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아일체의 해금강]
김삿갓은 공허 스님과 작별하고 해금강으로 오면서도,
이별의 서글픔을 금할 길이 없었다.
세속적인 욕망을 일체 떨쳐 버리고 방랑의 길에 오른 지도
이러저러 3,4년!
문득 하늘을 우러러 통쾌하게 한번 웃고 나니 마음이 후련하다.
이윽고 해금강에 당도해 보니, 겨울 바다는 쓸쓸하기 그지 없었다.
저 멀리 바다 위에 떠 있는 솔섬, 까치섬 등이
그림처럼 아름다워 보이기는 했으나,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가 하도 거칠어,
겨울의 바다는 황량하기 이를 데 없었다.
눈앞에 전개되는 풍경은 오직 만경 창파뿐인데,
하얀 모래밭에서는 갈매기들만이 무심하게 날아다니고 있었다.
마침 그때 어디선가 고깃배 한 척이
구성진 뱃노래를 부르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자 갈매기들은 뱃노래에 놀란 듯
모두들 공중으로 높이 날아오르는 것이 아닌가.
김삿갓은 갈매기와 모래밭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문득 시 한 수를 읊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