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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정필담

안견이라는 화가

작성자촌정|작성시간15.07.13|조회수749 목록 댓글 2

 

안견의 몽유도원도

몽유도원도는 안견이 이곽화파의 화풍으로 그린 그림이다. 우리나라 회화사는 거의가 조선시대의 안견에서 이야기한다. 이전의 고려시대 그림도 몇 점 있으나 ------

 

                       안견이라는 사람

  그림에 대해서는 터럭만큼도 아는 것이 없다는 사람도 안견의 ‘몽유도원도’라고 하면 ‘그건 알아요.’ 한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면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 으레 외워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림을 본 일도 없고, 이 그림이 왜 시험에 잘 나오는지에 대해서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러니 안견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리가 없다.

  밥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야 교양으로 그림 이야기를 주고받을 정도라면 안견을 아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대학에서 미술사를 강의하는 교수님도 그가 언제 태어났으며, 언제 죽었는지를 모른다. 그가 어떤 가문에서 태어났으며 가족은 누구인지를 모른다. 미술사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이 화가가 누구에게 배웠으며, 어떤 화풍을 견지하였고, 후대에 미친 영향이 어떠하였는지는 알아야 한다. 그렇지만 남아 있는 기록들이 희미하니까 그런 문제들은 밀쳐두고 몽유도원도나 이야기 한다.

  몽유도원도는 안견을 세종대왕의 셋째 아들인 안평대군과 다리를 놓아준다. 왕의 적자인 대군과 신분도 모르는 안견이 맺고 있는 인간관계를 따진다면 뻔하디 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인간관계라고 하면 수평적인 관계가 떠오른다. 인간관계라는 말은 긍정적인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선지 안평대군과 안견의 인간관계는 신분을 뛰어 넘는 따뜻함이 깔려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안견에 대하여 알려진 것만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현동자(玄洞子)와 주경(朱耕)이라는 호가 있다. 우선 현동자라는 호를 가지고 글자 풀이를 해 본다면 ‘고요한 동굴 속의 사람’이다. 이 호는 산수(山水)를 즐기는 사대부들이 좋아 한다고 한다. 깊은 산중에서 은일의 생활을 즐기므로 도가적인 느낌을 준다. 귀족적이고 여유로운 사람의 취향이 드러난다.

  또 하나의 호인 주경은 그 의미가 정반대이다. 최칠칠(崔七七)이라고 하였다는 화가 최북의 호가 호생관(毫生官}이다. 붓으로 먹고 산다는 뜻이다. 자기의 처지를 솔직하게 드러낸 호이다. 마찬가지로 朱는 붉다는 뜻이니 인주를 말한다. 주경은 인주로 농사를 짓는다는 뜻이다. 화원의 화가가 그림을 그린 후에 붉은 낙관을 찍어주면서 살아간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환쟁이라는 뜻이다. 서로가 반대의 의미로 읽어지는 두 개의 호를 보면 그가 살았을 삶의 궤적이 보이는 듯하다. 그의 삶에 드리워져 있는 고뇌가 느껴진다.

 

  제도적으로 신분이 낮았던 지식인들이 느끼는 갈등이야 예나 지금이나 다를 리 없을 것이다. 정신적으로는 상류 사회의 삶을 향유하여야 하고 현실에서는 고달픈 하류민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 화원화가의 삶이었다. 상류사회의 구성원처럼 살아가는 정신세계와 하류민으로서 현실의 삶은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안평대군은 그 시대의 최고 가문 출신이고 지성인이며 교양인이었다. 권력의 핵심에 있는 인물이다. 그 안평대군이 안견의 그림 재주를 사랑하여 항시 자기 곁에 머물게 하였다. 몽유도원도를 그릴 때도 그의 나이가 29세 때였다. 그는 젊은 나이에 최고의 권력자 옆에 머물렀으니까 요샛말로 출세를 하였다.

 

  앞서도 얼핏 말하였지만 안견과 안평대군의 관계는 안평대군이 안견을 부름으로서 이루어 졌다. 안견의 재주를 사랑하여 불렀으니까 인간대 인간이 아닌 재주와 권력의 맺음이다. 말하자면 둘의 관계는 일방통행이었고, 수평이 아닌 수직의 관계였다.

