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필법으로 빚어낸 현대적 사유
-아연 정숙모의 소나무 미학-
정태수(한국서예사연구소장)
최근 현대 문인화단에서 소나무라는 소재로 독창적인 조형성을 구축한 작가를 꼽으라면 단연 아연 정숙모 박사를 들 수 있다.
오랜 시간 소나무의 형상을 탐구하며 예술적 집념을 쏟아온 그는 이제 ‘소나무 작가’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을 만큼 독보적인 경지에 올랐다. 이번 5월 6일부터 5월 12일에 열리는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개인전은 ‘현대한국박사명가 초대전’의 일환으로, 한층 진화된 그의 소나무 작품들을 선보이는 자리이다.
정 박사는 석사 과정에서 현대 문인화의 흐름을 짚어보고, 박사 과정에서는 반천수의 예술사상을 연구하며 전통과 현대, 이론과 실기를 꾸준히 병행해 왔다. 그는 문인화의 전통적 미학인 '형사(형태의 재현)'와 '신사(정신의 표현)'를 아우르는 중국 고대 미학의 핵심인 '불사지사(不似之似, 닮지 않은 듯 닮은 경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기 위해 내공을 쌓아왔다.
이는 눈에 보이는 대나무(眼中之竹)와 마음속의 대나무(胸中之竹)를 조화시켜 화가의 손으로 온전히 구현해내는 ‘수중지죽(手中之竹)’의 단계와 맞닿아 있다.
정 박사는 탄탄한 이론적 배경을 바탕으로 전통 사군자의 골격을 유지하면서도, 과감한 채색과 현대적 구성을 도입해 문인화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화면 속에서 소나무는 먹빛 위주의 전통 문인화에서 벗어나 푸른 하늘과 초록빛 소나무를 대비시킴으로써 전통적인 필법과 중봉의 기운을 유지하면서도, 시각적인 즐거움과 함께 현대적인 생명력을 얻고 있다.
장수와 절개, 벽사의 의미를 넘어 하늘과 땅을 잇는 영물로서의 소나무는 역경을 견디는 선비의 의지를 상징하는 동시에, 주역의 '자강불식(Self-discipline)' 정신을 담고 있는 내면 수양의 매개체이기도 하다.
또한, ‘청천록송(靑天綠松)’의 역동적인 기운은 주역의 ‘중천건괘’처럼 멈추지 않는 창조적 에너지를 발산한다. 작가의 작품을 통해 강인한 삶의 역동성과 희망의 메시지가 감상자들의 마음속에도 깊이 전달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