 댓글 0

나의 스페인 첫 여행지는 바르셀로나였다고딕거리 투어를 하는 중에 가이드가 아라곤 왕궁과 광장에 데리고 갔다이곳은 스페인 역사에서 매우 드라마틱한 장소였다. 1492년 8스페인 남쪽 세비야 항구를 출발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신대륙(중미 바하마 제도의 섬)을 발견하고 12월 귀국했을 때 바로 이곳 바르셀로나의 아라곤 왕궁에서 이사벨 여왕과 페르난도 왕을 알현했다고 한다.

[사진 1] 바르셀로나 아라곤 왕궁과 광장 (고딕투어(?)를 함께 했던 투어일행 모습이다.)


[사진 2] 1492년 신대륙을 발견하고 아라곤 왕궁에서 이사벨 여왕과 페르난도 왕을 알현하는 콜럼버스. 

 

유럽의 왕궁이라면 웅장하면서 화려한 석조건물이 떠오르게 되는데고딕양식과 로마네스크 양식이 적당히 짬뽕된 아라곤 왕궁은 손바닥만 한 광장을 중심에 두고 높다란 건물이 디귿자로 에워싼 곳으로 왕궁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약간 갑갑한 느낌을 주었고건물 외벽엔 장식이 거의 없어 매우 소박하다는 느낌도 주었다디귿자로 에워 싼 건물의 외관을 쓱 훑어보던 중에 처마 아래 길게 나와 있는 빗물배출구인 가고일(Gargoyle)이 내 눈길을 잡아끌었다기괴한 괴수의 모습을 한 가고일은 유럽의 고딕성당에서나 볼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왕궁 건물에도 설치되어 있어 조금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가고일이란 게 건물 벽체가 빗물로 인해 검게 얼룩지거나 돌 벽돌을 쌓아 올릴 때 접착제로 사용된 모르타르가 빗물로 침식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지붕을 타고 흘러내린 빗물을 모아 벽체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 배출시키는 빗물배출장치이므로 중세의 끝자락인 15세기에 아라곤 왕궁의 처마 밑에 가고일을 설치한 것은 하등 이상할 것 까지는 없을 것이다.

[사진 3] 아라곤 왕궁의 처마 밑에 설치된 염소 또는 개 모습의 가고일(gargoyle)

 

필자가 가고일을 처음 본 것은 2007년 봄에 방문한 프랑스 파리의 시테 섬 동쪽에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에서였다프랑스어로 성모 마리아를 뜻하는 노트르담 성당은 중세 절정기였던 12세기에 고딕 양식의 건축물을 창안한 프랑스에서도 초기고딕 양식을 대표하는 건축물이다정면에서 바라 본 노트르담 사원은 왼쪽과 오른쪽에 직육면체형의 종탑이 대칭으로 높이 솟아있고건물의 한가운데에는 바퀴살이 촘촘히 박힌 바퀴 모양의 커다란 창이 설치되어 있고맨 아래에는 뾰족 아치형 출입문이 세 개 놓여있는 매우 웅장하면서도 비례가 아름다운 중세 고딕 건축물이었다.


필자가 유럽의 고딕성당을 직접 본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종탑에 올라가기 위해 줄을 서려고 성당건물의 측면으로 돌아 나갔을 때갑자기 이상하게 생긴 성당 구조물이 내 눈에 확 들어왔다이것은 마치 해안가에서 오래 전에 죽은 거대한 고래의 갈빗대처럼 보였기에 이것이 도대체 뭔가?’싶어 찬찬히 뜯어보니 높다랗게 지은 성당 외벽이 무너지지 않도록 버팀목 역할을 하는 아치형 석조 지지대였다이것의 명칭이 고딕 건축양식을 특징짓는 플라잉 버트레스(Flying buttress)라는 것은 한참 후에야 알았는데 처음 봤을 때는 마치 고래의 갈빗대처럼 보였기에 고딕성당을 처음 구경한 나에게 매우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사진 4] 노트르담 대성당의 정면과 뒷면

 

