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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훼화]]菖蒲창포

작성자松亭|작성시간08.11.17|조회수237 목록 댓글 1

 

“창포(菖蒲)” 사이로 첫여름이 흐른다

 ‘엄마, 창포꽃 좀 보아’




음력 오월 초닷새를 단오(端午) 또는 수릿날이라 한다. 일년 중 양기가 가장 왕성한 날이며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때이다. 조상들은 이날부터 건강관리와 질병 예방을 위해 수리 취나 쑥떡으로 영양을 보충하고, 창포의 독특한 향과 색깔로 사악한 귀신이 몸에 붙지 않도록 액막이 행사를 했다.


단오 날, 여자들은 창포 삶은 물로 머리를 감아 기름기를 빼 윤기를 내고, 창포 향 내움으론 벼룩과 이 같은 벌레를 퇴치했다. 또 창포 뿌리에 붉은 글씨로 ‘수복(壽福)’ 두 글자를 새겨 머리에 꽂고, 남자는 허리에 차고 다녔다. 이를 단오장(端午粧)이라 한다. 붉은 색은 벌레 퇴치뿐 아니라, 귀신을 쫓고 아들 낳기를 기원하는 풍습이 되기도 했다. 창포로 염색을 해 베옷이나 책에 좀이 스는 것을 방지했으니, 별난 향내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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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포잎과 뿌리를 우려낸 물


 

단오 날엔 창포연못을 찾아간다. 6월 청자 빛 하늘 아래, 창포 잎들이 연못 가득 차올라 감미로운 첫 여름을 열고 있다. 창포 잎들은 벼 포기와 비슷하기도 하고 어찌 보면 긴 칼을 닮은 모습이다. 창포는 부들과 비슷한 수생식물로 천남성과이다. 이맘 때 작은 옥수수 모양의 갈색 꽃이 핀다.


창포가 연못가득 차오르면 못가에 앉아 창포 향을 맡다가 하늘을 보기도하고, 먼먼 산골짝을 넘어오는 꿩 소리도 들으며 노천명의 ‘푸른 오월’을 읽는다.


청자(靑磁)빛 하늘이

육모정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당 창포잎에-

여인네 행주치마에-

감미로운 첫 여름이 흐른다


풀 냄새가 물큰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

청머루 순이 뻗어 나오던 길섶

어디메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활나물 홋잎나물 젓갈나물 참나물 고사리를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구나 나의 사람아

-노천명 <푸른 오월 1-3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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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포꽃은 부들을 닮았다.


 

연못 창포 속에서 추억을 반추하다가 창포비녀(이를 ‘궁갱’이라 한다)나 만들어 볼 양으로 삽과 괭이를 들고 연못으로 들어갔다. 연못 깊이가 겉에서 볼 때완 사뭇 다르다. 물이 허리께까지 차올라 배꼽이 시려오고, 발을 헛디디면 미끄러져 목까지 차온다. 뿌리들마다 잔털이 진흙에 찰싹 달라붙어 뽑힐 줄 모른다. 흙탕물 속에 풍덩거리고 미끄러지며 뿌리를 잡아당겨도 툭툭 끊겨 단단히 애를 먹인다. 한참을 헤매다 겨우 쓸만한 뿌리 하나를 건져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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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포 연못


 

뿌리를 맑은 물에 씻어 비녀를 깎기 시작했다. 그러나 손재주와 눈썰미가 모자라 모양새가 제대로 잡히질 않는다. 뿌리 돌기둘레를 따라 총천연색 줄무늬가 색색이다. 비녀 위로 알록달록한 띠가 배어나 몸을 비틀고 있다. 뿌리에 감돌고 있는 무늬들을 어찌 알고 비녀와 노리개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조상들이 찾아낸 멋에 새삼 놀랠 뿐이다. 이 정도 색상의 비녀라면 어느 아녀자의 쪽진 머리에 꼽아놓아도 품위와 맵시가 솟아나올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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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포 대궁과 뿌리로 만든 창포비녀


 

비녀마저 사라진 지 오랜 지금, 창포비녀를 만들어 놓고 보니 감회가 새롭다. 단오 날 아침, 치렁치렁한 머리 결을 창포 물감에 헹궈낸, 쪽진 머리에 비녀를 살포시 꼽은, 잎가에 향긋한 창포 냄새가 일렁이던 내 어머니가 울컥 보고 싶은 오늘이다.


