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6월호
수퍼카, 그 열망의 끝
한국에서 수퍼카를 탄다는 것!
수퍼카, 그 열망의 끝
지난 수입차 모터쇼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자동차가 바로 엔초 페라리다. 페라리 중에서도 한정생산되는 수퍼카를 만나기 위해 사람들은 모터쇼장으로 몰려 들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수퍼카는 한국에서는 ‘그림의 떡’이었다. 쿠즈 코퍼레이션이란 곳에서 페라리를 정식 수입하고 매니아들 중심으로 수퍼카를 들여올 계획이 차근차근 진행되어지고 있다. 수퍼카가 무엇이기에 사람을 열정으로 몰아놓고 그것을 타는 사람들은 어떤 문화를 누리고 있을까.
‘내 차는 항상 깨끗해야 하며 눈에 잘 뜨일 수 있어야 한다. 내 차는 독특함이 늘 살아있어한번 보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경험이 되도록 해야한다. 나와 내차에 대한 모든 질문에 대해 기꺼이 대답할 것이다’
이 글은 페라리를 타는 오너들이 지켜야 할 오너 헌장 중 한 대목이다. 페라리를 타는 자부심과 그들의 책임의식을 엿볼 수 있다. 수퍼카는 확실히 아무나 탈 수 있는 모델은 아니다. 천문학적인 차값, 여러 가지 불편한 사항이 도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마니아, 아니 모든 사람들은 한번쯤 수퍼카를 타고 싶어하고 갖고 싶어한다.
수퍼카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수퍼카는 일반 승용차와 분명히 구분되며 비슷한 성격의 스포츠카와도 출발하는 선이 다르다. 우선 스타일. 비슷비슷한 자동차가 많은 도로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번에 붙잡을 수 있어야 한다. 페라리의 이탈리안 레드, 람보르기니의 터프한 보디 라인, 포르쉐의 단단하고 야무진 스타일 이런 것을 갖추지 못하면 수퍼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퍼포먼스이다. 웬만한 차들이 100마력을 넘는 것은 기본이고 일반 세단 중에서도 250마력에 달하는 차들도 많다. 하지만 그들보다 월등히 높은 파워가 수퍼카의 조건이다. 튼튼한 심장을 얹는데 V12는 기본, 여기에서 내뿜는 출력은 300마력 이상이다. 물론 엔진 출력만 높다고 모두 수퍼카가 되는 것은 아니다. 튜닝을 통해 1000마력에 이르는 차들을 수퍼카라고 부르지 않는 것은 전체적인 차체 강성과 균형, 극도의 상황에서도 견뎌낼 수 있는 성능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높은 가격. 모든 사람이 꿈으로 간직하지만 그것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소수의 사람이다. 물론 높은 가격 때문이기는 하지만 수퍼카를 흔히 볼 수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수퍼카가 아닐 것이다.
수퍼카가 될 수 있는 조건이 이렇게 까다로운 것처럼 수퍼카의 오너가 될 수 있는 자격도 있다. 무엇보다도 자동차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수퍼카는 안락한 세단보다는 분명 불편한 점이 있다. 지금은 많은 부분이 전자화되고 안전장비도 갖추었지만 아직도 뻑뻑한 클러치와 무거운 스티어링 휠, 낮은 시트 포지션 등으로 일반차와는 다른 운전을 해야만 한다. 이런 점을 불편함으로 생각한다면 수퍼카를 타기 힘들다. 페라리의 하이톤에 가까운 엔진 배기음이나 포르쉐의 낮은 베이스 음이 음악처럼 들리고 무거운 클러치도 기꺼이 가뿐하게 밟을 수 있어야 한다. 이건 무조건적인 사랑에 의해 가능하다. 자신한테 차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에 자신을 맞출 수 있는 절대적인 사랑에 의해 가능한 것이다.