이곳에서 내 눈을 잡아 끈 것이 또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플라잉 버트레스와 버트레스가 만나는 지점에 설치된 괴수 상(가고일.Gargoyle)이었다이것은 마치 사나운 도사견처럼 보이기도 했고 몸뚱이에 날개가 달린 것이 박쥐같이 보이기도 하였는데이 아름답고 성스러운 대성당에 몸을 앞으로 쭉 뻗은 괴수 상을 일정간격으로 배치한 이유를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사진 5] 노트르담 사원의 플라잉 버트레스와 괴수 상(가고일: Gargoyle)


나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종탑 꼭대기에서 노틀담의 꼽추가 매달렸다는 커다란 종을 구경한 다음 옥상으로 나갔을 때 마주친 괴수 상(그로테스크: Grotesque)이었다드넓은 평야지대에 일망무제로 펼쳐진 파리시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옥상에는 사람 크기의 괴수 상이 난간 이곳저곳에 배치되어 있었다기괴한 생김새의 괴수들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파리 시내를 내려다보는 모습은 한편으론 우스꽝스럽기도 했지만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세계관이 지배했던 그 옛날 중세 때라면 혼자서는 무서워서 감히 이 옥상에 올라오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만큼 그 모습은 정말 그로테스크했다.

[사진 6] 노트르담 사원 옥상의 괴수 상(그로테스크: Grotesque). 그로테스크는 건물 옥상의 난간에 설치한 괴수상이다. 빗물배출 기능이 없는 장식용 석상이지만 보통 이것까지 포함하여 가고일이라고 부른다.

 

중세 고딕성당에 왜 괴수 상(가고일과 그로테스크)을 장식했는지 그 이유가 무척이나 궁금했지만 당시에는 자료를 찾아볼 생각은 하지 않았고 오랫동안 내 마음 속에 수수께끼로만 담아두고 있었다이로부터 8년이 지난 후나는 터키와 그리스 여행을 다녀와서 여행기를 한권 출간하게 되었다여행기를 쓰느라 서양문명의 뿌리인 그리스.로마 문명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그리스.로마 문명에 대한 기초지식을 쌓고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나는 이로부터 2년 후그러니까 작년 가을에 스페인 여행을 하였는데스페인 고딕성당의 양식을 이해하기 위해서 유럽건축사 입문서를 한권 구입하여 스페인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10시간에 걸쳐 훑어봤다이 입문서는 유럽의 건축사에 대해 전혀 모르는 필자와 같은 초보자에게는 매우 유익하였고 읽는 재미도 있었다나는 이 책을 통해 유럽의 각 시대별 건축의 특징을 좀 더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그러나 약간 아쉽게도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의 범위 안에서 대략 두어군데 잘못 기술된 내용을 발견하였는데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중세 고딕성당의 가고일에 대한 설명이었다이 책의 저자는 성당의 빗물 배출구인 가고일이 왜 괴수 모습을 하고 있는지를 중세 스콜라 철학의 선악(善惡)과 미추(美醜)에 대한 인식과 야만적인 이민족 문화를 수용한 중세 기독교의 문화적 다양성이라는 두 가지 측면으로 설명을 하였는데내가 판단하기엔 이것은 결코 가고일에 대한 적절한 설명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다.

 

괴수의 모습을 한 빗물배출구 가고일은 어느 날 갑자기 중세 고딕양식에서 탄생한 것이 아니다가고일의 기원은 중세 이전그러니까 서양건축의 뿌리인 그리스.로마 시대 (아니 사실은 이보다 훨씬 오래 전인 이집트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오늘 이야기의 주제는 가고일의 역사와 괴수상의 상징성에 관한 것이다

 

먼저 중세 고딕성당의 가고일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고딕 건축양식에 대해 가볍게 집고 넘어가자. 12세기 중세 절정기에 프랑스에서 탄생한 고딕건축의 특징은 건물 외벽의 지지대인 플라잉 버트레스(Flying buttress)와 버트레스(Buttress), 뾰족한 아치(Pointed arch)와 갈빗대 모양의 둥근 천정(Rib vault), 그리고 장미창(Rose window)과 스테인드글라스(Stained glass)이다장미창은 바퀴창으로도 불리는데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다루기로 한다. [사진 7]에서 볼 수 있듯이 가고일은 플라잉 버트레스와 버트레스가 만나는 지점 또는 테라스 하부에 설치한 빗물 배출구인데기다란 석재방향을 따라 한가운데에 물길을 내고 석재의 정면에 기괴한 모습의 동물상이나 인물상을 조각한 다음 그 입을 통해 빗물을 뱉어내도록 한 건축부재를 일컫는다만약 가고일이 12세기 유럽의 고딕양식에서 처음 등장한 건축부재였다면, 중세 고딕건축의 특징 가운데 하나로 언급되겠지만, 이미 이보다 훨씬 오래 전인 고대 그리스.로마시대부터 존재했기에 중세 고딕건축 양식의 특징 가운데 하나로 언급될 수가 없는 것이다. 