나날이 푸르러가는 유월 하늘 아래 따사로운 첫 여름이 흐른다. 창포는 옛날 모습 그대로 연못을 지키고, 세월 앞에 창포 꽃 매무새 곱기만 한 데, 가슴 한 구석이 자꾸만 허전해 옴은 어인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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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포는 예로부터 여인들이 좋아했던 자생 수초이다. 홍석모(洪錫謨)의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단옷날에 창포가 여인들의 모발 세정제로 쓰였다는 것을 기술하고 있다.





남녀 어린이들은 창포를 삶은 물(菖蒲湯)에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는다. 그리고 홍색과 녹색의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부녀자들은 창포 근경을 깎아 비녀를 만들고 수(壽)자나 복(福)자를 새기고 끝에 붉은 연지를 발라 장식한다. 이 것을 머리에 꽂아 멋을 낸다. 재액을 물리치기 위해 꽂는 창포 비녀를 단오장(端午粧)이라 한다.





고 했다. 김만순(金만淳)의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에도 창포물에 머리 감는 풍습이 기록돼 있다.





처녀 총각들이 들에 나가 창포를 뜯어다 삶고 그 물에 머리를 감는다. 흰 뿌리 부분을 너 대 치 정도로 자르고 잘 씻어 비녀처럼 만든다. 끝에 붉은 칠을 하여 머리에 꽂거나 남자들은 허리에 차고 다닌다.





유득공(柳得恭)의 《경도잡지(京都雜志)》에도 "단옷날이면 계집애들은 청홍색 옷을 입고 창포탕에 머리를 감는다. 창포 뿌리를 깎아 주사(朱砂)를 칠하고 머리에 꽂는데 이것을 단오장(端午?)이라 한다." 라는 기록이 보인다.



우리 나라의 이러한 민속은 중국의 옛 풍습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漢) 나라 때 대성(戴聖)이 쓴 《대대기(大戴記)》에는 "오월 오일에는 창포(蓄蘭)로 목욕을 한다."고 했다. 또 송(宋)의 왕기공(王沂公)이 펴낸 《단오첩(端午帖)》에는 "창포를 자르는 것은 사귀를 물리치기 위해서"라고 했다.



창포 근경으로 깎은 비녀에 福자나 壽자를 새기고 게다가 붉은 칠까지 하여 재액을 물리치고 수복강녕(壽福康寧)의 염원을 담았던 것이다. 예로부터 향은 병마를 물리치고 붉은 색은 사귀를 쫓는다고 믿었다. 단오는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이다. 이 때부터 각종 전염병이 극성을 부리게 된다. 전염병이란 나쁜 악귀가 퍼뜨린다고 믿었던 옛 사람들은 향기를 가진 창포물에 목욕을 하고 머리를 감아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했다.



일본에서는 음력 오월 오일이면 집집마다 침실 방문 위에 붉은 비단 주머니를 건다. 주머니 속에는 볕에 말려서 잘게 썬 창포가 방향제로 들어 있다. 이 창포 주머니를 구스다마(藥玉)라 하는데 액막이용으로 부정을 씻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구월 구일 중구절이면 창포 대신 국화나 구절초를 쓴다. 모두 방향식물인 까닭이다.



창포는 습지에서 자라는 다년초이다. 지방에 따라 챙피, 쟁피풀이라 하고, 한자로는 백창(白昌), 취창(臭菖), 수창포(水菖浦), 이창(泥菖)이라 한다. 부들(蒲)과 비슷한 식물이라 하여 창포라는 이름이 붙었다. 《명의별록(名醫別錄)》에는 "창포는 뿌리가 붉은 수창포(水菖蒲)보다 흰 것(白昌)이 좋은데 벼룩과 이를 없앤다(去蚤蝨)"고 했다. 기원 전 2세기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이 쓴 《회남자(淮南子)》에는, "창포는 벼룩이나 이를 쫓지만 그리마를 불러들인다."고 했다. 창포의 방향물질이 기생충을 몰아내니 얼마나 고마운가.



