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현판 글씨의 논란
1968년 박정희 대통령이 복원한 광화문은 당시의 국가 재정상 적절한 규모로 최대한 의 노력과 힘을 기울인 작품이었다. 국민들이 만족한 결과물이며, 이미 40년의 역사를 가진 전통이 되었다.
이것을 원래의 광화문으로 복원한다는 이유로 다시 복원 되었으며, 현판도 원래의 것으로 복원되었으나, 새 광화문은 왠지 우리의 눈에 선뜻 와 닿지 않는 느낌이다. 전과 별 차이가 없고 친근감이 없다. 와중에 현판이 갈라지고 현판을 다시 교체하기로 결정 되면서, 글씨도 바꿔야 한다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원래의 한문 글씨로 복원을 해 놓고, 이제 와서 문화재 전문가 10명에게 의견을 물어보니 8명이 글씨를 바꿔야 한다고 하니.(2011.1.12 조선일보) 이게 무슨 일인가? 복원이 처음부터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추진되었다는 증거이다.
복원이란 모두 다 좋은 것이 아니다. 복원할만한 가치가 있을 때 복원이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광화문의 친근감이 없는 것은 현판에서 비롯된다 할 것이다.
복원한 글씨도 원래 임태영의 글씨가 아니고, 멀리서 찍은 사진을 디지털로 복원 했다고 하니 글씨가 온전하겠는가? 글씨에 생명력이 있을 리 없다. 생명력 없는 글씨를 죽은 글씨라고 한다. 이러한 글씨를 걸어 놓으니 광화문이 신선한 친근감이 없어 보이는 것은 자명하다. 화룡점정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다 된 그림에 마지막 점을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 그림이 살고 죽는다는 말이다. 현판글씨는 광화문의 얼굴이고 눈이다. 그래서 현판 글씨가 살아 있어야 하고 친근한 정감이 있어야 한다.
1. 광화문 중건 책임자 임태영의 글씨가 복원되어 좋을 것이 없다. 유명한 서예가도 아니므로 예술적 가치도 적을뿐더러, 당시 조선을 대표하는 관직이나 인격의 소유자도 아니므로 시대적 상징성도 적다. 그런데다 원래 글씨도 아니고 사진을 디지털로 복원했다 하니 될 일인가? 복원의 의미도 없고 생동적 감흥을 줄 리가 없다. 이러한 것은 편벽된 어느 사람의 주관으로 밀어 붙인 결과이었을 것이고 사전에 충분한 토의와 검증이 있었다면 방지할 수 있었던 일이다.
2. 복원이 아니면 40년 된 광화문 현판을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
옛 현판으로 복원한다는 전제로 40년 걸렸던 현판이 바뀌는 것으로 알았지만, 복원이 아니면 기존의 현판은 그대로 유지 되어야 한다. 복원이 아니고는 기존의 현판을 바꿔야 한다는 어떠한 논리도 논의도 국민적 합의도 없지 않는가? 40년 동안 걸려있었다는 것은 광화문 현판으로 국민에게 인식되어진 것이고 역사가 된 것이다. 기존의 현판을 바꿔야 한다는 당위성이나 국민적 합의도 없이, 이미 역사가 된 현판을 떼어 놓고, 기존 현판은 제외하고 이것으로 할까 저것으로 할까 의견을 물어 보는 것은 잘못된 절차이고, 의도적인 역사 지우기 일 뿐이다.
3. 광화문의 현판은 당연히 우리문자로 해야 마땅하다. 옛적에는 한문으로 썼다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현대성과 자주성, 독창성이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철학적이고 과학적인 문자 “한글”을 소유한 나라로써 우리 문자의 우수성을 자랑 하자. 나라의 관문이며 한글을 만드신 세종대왕을 모셔둔 광화문에 한글 현판을 떼어내고 한문 현판으로 바꾼다는 것은 시대정신의 역행이고 민족의 문화적 긍지와 정체성에도 맞지 않는다. 현세대와 미래세대에 친근성마저도 떨어진다. 박정희 대통령이 한글로 쓴 연유가 무엇이었겠는가? 한문으로 되었다 손 치더라도 한글로 바꾸자고 국민의 자발적 합의가 있어야 할 시점이 아니겠는가?
4. 글씨를 집자해서 만드는 것은 논할 바가 못 된다. 말도 평상의 대화와 명령을 할 때, 애인과 대화 할 때의 억양이 다르듯, 글씨도 쓸 때마다 형태가 다른 것이다. 문장에서 내용전달을 위주로 쓰는 글씨와 예술적 표현을 위해 쓰는 글씨가 다르고, 문장의 내용에 따라 흥취와 강약이 다르다. 또 어떤 자를 쓴 다음에 쓰느냐에 따라 글자의 형태가 다르다. 이렇게 같은 글자라도 글자의 질과 모양이 다른데 어떻게 집자를 한다는 말인가? 글씨는 직접 써야 처음부터 끝까지 리듬과 박자가 조화에 맞는다. 집자는 서예가가 없을 때 하는 궁여지책일 수 있으나 저급한 것이다.
5. 박대통령이 쓴 한글 현판은 대통령의 글씨이니 어떤 글씨보다도 상징성과 품격이 있고, 광화문을 복원할 때 썼기 때문에 쓰게 된 당위성도 있다. 우리 문자로 썼기에 긍지도 있고 자랑스럽다. 좌서(왼쪽으로 읽는 방식)아닌 우서(오른쪽으로 읽는 방식)이기에 시대성에 맞고, 글씨 또한 잘 쓰는 분으로 여러 곳에 좋은 글씨를 많이 남겼던 분으로서 광화문 현판 또한 늠름하고 힘찬 기상으로 쓰여 져 한글 서예로써 손색이 없다. 변화가 적은 딱딱한 판본체도 아니고, 연미한 궁체도 아닌 개성 있는 창작 서체이다. 누가 한글로 다시 쓴다 해도 이보다 더 잘 쓸 수 있을까? 대통령의 친필로 광화문 현판글씨를 남긴 것은 다행스럽고 가치 있는 것이다. 광화문 현판은 40년 역사를 가진 박대통령이 쓰신 현판을 그대로 사용함이 순리이다.
구태여 어떤 이유로든 광화문 현판을 새로 한다고 하면, 누구 글씨로 할 것인가? 어떤 글씨로 할 것인가를 탁상에서 몇몇이 결정하지 말고, 기존의 박대통령의 글씨와 새로 쓴 글씨들을 모아서 실물을 보고 전문가를 포함한 다수 시민들의 여론을 수렴해서 결정하면 될 것이다. 2011.1.17일 수정 염정모
약력 한국서예정예작가협회 회장
대한민국 서예대전 초대작가
서울교육대학교 강사
한국전각학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