[사진 7] 중세 고딕성당의 건축구조 및 명칭


[사진 8] 중세 고딕성당의 빗물배출구인 가고일(Gargoyle)

 

그런데 왜 하필이면 중세 가고일에 천사나 성인이 아닌 기괴한 모습의 동물상이나 상상의 동물 혹은 괴이한 인물상으로 장식했을까이것을 이해하려면 우리는 서양문명의 뿌리인 그리스.로마 문명의 건축양식과 종교관(혹은 내세관)을 살펴봐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가장 먼저 서양 건축사에서 첫 손가락 꼽는 그리스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으로 가봐야 한다아크로폴리스의 정문격인 프로필레아(Propylaea)를 통과하면 살짝 경사진 언덕 오른쪽에 웅장한 파르테논 신전이 모습을 드러낸다서양 건축물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 하나를 고르라면 거의 모든 건축가가 파르테논 신전을 꼽는다고 하는데서양 건축에 대해 문외한인 내가 이 신전을 처음 보았을 때도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균형과 비례단순미와 웅장함이 조화를 이룬 걸작이었다. 필자가 스페인 대성당을 여럿 감상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장식성이 강한 고딕 건축에 비해 군더더기가 없는, 덜하지도 더하지도 않는 절제미가 고대 그리스 건축의 백미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것이 서양 건축사에서 파르테논 신전을 최고 명작으로 손꼽는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파르테논 신전은 스타일로베이트(stylobate)라 불리는 신전의 대리석 플랫폼(가로x세로 = 69.5m x 30.9m)에 사방을 빙 둘러 도리아식 열주를 세우고(이를 Peristyle 이라고 부른다), 아테나 여신을 비롯한 아름다운 신상으로 장식한 삼각형 박공(페디먼트.Pediment)을 동쪽과 서쪽 입구에 올렸다그리고 이 박공 위에 지붕을 설치했는데 지붕의 네 귀퉁이에는 각각 수사자 얼굴로 끝부분을 장식한 빗물배출구를 설치했다바로 그리스식 가고일이다

[사진 9아테네 파르테논 신전과 박공 네 귀퉁이에 설치한 빗물배출구빗물배출구 끝에 사자얼굴을 조각하였는데사자의 입을 통해 빗물이 떨어지도록 설계하였다바로 그리스식 가고일이다.


[사진 10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의 동쪽 박공 위에 올린 지붕 귀퉁이에 사자 얼굴을 한 빗물배출구(가고일). 가고일 바로 아래삼각형 박공의 오른쪽 끝에는 말의 두상이 보인다이 말은 바로 달의 여신셀레네(Selene)가 탄 은빛 마차를 이끌고 서쪽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있는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이와 반대편에는 태양 신, 헬리오스(Helios)가 탄 금빛 마차를 이끄는 말이 수평선에서 떠오르는 모습을 조각하였다. 


오늘날에는 동쪽과 서쪽 박공을 각각 정면에서 바라볼 때 북동쪽과 북서쪽그러니까 박공의 북쪽 방향 지붕에 이러한가고일이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너무 높은 곳에 설치되어 잘 안 보이는 파르테논 신전의 가고일을 자세히 살펴보려면아크로폴리스 언덕 바로 아래 자리 잡고 있는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4층에 가서 보면 된다이 박물관 4층은 통째로 파르테논 신전에서 아테나 여신을 모신 셀라(Cella)의 외벽을 장식한 판아테나이아 대축제 행렬을 묘사한 부조를 설치했는데 이곳에서 박공의 지붕에 설치되었던 수사자 얼굴상 가고일을 자세히 볼 수 있다.