명(明)의 이시진(李時珍)이 쓴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창포는 습지에서 자라는 풀인데 잎은 칼 모양이고,. 뿌리는 흰색이며 마디가 있다. 백창(白昌) 또는 이창포(泥菖蒲)라고도 하는데 위장에 좋다"고 했다.



창포는 물가의 뻘에 뿌리를 내리고 굵은 근경을 통해 지면을 얕게 기면서 뻗어 나간다. 물가에서 자라기 때문에 잎이 물에 반정도 잠겨도 죽지 않는다. 따라서 개울의 물이 불어나면 잎도 잠기게 되고 물이 빠지면 근경까지 물 밖으로 드러나게 된다.



잎은 곧추서고 도드라진 중앙 엽맥이 뚜렷하다. 초여름 잎 사이에서 옥수수 모양의 화서가 돋아나 잎 사이에 감춰져 핀다. 꽃의 색깔도 그저 연록색을 띠고 있어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 때문에 창포 꽃을 설명하는 내용에도 곧잘 제비붓꽃이나 저먼 아이리스 사진이 등장하곤 한다.



창포 샴푸, 창포 비누의 상품 포장지에도 천남성과의 창포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붓꽃 사진을 그려 넣고 있다. 최인호 님의 《잃어버린 왕국》 제4권에도 창포와 꽃창포를 구분하지 못한 채 기술하고 있고, 심지어 식물학 서적에서조차 창포와 꽃창포가 같은 식물이거나 뒤죽박죽으로 설명돼 있다.



창포가 큰 규모인데 비해 석창포는 근경이 가늘고 잎도 좁고 짧다. 물가의 바위틈에 붙어 자라며 창포가 낙엽성인데 비해 석창포는 상록성이다. 겨울에도 잎이 시들지 않아 관상가치가 있다.



옛 선비들은 석창포를 수반에다 가꾸는 것을 좋아했다. 마디가 촘촘하며 잎이 가늘고 짧은 것을 더욱 운치 있는 품종으로 생각했다. 근경이 한 치 정도에 9마디 진 것을 구절창포(九節菖蒲)라며 가장 귀하게 여겼다. 석창포의 근경을 오래도록 가꾸면 마디가 더욱 짧아져 '천 년 묵은 새우가 등을 구부린 채 웅크리고 있다.'고 할 정도이다. 옛 선비들이 자신의 주군(主君)에게 충성을 맹세할 때 "임의 창포가 되겠습니다"라고 하는 것은, 창포는 마디가 아홉이니 죽을 때까지 절개를 지키겠다는 뜻이다.



석창포의 근경을 가져다 묵은 잎을 다듬고 수반의 맑은 물에서 가꾸면 새 잎이 돋아나고 하얀 새 뿌리가 서린다. 가끔씩 물을 갈아주면서 가꾸다 보면 고태(古態)가 있어 즐길 만하다.



석창포는 괴석에 붙여 키워도 좋다. 먼저 돌의 패인 골짜기에 이끼와 진흙을 섞어 채우고 그 위에 석창포를 심는다. 마지막으로 물이끼를 덮어 주면 물을 줄 때 흙이 씻겨 내리지 않아서 좋다. 물을 줄 때는 분무기로 안개를 만들어 뿌려 주는 것이 안전하다. 처음 얼마 동안은 석창포 뿌리가 떨어지지 않게 가는 낚싯줄 같은 것으로 돌을 단단하게 묶어 주어야 한다. 뿌리가 돌에 완전히 붙었다고 생각되면 낚싯줄을 끊어준다. 석창포의 잎이 새로 돋아나고 돌에 이끼가 자라면 고태미가 살아나 심산의 녹음이 우거진 자연미를 맛볼 수 있다.



창포는 근경을 비롯하여 잎과 뿌리 등 전체에 방향성 물질을 갖고 있다. 잎을 비비면 맑은 향기가 코끝을 감돈다. 창포를 삶으면 향기로운 물이 우러나와 목욕물로 사용하게 되는데 이 때 쑥이나 당귀 뿌리를 함께 삶기도 한다. 모두 방향물질을 갖고 있다. 우리의 자생 허브 식물인 셈이다.