또한 수퍼카는 항상 애정어린 보살핌을 필요로 한다. 모든 차종이 매일매일 정비를 해야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보통 그렇게 하지 않는다. 수퍼카는 고장이 나서 정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예방 차원에서, 아니 애정어린 손길로 매일 보살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국내 수퍼카는 100여대가 들어와 있다고 한다. 페라리가 35~40여대에 이르고 람보르기니 2대, 포르쉐 GT3, GT2 급 등등. 물론 도로에서 볼 수 있는 차도 있지만 개인적인 수집으로 인해 차고 안에 얌전히 모셔져 있는 경우도 있다. 삼성 그룹의 이건희 회장의 자동차에 대한 열정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을 정도. 그의 차고에는 정말 보기 힘든 모델들이 전시되어 있고 간혹 용인 스피드 웨이에서 주행을 즐긴다고 알려져 있다.
수퍼카를 타는 사람들은 그 특성 때문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아직까지 수입차를 타는 것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대중이 수퍼카는 더 말할 나위가 있을까. 그렇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클럽이 조금씩 형성되고 있다. 포르쉐 클럽이 오래전부터 활동을 해왔고(정보석씨가 포르쉐 클럽 부회장이라고 한다) 수퍼카 클럽이 형성되었다. 15여명이 자주 만나 차에 대한 정보도 교환하고 그룹 드라이빙을 즐기기도 하는데.
한번은 클럽 회원 중 한사람이 용인 스피드 웨이에서 열리는 드래그 레이스에 참가하게 되었다고 한다. 응원차 함께 가자고 해서 몇 명이 함께 나섰다고. 페라리 360 모데나, 람보르기니 무르치엘라고, 다지 바이퍼, 포르쉐 GT3 등이 스피드 웨이에 들어서니 사람들이 그차를 보려고 구름처럼 몰려들어 행사를 진행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고. 주최측에서 시선을 뺏기니 나가달라고 해서 행사도 보지 못한 채 나온 일이 있을 정도다.
한국에서 수퍼카를 타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 주차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한다. 수퍼카는 일반 차에 비해 트레드(차폭)가 넒은 경우가 많다. 주차선을 빠듯하게 그려 놓은 곳은 두 대 자리에 한 대를 세운다던지, 겨우 세운다고 하더라도 문을 열고 나오기 힘든 구조다. 개인 주택 개인 차고가 아니라면 일반 아파트나 빌라, 오피스텔에는 세우기 힘들다고 한다. 수퍼카는 주로 젊은층이 많은데 그들의 주거 공간은 아파트나 빌라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로 호텔 주차장을 이용한다고 한다. 월주차 6~15만원이면 안심하고 차를 세워둘 수 있다고. 주차 공간도 여유 있고 감시 카메라가 작동하기 때문에 차를 타고 싶을 때 호텔까지 가야하는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이용한다고 한다.
갈 수 있는 공간이 제약되는 것도 단점이라면 단점. 좁은 골목이나 주차 공간이 없는 식당은 절대 찾을 수 없고 그로 인해 강남의 최근 생긴 레스토랑을 찾을 수 밖에 없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 키를 맡겼다가는 자칫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식사를 하다가 몇 번이고 내려가서 차를 빼주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아파트 과속방지턱에 걸려서 못가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지만 이것도 기우라고 한다. 페라리의 최저 지상고는 13.5cm이고 람보르기니는 그보다 좀 낮지만 한번도 걸려 넘지 못한 적은 없다고 한다.
실제로 수퍼카를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은 그리 많지 않다. 차값이나 보험료를 제외하고 월 100만원 정도라고 한다. 매일 같이 타는 차가 아니고 수퍼카라고 해도 연료비가 크게 좌우하지 않는다. 메인터넌스에 드는 비용이나 주차비가 오히려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보험료도 차값에 따라 약간 차이는 있지만 연간 650~700만원 정도.
수퍼카는 분명 인간이 스피드에 대한 열망이 빚어낸 하나의 작품이다. 그것을 소유할 수 있는 것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렇기까지 그 기본에는 자동차에 대한 애정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수퍼카 오너가 될 수 없다. 페라리 오너 헌장을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그들의 행운을 인정하고 함께 수퍼카에 대한 꿈을 꾸어보는 것은 어떨지.
