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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한필

九思圖(구사도)

작성자淨山/金柄憲|작성시간15.08.20|조회수982 목록 댓글 3

공자님은 <논어(論語)> 계씨편(季氏篇)에서

"군자(君子)에게는 구사(九思)가 있어야 하니,
시사명(視思明:볼 때는 밝게 볼 것을 생각함)하며,
청사명(聽思聰:들을 때는 밝게 들을 것을 생각함)하며,
색사온(色思溫:안색은 온화할 것을 생각함)하며,
모사공(貌思恭:모습은 공손할 것을 생각함)하며,
언사충(言思忠:말은 충실할 것을 생각함)하며,
사사경(事思敬:일은 신중히 할 것을 생각함)하며,
의사문(疑思問:의심나면 물을 것을 생각함)하며,
분사난(忿思難:분할 때는 어려울 것을 생각함)하며,
견득사의(見得思義:이득을 보면 옳은 것인가를 생각함).하여야 한다."

라고 하셨다.

여기서 색(色)은 얼굴에 나타나는 것을 말함이고,
모(貌)는 몸 전체를 두고 하는 말이며, 경(敬)은 신중(愼重)이라는 뜻이다.
옛사람들은 이를 늘 기억하고 실천하기 위해 글로 써서 걸어놓기도 하고,
또 그림으로 나타내기도 하였다.
그림으로 그릴 때는 대부분 아홉 마리의 해오라기를 그렸으니, 사(?:해오라기)의 음이 사(思)와 같아서이다.
그것이 九思圖(구사도)다.

과거 새해가 되면 아홉마리의 학을 그린 연하장을 주고 받은 기억이 아련하다.
손끝에 다가온 차가운 느낌의 연하장은 새해가 왔음을 몸으로 느끼게 해준다.
그런데, 연하장에는 비록 학을 그렸지만 그림 본래의 뜻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오라기로 생각해야 한다.
또, 학을 그리던지 해오라기를 그리던지 아홉마리여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아홉 마리를 그려야 구사(九思)와 연결될 뿐만 아니라 구(久:오랠 구)와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얼마전, 한 미술대전 심사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하였다.
식사 겸 행사를 진행하는 자리에 학을 그린 자수 병풍이 있어 반가운 마음에 사진을 찍어왔는데,
글을 쓰려고 다시 보니 10마리다. 실망이다.
더구나 옆에 쓴 글자가 무슨 자인지 알 수 없어 한참이나 머리를 쥐어짜다가 겨우 학비천년(鶴飛千年)임을 알아낼 수 있었다.
자수본이 전해지고 전해지는 사이에 글씨가 뭉게진 것이다.
그림도 그렇고 글씨도 그렇고, 제대로 만들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참고로, 자문위원은 작품에 대한 우열 심사가 아니라, 다른 심사위원들이 가려놓은 입선작을 대상으로 오탈자가 있는지를 찾아내는 일이다.
오자의 대부분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한시를 원전확인 없이 그대로 쓴 경우다.
작품은 상당히 우수한데, 오자 때문에 선(選)에서 제외시킬 수밖에 없을 때는 마음이 편치 않다.
사실, 인터넷 공간에서 올바른 정보를 선택하는 것도 개인의 능력이다.
구사(九思) 중의 첫번째인 시사명(視思明)의 실천이기도 하고~

이래 저래 심사하는 내내 심리적 압박감이 만만치 않다.

 

대한민국호국미술대전(http://www.army.mil.kr/armyWeb81/event/hoguk/)

원전확인 : 한국고전번역원종합DB(http://db.itkc.or.kr/itkcdb/mainIndexIframe.j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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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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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霓苑(예원) | 작성시간 15.08.20 수고하셨습니다. 귀한 글 잘 읽었습니다. ^^
  • 답댓글 작성자淨山/金柄憲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08.20 감사합니다. 예원 선생님~
  • 작성자三道軒정태수 | 작성시간 15.09.04 수고하셨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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