[사진 11]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4층에 판아테나이아 대축제 행렬을 묘사한 부조와 함께 설치된 사자상 가고일.

 

고대 그리스의 사자상 가고일은 여러 곳에서 볼 수 있겠지만, 점괘가 용하기로 유명했던 델피 아폴론 신전 아래에 있는 델피 박물관에서도 볼 수 있으며로마시대 사자상 가고일은 이태리 시칠리아 섬의 파레르모 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사진 12] 그리스 델피 박물관에 있는 고대 그리스의 사자상 가고일 (소재테라코타, BC 5c)


[사진 13] 이태리 시칠리아 섬의 파레르모 박물관에 있는 고대 로마의 사자상 가고일

 

유럽의 고딕 성당에서 볼 수 있는 괴수형상 가고일의 원형은 바로 고대 그리스 신전의 사자 상 가고일임을 우리는 고대 그리스.로마 유적에서 명백히 알 수 있다. 이제 남은 수수께끼는 왜 고대 그리스인들은 중세 기독교인과 달리 가고일의 장식으로 수사자 상을 선택했는가?’이다사자가 용맹을 상징해서 일까?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것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아테네를 떠나 터키 이스탄불 고고학박물관으로 달려가야 한다이스탄불 고고학박물관에는 AD 2-3세기 로마시대 석관이 커다란 전시실 몇 개를 가득 채우고도 남는다필자는 이곳에서 AD 2-3세기에 제작된 수많은 석관을 찬찬히 살펴봤는데 한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바로 석관의 측면을 풍요의 뿔(코르누코피아)과 황소수사자혹은 메두사로 장식한 것이 많다는 것이다필자가 작년에 출간한 여행기, ‘산딸나무와 터키여행에서 밝혔지만여기에는 고대 그리스.로마인의 죽음과 사후세계에 대한 인식이 담겨있다. 달콤한 과일과 향기로운 꽃이 빨랫줄에 주렁주렁 매달린 듯한 풍요의 뿔(코르누코피아)은 망자가 사후세계(지하세계)에서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바램을 나타낸 것이며, 풍요의 뿔 옆에 새긴 황소는 이 뿔의 임자인 강의 신(River god) 아켈로우스(Achelous)를 상징한다고 생각된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그리스 신화가 전해 내려온다.  

 

헤라클레스가 아름다운 처녀데이아네이라를 아내로 맞이하려 할 때 경쟁하게 된 강의 신 아켈로오스와 레슬링으로 맞붙었다. 헤라클레스의 괴력을 감당할 수 없었던 아켈로오스가 황소로 변신해 이겨보려고 했으나 오히려 헤라클레스의 손에 뿔만 뽑혔고이 뿔이 풍요의 여신 코피아의 축복을 받아 코르누코피아(풍요의 뿔)가 되었다는 신화 전승이 있다소유자가 뿔 안에 손을 넣어서 필요로 하는 음식과 재물을 원하는 만큼 무한정 꺼낼 수 있는 화수분 보물로 지하세계의 왕 하데스가 풍요의 신위를 겸하게 되면서 그의 소유물로도 알려지게 되었다

[사진 14] 아름다운 처녀 데이아네이라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헤라클레스와 싸우는 아켈로우스헤라클레스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자 (왼쪽 사진처럼왕뱀으로 변신하여 달려들었으나 목이 졸리고 (오른쪽 사진처럼황소로 변신해 싸워보지만 헤라클레스에 그만 뿔이 붙잡혀 뽑히고 만다이 뿌리채 뽑힌 뿔이 풍요의 여신 코피아의 축복을 받아 (가운데 사진처럼) 맛난 과일과 향기로운 꽃으로 가득찬 풍요의 뿔이 되었는데, AD 2-3세기 로마시대 석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사진 15] 스페인 마드리드 왕궁 앞 분수 동상에 놓여 있는 강의 신아켈로우스 신상오른팔 옆 물동이에서 강물이 콸콸 쏟아지고 있는 것이 보이는데 이는 타구스 강을 상징하는 것 같다타구스 강(라틴어: Tagus)은 이베리아 반도에서 가장 긴 강으로스페인어로는 타호 강(Rio Tajo)으로 불리고포르투칼어로는 테주 강(Rio Tejo)으로 불린다총 연장은 1,038 km로 이중 716 km는 스페인, 47 km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국경을 흐르며나머지 275 km는 포르투갈을 흘러 리스본에 이르러 대서양으로 빠져나간다.