율원 모터스
노승준 사장
몇 번의 전화통화 끝에 도로에서 만난 노승준씨는 수퍼카 클럽 회원 중 한명이다. 아버지가 운영하는 선박 부품회사에서 부사장을 맡고 있는 그는 자신의 꿈이었던 페라리를 소유하면서 그의 꿈을 나눠줄 수 있는 일을 준비하고 있다. 바로 이웃인 일본만 하더라도 200여대의 페라리가 한 대 모이는 페라리 브런치를 매년 열리는 것을 부러워만 하다가 이 땅에 수퍼카 문화를 심기로 작정을 한 것이다.
“지금 쿠즈 코퍼레이션에서 한국 정식 딜러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쿠즈 코퍼레이션이 이태리 본사에서 딜러권을 가지고 오는 것에 비해 전 독일 딜러를 통해 들여오고 있습니다. 대신 페라리 정비에 대한 노하우를 인수받는 조건으로 말입니다. 페라리를 파는 것은 쉬운 일입니다. 그것을 유지하고 정비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지요.”
노승준씨는 진정한 수퍼카는 페라리라고 이야기한다. 레이싱카의 좋은 혈통을 지니고 태어나 모터스포츠에서 쌓은 노하우를 일반 도로에 적용했고 페라리 오너 헌장과 같은 오랜 기간 동안 수퍼카의 자리를 지켜오면서 페라리만의 철학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수퍼카 중에서도 타보고 싶은 차가 있고 타고 나면 가지고 싶은 차가 있는데 페라리는 그 후자에 속한다고 한다.
그가 직접 수퍼카의 꿈을 나눠줄 율원 모터스는 파주에 전시장을 5월 중 오픈하고 정비공간도 함께 만들어 오너들이 간단한 정비는 직접할 수도 있게 해 수퍼카에 대한 사랑을 더 깊게 해주고 싶다고 한다.
쿠즈 코퍼레이션
한석용
수입차 모터쇼에서 정식 데뷔를 한 쿠즈 코퍼레이션은 올 한해 가장 주목을 받을만한 업체이다. 그들이 가지고 들여오는 모델은 다름 아닌 페라리와 마세라티이기 때문이다. 쿠즈 코퍼레이션의 라인 업은 페라리 360 모데나, 360 스파이더, 마세라티 쿠페, 마세라티 스파이더를 갖추고 있고 페라리 575m 마라넬로는 곧 선보일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애프터 서비스 시설까지 갖춘 전시장은 올해 말에 오픈할 계획이고 그 이전 임시 전시장은 신사동에 위치해 있다. 페라리와 마세라티는 카로체리아 스카리에띠, 오피치네 알피에리 마세라티라고 부르는 고객 주문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오너가 원하는 대로 색상 및 내장 재질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차를 가진다는 만족감을 주게 한다.
“현재 3대가 계약이 되어 있고 6월 초 출고를 하게 됩니다. 올해 저희가 팔 수 있는 대수는 페라리 10대, 마세라티 25대로 총 35대입니다. 내년에 배정되는 대수를 더 늘릴 수 있을거라 자신합니다. 페라리가 정식 딜러권을 잘 주지 않는 브랜드인데 저희 자본력과 열정을 믿고 주었습니다. 일본 콘즈와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이번 엔초 페라리 전시도 콘즈의 도움으로 이뤄진 셈이지요. 워낙 방대한 메이커이기에 1년에 한번씩 콘즈 데이를 개최합니다. 저희 오너나 예비 오너들과 함께 동참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페라리 오너 헌장
페라리를 타는 이들이 갖추어야 할 덕목
Joe Martz에 의해 쓰여진 글인데 페라리를 구입하는 이들에게 쥐어지는 헌장이다. 글 내용내용에 수퍼카를 타는 이들의 자부심과 그들의 책임의식까지 엿볼 수 있다.
1. 내 차는 항상 깨끗해야하며 눈에 잘 뜨일 수 있어야 한다. 내 차는 독특함이 늘 살아있어한번 보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경험이 되도록 해야한다.
2. 나는 또한 항상 정중하고 존경받는, 그리고 친근한 사람이 되야한다. 또한 누구도 무시하거나 비하하지 않을 것이며, 나와 내차에 대한 모든 질문에 대해 기꺼이 대답할 것이다.
