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터우(하의 도읍지)에서 발굴된 청동기 술잔
청동기가 나타나다
(하 나라가 나타나다.)
역사시기를 분류할 때 석기시대 - 청동기시대 - 철기시대로 나눈다. 청동기가 언제 나타났느냐에 대한 대답도 다양하다. 학자마다, 지역마다 다르다. 그러나 중국사에서 말하기를 기원전 2000년에서 기원전 500년까지를 청동기라고 말한다. 하, 상, 주 시대와 일치한다.
얼마 전까지도 ‘하’는 전설상의 국가이고, 역사적인 국가는 아니라고 하였다. 1975년에 하남성 언사현 이리두(일리터우=낙양 부근이다.)에서 청동기 유적지를 발견하였다. 이때 나온 유물이 사진에서 보는 술잔이다.
지금은 이리두를 하의 수도로 보며, ‘하’도 중국역사에서 실재하였던 나라로 다룬다. 왜냐하면 궁궐터가 발굴되었기 때문이다. 궁궐은 권력자 또는 왕권의 상징물이다. 이때는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모계사회에서 부계사회로 넘어가는 시기와 거의 일치한다. 남자가 왕권을 장악해나가던 요, 순, 우의 전설시대와도 거의 일치한다.
요순 시대는 성인을 지도자로 모신 시대라면 ‘하’는 우의 아들인 계가 왕위를 이어받았다. 왕위가 세습되었다. 다시 말하면 전설상으로는 우-계의 왕위 세습이 있었고, 고고학적 발굴로는 이리두 유적지에서 궁궐터가 나왔고, 청동 기물이 출토되었다.
우리는 미술을 공부함으로 전해오는 역사적 이야기보다는 유물을, 특히 청동기 유물을 중심으로 공부하겠다. 유물은 바로 미술품이기 때문이다.
이리두 문화에서 대표가 될 만한 청동기 유물은 사진에서 보는 술잔이다.(爵작) 이 잔은 일상생활에서 사용한 실용적인 술잔이 아니다.(크기나 모양으로 보아서) 앞서 제기와 용기에서 보았듯이 제사용기로서의 술잔이다. 청동은 엄청나게 귀한 재료임으로 아주 중요한 기물을 만들 때만 사용했다.
이런 재료로 어떤 기물을 만들까? 이때 만든 청동 기물은 거의가 제기이다. 이 사실은 제사를 지내는 일이 어떤 일보다 중요하였다는 것을 말한다. 청동기 기술이 발달하여 청동이 흔해지자, 무기를 만들었고, 아주 풍부해지자 농기구와 일상 용기를 만들었다.
전설상으로 왕권을 상징하는 기물이 구정(九鼎)이라는 청동기물이다.
지금까지 이리두 문화 유적에서 총 4점의 청동예기를 발굴했다. 모두 술잔인 작(爵)이다. 몸통에는 아무런 장식도 없었다. 이리두 유적지를 발굴하여 조사한 결과 사회가 계층화하였고, 귀족이 있었다는 흔적이 나타났다.
제사 용기에 왜 술잔이 필요하고, 중요하게 다루었는가에 대해서는 다음에 말하겠다. 고대사회에서 제사를 지낼 때는 술이 반드시 있어야 했다.
* 참고로 말씀드리면 ‘하’ 왕조가 나타났을 때 다른 세력은 없었을까. 하 왕조 주위에는 비슷한 힘을 가진
여러 세력들이 서로 겨루고 있었다. 후에 건설되는 상왕조의 뿌리도 이미 있었다. 이들은 서로 다투고
견제하면서 역사를 이끌어 나갔다.
* 하 왕조의 역사는 전설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음으로 여기서는 더 이상 다루지 않겠다.
* 제사와 술의 관계는 다음에 상세히 알아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