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해경(山海經)
선진 시대에 저술되었다고 추정되는 대표적인 신화집이거나 또는 지리서이다. 고대에 호기심 많은 학자들이 한 가지씩 첨가함으로 오늘의 산해경으로 완성되었을 것이다. 남산경(南山經)에서 시작하여해내경(海內經)으로 끝나는 총 18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진(晉)의 곽박(郭璞)이 기존의 자료를 모아 편찬하여 주(註)를 달았다. 본래 《산해경》은 인문지리지로 분류되었으나, 현대에 와서 신화학이 발전하면서, 지금은 신화집의 하나로 인식하고, 연구도 한다. 《초사》의 <천문>과 함께 중국 신화서로, 아주 귀한 고전이다. 고대 천문학의 개론서이라고 한다.
내용 중에는 상상의 생물이나 산물이 있어서 지리서라고 하지만 전설 속의 지리라고 여겨지며, 신화적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아무리 고대라 하더라도 실용적으로 사용한 지리서로는 보이지 않는다.
산해경은 인문지리서 형식이지만 고대 중국인의 사유세계가 반영된 인문지리서임이다. 내용은 신화시대의 중국인들이 생각한 지리를 담았다. 유가사상의 현실주의가 지배하기 이전의 사유세계임으로, 유가사상이 중국인의 사유세계를 지배한 이후에도 민중들은 산해경이 펼친 세계를 버리지 않고 민속으로 보존하였다. 무덤 벽화에도 반영되어 있다.
예를 들며, 다음과 같은 신화적·지리적·백과사전적인 내용들이 있다.
"동쪽 끝 탕곡(湯谷)에 부상(扶桑)의 나무가 있다. 10일간 햇빛을 받는데, 9일은 하지(下枝)에 받고 1일은 상지에 받는다.“
동쪽 바다에서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보고 상상력을 발희하여 만들어냈을 것이다.
"서쪽에 왕모(王母)의 산이 있어… 봉황의 알을 먹고, 감로(甘露)를 마시고".
우선 보기로는, 서쪽이라고 한 것이 지리의 내용이지만, 사실은 서왕모가 살았다는 곤륜산은 신화적인 산이다.
"황제와 치우가 싸웠을 때, 풍우를 진압하기 위해서 왕녀인 발(魃)을 하계에 내려 보냈는데, 전후(戰後)에 발이 있기 때문에 비가 오지 않는다. 그래서 전조(田祖)인 숙균(叔均)의 권유로, 발을 적수(赤水)의 북쪽으로 쫓았다“
이것도 신화이다. 신화라고 하여 완전히 거짓이라기보다는 사람들이 오래 기억할만 한 큰 사건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밭농사를 짓는 황허 유역에서 r가뭄은 인간의 능력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재해이다. 신화가 고대 신석기 사회가 배경이라고 하니, 어쩌면 가뭄과 전쟁은 신석기 시대에, 당시로서는 세계대전에 해당될만한 큰 전쟁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한발을 몰아내는데는 신에게 제의를 올린다든지, 신화적인 방법을 사용하였을 것이다.
사람의 인지가 깨우치면서, 신에 의존하기보다는 홍수와 직접 싸우는 요순 시대 이야기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요순시대는 신화시대가 전설시대로 접어들기 시작하였음을 말해준다.
신화 책이라고 하니 거짓으로 꾸민 이야기이겠지만, 역사적 사실이 묻어있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산해경은 중국 신화에 관한 가장 오래된 책이다. 단순히 신화라기보다는 중국인의 뿌리 깊은 의식세계를 형성하였다.
천상의 그림에는 고대 중국인의 사유세계이ㄷ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