  안평대군은 도화원을 방문한 꿈을 꾸었다. 이 꿈을 안견에게 그리도록 하였다. 명령을 하였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안평대군이 안견에게 베푼 사랑이라는 것도 명령이라는 말 속에 함축된다. 도화원은 조선시대 사대부들이 가장 좋아하는 이상향이다. 그들과는 신분이 다른 안견의 이상향도 도화원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몽유도원도를 두고 말하자면, 나는 안견의 몽유도원도가 아닌 안평대군의 몽유도원도라고 말하고 싶다.예술가가 자기의 영혼을 담아내어야 자신의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안평대군의 영혼과 이상이 담간 도원이라면 안평대군의 작품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신분이 낮은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 중의 하나는 빠른 눈치이다. 오늘의 말로 하자면 줄서기를 잘 하여야 한다. 안견은 안평대군 곁에 머물면서 아래 사람이 갖고 있는 본능적인 감각으로 불안을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 안평대군은 북경에서 구입한 용매묵으로 그림을 그리도록 하였다. 안평대군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용매묵이 없어졌다. 안평대군은 노발대발하여 집안의 하인들을 족쳤지만 용매묵의 행방을 알 길이 없었다. 안견이 용매묵을 가져갔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하였다. 그것은 베푸는 자가 가지는 자기도취일 것이다. 내가 이 만큼 베풀어주었는데 감히 제가------, 하였을 것이다.

 

  그때 안견의 소매에서 용매묵이 툭 떨어지지 않는가? 안평대군은 놀랐다. 아랫것들이란 인간이 되기에는 틀려먹은 족속들이라고 생각하였다. 안견을 쫓아내고 다시는 자기 앞에 얼씬거리지도 못하게 하였다. 안견이 일부러 떨어트렸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이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안견의 배은망덕을 욕하였다. 훗날에는 안견이 자기가 살아남으려는 술수였다는 소문이 퍼졌다. 자기를 그렇게 아껴주는 사람을 배신할 수 있느냐는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어쨌거나 안평대군의 역모 사건때 안견은 살아남았다. 나는 한 화가를 통하여 한없이 나약한 인간의 생존 철학을 읽었다. 힘이 없는 자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권력자가 베푸는 한 움쿰의 온정은 아름답게 말하고, 작은 온정에 보답하기 위해서 목숨을 바치지 않았던 것은 비난을 받았다. 나의 계산으로는 온정과 목숨을 바꾸기는 아무래도 손해를 보는 거래 같다. 안견은 명예를 위해 목숨을 버릴 만큼의 신분도 아니다.

  이후에 안견이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기록은 없다. 여러 정황으로 보아서 그림 그리는 재주가 뛰어나서 화원화가로서 오래 동안 왕실에 봉사하였다. 뿐만 아니고 미천한 신분을 벗어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한 흔적이 보인다. 편편의 기록들을 종합하여 추정해 본 사실이다.

 

  그의 아들 안소희는 성종 때 문과로 병과에 합격하였다. 국조문과방목(國朝文科榜目)에 보면 안소희의 난에 본관, 아비의 이름, 거주지 등이 빈 칸으로 남아있다. 가문이 미천하여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려고 하였으리라는 것이 학계의 의견이다. 아비까지도 부끄러운 이름이었는지 모른다.

 

‘ 성종실록’에 의하면 ‘아뢰어 말하기를 안소희는 화공인 안견의 아들로 감찰이 되는 것은 불가합니다.’라고 하였다. ‘안소희는 이미 과거에 등재하였는데 감찰의 벼슬을 준들 어찌 거리끼겠는가? 라고 상이 말씀하섰다. 예조판서 이승조가 다시 말하기를 화공의 아들이 어찌 감찰이라는 말입니까 부당합니다.’라고 하였다. 임금은 ‘그러면 안소희는 고쳐 쓰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고 답하였다. 성종실록의 기록이다.

 

  안견의 기록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남아 있는 단편적인 기록으로 미루어 살펴보았다. 신분이 낮은 한 인간이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이 보인다. 후손이 환쟁이라는 신분이 낮은 아비 때문에 불편부당한 대접을 받는 것도 보았다. 문과에 급제를 하였으나 아비의 신분 때문에 몸을 낮추어야 하는 모습이 처연하기조차 하다. 어쨌거나 자신의 아들을 문과에 응시하도록 한 안견의 한 맺힌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를 두고 우리는 안견의 삶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천한 신분을 벗어나서 문과에 응시토록 하였으니 대단한 성공이라고 보아야 할까? 아니면 꼭 그렇게까지 비난받는 짓까지 하면서 살아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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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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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彰華 | 작성시간 15.07.13 아~~그렇군요
    재미 있게 읽다가 새삼 현실 로 돌아와
    깊은 한숨
    인간이 살아남으려 하는 방법
    제각기 사는 이유가 되니
    정답이 있을수가 없겟다 싶어요
    샘 넘 잘읽어습니다 ~~^ㅎㅇㅎ
  • 작성자三道軒정태수 | 작성시간 15.07.19 귀한 자료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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