 


[사진 16] (왼쪽풍요의 뿔은 원래 강의 신 아켈로우스의 소유물이지만, (오른쪽지하세계의 염라대왕 하데스도 종종 풍요의 신으로 묘사된다그의 손에 풍요의 뿔이 들려있다. 오른쪽 두 여인은 하데스의 부인인 페르세포네(씨앗과 명계의 여신)와 장모인 데메테르(대지와 곡식의 여신)이다.작게 묘사한 두 여인은 숭배자이다. (그리스 아테네 국립 고고학박물관 소장품)

 

그리스로마 석관을 장식한 수사자와 메두사는 부정한 것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액막이 역할과 잡귀를 쫒는 벽사의 역할을 한다불교의 도상체계와 비교한다면 불법의 수호신으로 신성한 절 입구에 설치해서 잡귀를 쫒는 사천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민속신앙과 비교한다면 도깨비에 해당한다

[사진 17] 고대 로마시대 석관의 벽면을 장식한 풍요의 뿔과 황소수사자메두사 얼굴상 (AD 2-3c): 여기서 사자와 메두사는 액막이 또는 벽사의 의미로 장식한 것으로 망자를 보호하는 일종의 수호신이다. 

 

그런데 신화의 세계였던 고대 그리스.로마 문명에서 유일신을 섬기는 기독교가 지배하는 중세가 되면 액막이와 벽사의 역할을 하는 수호신의 얼굴이 바뀌게 된다. 세상을 선과 악코스모스와 유토피아로 구분했던 기독교의 이분법적 세계에서 희로애락이 난무했던 신화 속 수호 신상이었던 사자와 메두사를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키메라(Chimera), 날개가 달리고 입에서 불을 토하는 서양 용(Dragon), 사나운 개(Dog), 박쥐 모양을 한 중세 괴수상이다하나님의 성소인 성당을 사탄으로부터 지키는 수호신으로 천사나 성인의 모습을 한 인물상이나 선한 느낌의 동물상을 배치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중세에서 세상의 악(사탄)을 물리치는 데는 무서운 인상을 주는 전설의 괴수상이 수호신상으로 적격이다이것을 중세 스콜라 철학(악이란 절대적인 개념이 아닌 상대적 개념이라 주장했다고 한다. 따라서 괴수 상은 추함의 상징이 아니라 단지 덜 아름다운 것이며, 중세에서는 덜 아름다운 것에서조차 미적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주장. 그런데 정말 그렇게 생각했을까? 아무리 읽어봐도 횡설수설 얘기처럼 들린다. ㅠㅠ)이나 중세 기독교의 문화적 다양성(야만인이었던 이민족이 신앙의 대상으로 삼았던 괴수를 기독교 품 안으로 받아들여 성당 외벽을 장식하는 가고일로 탄생시켰다는 주장인데, 중세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나 나옴직한 얘기이다.)으로 해석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그리스 가고일은 사자상이 일반적이지만 (왜냐하면 같은 수호신 역할이라고 해도, 편평한 사람의 얼굴을 한 메두사보다는 주둥이가 길쭉하게 나와있는 사자 얼굴이 빗물배출구로는 적격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출토된 고대 그리스(헬레니즘 양식)의 빗물배출구처럼 사람의 얼굴을 한 가고일도 있다. 이걸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허허허 ^^

[사진 18] 인물상으로 장식한 고대 그리스식 가고일 (아프가니스탄 출토, BC 2c)


상상의 동물로 장식한 가고일은 동양에도 있다. 오늘날 중국 자금성에서 볼 수 있는데, 우리는 이것을 이무기돌이라고 부른다. 유럽의 중세 고딕성당에서 볼 수 있는 괴수상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상상의 동물로 장식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종묘에도 석조 빗물배출구가 있는데 종묘 정전 뒤켠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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