한방에서는 여름에 근경을 캐 볕에 말린 것을 창포근(菖蒲根)이라 하여 방향성 건위제로 쓴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 창포근을 처방했을 때 어지럽고 토하거나 매스꺼움 증세를 호소하기도 한다. 창포는 부작용 위험이 있으므로 반드시 한의사의 처방에 따라야 한다.



방향성 정유물질은 근경에 3~5%, 잎에 0.1~0.5%가 들어 있다. 중요 성분은 아사론(Asarone), 칼라메온(Calameone), 에우게놀(Eugenol) 등이다. 근경에는 쓴맛을 내는 아코틴, 약 20% 정도의 전분이 들어 있고, 탄닌, 비타민, 알칼로이드가 들어 있다. 특히 비타민과 아스코르빈 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지만 독성 물질도 함께 포함하고 있으므로 식용으로는 부적합하다.



주로 근경을 약재로 쓰는데 위액과 염산을 잘 나오게 하며 밥맛을 좋게 한다. 진정 작용이 있으며 눈을 맑게 하고 청력을 높여 준다.



민간요법으로는 해열제, 설사약, 감기 치료에 쓰고, 전초 달인 것을 중이염에 마시고 생즙은 피부병에 붙인다. 특히 창포 근경에 눈측백 잎, 백산차 잎, 초피나무 기름, 분비나무 송진을 섞은 것을 무좀과 습진에 바르면 특효를 본다고 했다.



유럽에서는 일찍이 창포의 가치를 인식하여 널리 재배하고 있다. 창포에서 방향성 건위 성분을 추출하여 의약품을 제조해 내기 때문이다. 또 최근에는 창포에서 향료를 뽑아 화장수, 고급향수를 제조하기도 한다. 동양의 자원식물이 자생지에서는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지만 그 식물을 갖고 간 나라에서는 생활에 이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창포는 의약품으로서의 가치 외에도 수질 정화식물로 주목해야 한다. 수질 정화능력을 테스트 중인데 상당한 효과가 기대되는 자생식물 중의 하나이다. 한국수생식물연구회에서 줄, 갈대, 물억새, 달뿌리풀과 함께 창포를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이 수초가 개발 잠재력이 뛰어나다고 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들 수변식물에 비해 창포는 활용도가 높아서 경제성도 있다.



대량재배 했을 때 강이나 하천의 수질 정화는 물론 잎을 베어 향료를 추출하거나 의약품을 제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향제는 물론 섬유질은 종이나 밧줄, 또는 마포 같은 것을 짤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대량 재배하여 자원으로 이용한다면 환경 정화는 물론 여러 산업에 두루 쓸 수 있게 된다.



창포는 약용으로만 쓰인 것이 아니었다. 옛날에는 중요한 황색 염료식물이었다. 창포물을 들인 베는 다갈색의 파스텔 톤인데 짙은 색을 내기 위해서는 두 번 세 번 반복하면 갈색이 된다.



창포물을 들인 베로 옷을 지어 입으면 몸에서 이나 벼룩 같은 기생충이 생기지 않는다 하여 매우 귀하게 여겼다. 또 종이에 창포물을 들여 서화 배접에 썼는데 오래도록 좀이 슬지 않고 종이에서 향기가 난다고 했다.



우리는 창포의 가치를 잘 인식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전국의 하천에 흔하디 흔했던 식물이 이제는 멸종 위기식물이 되어 환경부와 산림청에서 보호식물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창포가 자라는 자생지 자체가 날로 오염되고 있다. 그나마 살아남은 것도 제초제 때문에 언제 녹아 버릴지 모른다. 귀중한 자원식물인 창포가 옛 책에서나 볼 수 있는 추억의 식물이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菖蒲창포

 

綠蒲春漲靜無波녹포춘창 정무파:창포 푸른 봄물결 잔잔하구나.

 

 

靑靑水中蒲청청수중포 長在水中居장재수중거 寄語浮萍草기어부평초

 

相隨我不如상수아불여: 푸릇푸릇한 물속의 창포여 언제나 물속에서

 

자라고 있구나 부평초에게 말전하노니 몰려다니는 그대들마ㅏㄴ도 나

 

는못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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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霓苑(예원) | 작성시간 08.11.18 송정선생님 .. 늘 귀한 자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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