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멋, 시조 ·5
나의 모란
석야 신웅순 시인·서예가·국문학자
모란이 필 때쯤
먼 산
소쩍새 울고
모란이 질 때쯤
먼 산
뻐꾸기 운다
세상도 저리 못 울고
인생도 저리 못 우는데
-신웅순의 「나의 모란」
봄날 밤이면 뒷산 먼 어디선가 소쩍새는 소쩍소쩍 한 밤을 울었고 달 밝은 밤이면 쩌렁쩌렁 산천을 울었다.
뒤란 모란꽃은 울음소리 때문에 붉게 피었고 담장 너머 감꽃은 덩달아 노랗게 피었다.
산과 들은 적막했다.
봄날 한낮이면 뻐꾹새는 또 그렇게 울었고 산과 들을 건너가며 쉬지 않고 울었다. 모란꽃은 울음소리 때문에 뚝뚝 떨어졌고 찔레꽃은 뒤를 따라 한꺼번에 이울었다.
위대한 자연의 이치를 우리들이 어찌 알 수나 있을까.
죽음 앞에서야 아차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이 아니냐.
세상도 저리 못 울고 인생도 저리 못 우는데 모란이 피고 질 때쯤 소쩍새, 뻐꾹새는 왜 그리도 우는 것인가.
지금도 나는 그것을 모르겠다.
-서예문인화,2026.06,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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