3. 어디서나 가능한 범위내에서 나는 내차에 대한 관찰을 허락할 것이다. 그 누군가가 솔직하고 정중하게 다가온다면 나는 그사람을 내차에 앉도록 할 것이다. 나는 적극적으로 사진찍는것도 허락할 것이다.
4. 다음의 5번의 항목을 제외하고 나는 항상 교통법규와 지방 교통관습을 준수할 것이다.
5. 창조주와 엔초 페라리 그리고 페루초 람보르기니가 의도하는 페라리의 능력대로 내차를 다루는 것은 교통체증으로부터 벗어난 시야 좋고 한적한 시골길에서나 레이스를 위해서 적절하게 디자인된 서키트 같은 곳에서만 시도할 것이다.
6. 나는 통신수단이나 자선행사를 통해서 독특한 차에 대한 나의 열정과 기쁨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것이다.
7. 나는 내 차에 관한 완벽한 기록을 할것이며 내 차의 구매자와 함께 내가 전에 가지고 누려왔던 내 차에 대한 최대의 만족과 기쁨을 계속 얻을수 있도록 확신시키기 위해서 이를 따를 것이다.
8. 나는 항상 내 차로 뭔가를 시험해보거나 운전을 할 때 또는 내차를 누군가에게 보여줄 때 항상 미소를 지을 것이다. 내가 이런 차를 가지게 된 것이 얼마나 운좋은 것인가를 잊지 않을 것이며, 미래는 불확실하고 지금이 더없이 좋은 때라는 것을 꾸준히 다짐할 것이다.
수퍼카, 그 열망의 끝
한국에서 수퍼카를 탄다는 것!
수퍼카, 그 열망의 끝
지난 수입차 모터쇼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자동차가 바로 엔초 페라리다. 페라리 중에서도 한정생산되는 수퍼카를 만나기 위해 사람들은 모터쇼장으로 몰려 들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수퍼카는 한국에서는 ‘그림의 떡’이었다. 쿠즈 코퍼레이션이란 곳에서 페라리를 정식 수입하고 매니아들 중심으로 수퍼카를 들여올 계획이 차근차근 진행되어지고 있다. 수퍼카가 무엇이기에 사람을 열정으로 몰아놓고 그것을 타는 사람들은 어떤 문화를 누리고 있을까.
‘내 차는 항상 깨끗해야 하며 눈에 잘 뜨일 수 있어야 한다. 내 차는 독특함이 늘 살아있어한번 보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경험이 되도록 해야한다. 나와 내차에 대한 모든 질문에 대해 기꺼이 대답할 것이다’
이 글은 페라리를 타는 오너들이 지켜야 할 오너 헌장 중 한 대목이다. 페라리를 타는 자부심과 그들의 책임의식을 엿볼 수 있다. 수퍼카는 확실히 아무나 탈 수 있는 모델은 아니다. 천문학적인 차값, 여러 가지 불편한 사항이 도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마니아, 아니 모든 사람들은 한번쯤 수퍼카를 타고 싶어하고 갖고 싶어한다.
수퍼카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수퍼카는 일반 승용차와 분명히 구분되며 비슷한 성격의 스포츠카와도 출발하는 선이 다르다. 우선 스타일. 비슷비슷한 자동차가 많은 도로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번에 붙잡을 수 있어야 한다. 페라리의 이탈리안 레드, 람보르기니의 터프한 보디 라인, 포르쉐의 단단하고 야무진 스타일 이런 것을 갖추지 못하면 수퍼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퍼포먼스이다. 웬만한 차들이 100마력을 넘는 것은 기본이고 일반 세단 중에서도 250마력에 달하는 차들도 많다. 하지만 그들보다 월등히 높은 파워가 수퍼카의 조건이다. 튼튼한 심장을 얹는데 V12는 기본, 여기에서 내뿜는 출력은 300마력 이상이다. 물론 엔진 출력만 높다고 모두 수퍼카가 되는 것은 아니다. 튜닝을 통해 1000마력에 이르는 차들을 수퍼카라고 부르지 않는 것은 전체적인 차체 강성과 균형, 극도의 상황에서도 견뎌낼 수 있는 성능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높은 가격. 모든 사람이 꿈으로 간직하지만 그것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소수의 사람이다. 물론 높은 가격 때문이기는 하지만 수퍼카를 흔히 볼 수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수퍼카가 아닐 것이다.
