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꺼내보는 명품시조 231 「뜨거운 술」
무덤가에 앉은 새가 엉엉 우는데 말입니다
봉분에 핀 할미꽃 주름 펴며 웃지 않겠습니까
이 봄날 새와 꽃이 나눈, 술이 참 뜨겁습니다
-임성구의 「뜨거운 술」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문 것은 새의 울음과 꽃의 웃음이다. 술잔은 죽음과 생명, 이별과 만남의 매개체이다. 이 눈물겨운 깊고도 뜨거운 소통이 바로 술잔에서 이루어졌다.
무슨 사연이 그들에게 있었을까. 상상만 하면 되는 것, 설명은 필요 없다. 종장은 삶과 죽음이, 슬픔과 위안이 만나 화해를 이룬 곳이다. 여기에서 눈물과 미소가 둘이 아닌 하나라는 불이(不二)의 본질을 증명해주었다.‘새가 울면 꽃이 피고, 꽃이 피면 새가 운다’는 이런 율(律)은 시조가 아니면 읊을 수도 맛을 낼 수도 없다. 시조는 시조로 읽어야하는 시로 읽어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주간한국문학신문,2026.6.17(수)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