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미학, 선과 색으로 빚어낸 사유의 계절 - ‘이카소’ 이순란 박사의 현대 문인화와 서양화의 조화 - 정태수(한국서예사연구소장)
작성자觀水亭작성시간26.05.11조회수534 목록 댓글 0
찰나의 미학, 선과 색으로 빚어낸 사유의 계절
- ‘이카소’ 이순란 박사의 현대 문인화와 서양화의 조화 -
정태수(한국서예사연구소장)
한국 현대 문인화단에서 ‘한국의 피카소’라는 별칭으로 ‘이카소’라고 불리는 이순란 박사가 2026년 5월 6일부터 12일까지 인사동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색채의 변주, 질감의 변화, 그리고 시간의 압축이라는 시각적 언어를 통해 그만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선보이며 화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1. 시간의 압축과 공간의 상호작용
이 박사의 작품에서 계절을 상징하는 색감은 단순히 자연의 투영이 아니다. 이는 시간의 흐름을 한 화면에 응축해낸 ‘순간의 미학’을 드러내는 장치이다. 서양화의 강렬한 색채와 문인화의 여백 및 필력이 결합한 그의 추상 회화는 공간과 시간의 상호작용을 탐구하는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2. 구체적 형태를 넘어선 ‘흔적과 잔상’
작가는 자연의 형태를 사실적으로 재현하거나 흉내 내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대신 자연의 질감을 축약하고, 잎의 생동감과 녹음의 분위기를 ‘흔적과 잔상’의 색감으로 승화시킨다.
봄은 연한 신록을 강렬한 청록으로 변주하며 잎의 질감을 선의 흔적으로 표현한다.
가을은 단풍이 연상되는 색조를 점과 선의 반복으로 압축하여 시간의 흐름을 나타낸다.
겨울은 차가운 톤의 투명한 변주를 통해 계절의 무게와 공허를 동시에 표상한다.
이러한 추상적 단서들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가시적인 계절감을 넘어 내면의 깊은 사유로 나아가게 한다. 이런 추상적 표현이 이카소 작품의 특징이다.
3. 마음으로 본 것을 조형 언어로 발산
이순란 박사가 붓 끝에 담아내는 것은 단순히 눈앞에 보이는 사물이 아니다. 마음속에 간직해온 감성과 무의식의 세계를 다양한 조형 언어로 발산하는 것이다. 수십 년간 단련된 필력으로 그은 선과 비워진 여백은 서양화적 색상과 어우러져, 논리와 이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풍부한 심상을 완성한다.
이는 바로 화이트헤드가 주장한 ‘진실한 아름다움(Truthful Beauty)’처럼, 그의 작품은 분석 이전에 직관적인 감흥을 전달한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재현한 그림보다 작가의 인식이 내포된 추상화가 더 큰 감동을 주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4. 화단의 거목이 되길 기대하며
익숙한 테크닉에 안주하지 않고 현대 문인화와 서양화의 접목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이순란 박사. 그가 던지는 “어떻게, 무엇을, 왜 그리는가”라는 본연의 질문은 우리에게 예술의 근원적 의미를 다시금 일깨워 준다.
이번 전시가 작가만의 사유의 밭에서 일구어낸 미적 이미지를 대중과 공유하고, 나아가 한국 화단에 깊은 울림을 주는 거목으로 거듭나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