수퍼카가 될 수 있는 조건이 이렇게 까다로운 것처럼 수퍼카의 오너가 될 수 있는 자격도 있다. 무엇보다도 자동차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수퍼카는 안락한 세단보다는 분명 불편한 점이 있다. 지금은 많은 부분이 전자화되고 안전장비도 갖추었지만 아직도 뻑뻑한 클러치와 무거운 스티어링 휠, 낮은 시트 포지션 등으로 일반차와는 다른 운전을 해야만 한다. 이런 점을 불편함으로 생각한다면 수퍼카를 타기 힘들다. 페라리의 하이톤에 가까운 엔진 배기음이나 포르쉐의 낮은 베이스 음이 음악처럼 들리고 무거운 클러치도 기꺼이 가뿐하게 밟을 수 있어야 한다. 이건 무조건적인 사랑에 의해 가능하다. 자신한테 차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에 자신을 맞출 수 있는 절대적인 사랑에 의해 가능한 것이다.
또한 수퍼카는 항상 애정어린 보살핌을 필요로 한다. 모든 차종이 매일매일 정비를 해야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보통 그렇게 하지 않는다. 수퍼카는 고장이 나서 정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예방 차원에서, 아니 애정어린 손길로 매일 보살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국내 수퍼카는 100여대가 들어와 있다고 한다. 페라리가 35~40여대에 이르고 람보르기니 2대, 포르쉐 GT3, GT2 급 등등. 물론 도로에서 볼 수 있는 차도 있지만 개인적인 수집으로 인해 차고 안에 얌전히 모셔져 있는 경우도 있다. 삼성 그룹의 이건희 회장의 자동차에 대한 열정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을 정도. 그의 차고에는 정말 보기 힘든 모델들이 전시되어 있고 간혹 용인 스피드 웨이에서 주행을 즐긴다고 알려져 있다.
수퍼카를 타는 사람들은 그 특성 때문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아직까지 수입차를 타는 것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대중이 수퍼카는 더 말할 나위가 있을까. 그렇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클럽이 조금씩 형성되고 있다. 포르쉐 클럽이 오래전부터 활동을 해왔고(정보석씨가 포르쉐 클럽 부회장이라고 한다) 수퍼카 클럽이 형성되었다. 15여명이 자주 만나 차에 대한 정보도 교환하고 그룹 드라이빙을 즐기기도 하는데.
한번은 클럽 회원 중 한사람이 용인 스피드 웨이에서 열리는 드래그 레이스에 참가하게 되었다고 한다. 응원차 함께 가자고 해서 몇 명이 함께 나섰다고. 페라리 360 모데나, 람보르기니 무르치엘라고, 다지 바이퍼, 포르쉐 GT3 등이 스피드 웨이에 들어서니 사람들이 그차를 보려고 구름처럼 몰려들어 행사를 진행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고. 주최측에서 시선을 뺏기니 나가달라고 해서 행사도 보지 못한 채 나온 일이 있을 정도다.
한국에서 수퍼카를 타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 주차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한다. 수퍼카는 일반 차에 비해 트레드(차폭)가 넒은 경우가 많다. 주차선을 빠듯하게 그려 놓은 곳은 두 대 자리에 한 대를 세운다던지, 겨우 세운다고 하더라도 문을 열고 나오기 힘든 구조다. 개인 주택 개인 차고가 아니라면 일반 아파트나 빌라, 오피스텔에는 세우기 힘들다고 한다. 수퍼카는 주로 젊은층이 많은데 그들의 주거 공간은 아파트나 빌라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로 호텔 주차장을 이용한다고 한다. 월주차 6~15만원이면 안심하고 차를 세워둘 수 있다고. 주차 공간도 여유 있고 감시 카메라가 작동하기 때문에 차를 타고 싶을 때 호텔까지 가야하는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이용한다고 한다.
갈 수 있는 공간이 제약되는 것도 단점이라면 단점. 좁은 골목이나 주차 공간이 없는 식당은 절대 찾을 수 없고 그로 인해 강남의 최근 생긴 레스토랑을 찾을 수 밖에 없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 키를 맡겼다가는 자칫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식사를 하다가 몇 번이고 내려가서 차를 빼주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아파트 과속방지턱에 걸려서 못가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지만 이것도 기우라고 한다. 페라리의 최저 지상고는 13.5cm이고 람보르기니는 그보다 좀 낮지만 한번도 걸려 넘지 못한 적은 없다고 한다.
실제로 수퍼카를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은 그리 많지 않다. 차값이나 보험료를 제외하고 월 100만원 정도라고 한다. 매일 같이 타는 차가 아니고 수퍼카라고 해도 연료비가 크게 좌우하지 않는다. 메인터넌스에 드는 비용이나 주차비가 오히려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보험료도 차값에 따라 약간 차이는 있지만 연간 650~700만원 정도.
수퍼카는 분명 인간이 스피드에 대한 열망이 빚어낸 하나의 작품이다. 그것을 소유할 수 있는 것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렇기까지 그 기본에는 자동차에 대한 애정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수퍼카 오너가 될 수 없다. 페라리 오너 헌장을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그들의 행운을 인정하고 함께 수퍼카에 대한 꿈을 꾸어보는 것은 어떨지.
율원 모터스
노승준 사장
몇 번의 전화통화 끝에 도로에서 만난 노승준씨는 수퍼카 클럽 회원 중 한명이다. 아버지가 운영하는 선박 부품회사에서 부사장을 맡고 있는 그는 자신의 꿈이었던 페라리를 소유하면서 그의 꿈을 나눠줄 수 있는 일을 준비하고 있다. 바로 이웃인 일본만 하더라도 200여대의 페라리가 한 대 모이는 페라리 브런치를 매년 열리는 것을 부러워만 하다가 이 땅에 수퍼카 문화를 심기로 작정을 한 것이다.
“지금 쿠즈 코퍼레이션에서 한국 정식 딜러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쿠즈 코퍼레이션이 이태리 본사에서 딜러권을 가지고 오는 것에 비해 전 독일 딜러를 통해 들여오고 있습니다. 대신 페라리 정비에 대한 노하우를 인수받는 조건으로 말입니다. 페라리를 파는 것은 쉬운 일입니다. 그것을 유지하고 정비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지요.”
노승준씨는 진정한 수퍼카는 페라리라고 이야기한다. 레이싱카의 좋은 혈통을 지니고 태어나 모터스포츠에서 쌓은 노하우를 일반 도로에 적용했고 페라리 오너 헌장과 같은 오랜 기간 동안 수퍼카의 자리를 지켜오면서 페라리만의 철학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수퍼카 중에서도 타보고 싶은 차가 있고 타고 나면 가지고 싶은 차가 있는데 페라리는 그 후자에 속한다고 한다.
그가 직접 수퍼카의 꿈을 나눠줄 율원 모터스는 파주에 전시장을 5월 중 오픈하고 정비공간도 함께 만들어 오너들이 간단한 정비는 직접할 수도 있게 해 수퍼카에 대한 사랑을 더 깊게 해주고 싶다고 한다.
쿠즈 코퍼레이션
한석용
수입차 모터쇼에서 정식 데뷔를 한 쿠즈 코퍼레이션은 올 한해 가장 주목을 받을만한 업체이다. 그들이 가지고 들여오는 모델은 다름 아닌 페라리와 마세라티이기 때문이다. 쿠즈 코퍼레이션의 라인 업은 페라리 360 모데나, 360 스파이더, 마세라티 쿠페, 마세라티 스파이더를 갖추고 있고 페라리 575m 마라넬로는 곧 선보일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애프터 서비스 시설까지 갖춘 전시장은 올해 말에 오픈할 계획이고 그 이전 임시 전시장은 신사동에 위치해 있다. 페라리와 마세라티는 카로체리아 스카리에띠, 오피치네 알피에리 마세라티라고 부르는 고객 주문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오너가 원하는 대로 색상 및 내장 재질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차를 가진다는 만족감을 주게 한다.
“현재 3대가 계약이 되어 있고 6월 초 출고를 하게 됩니다. 올해 저희가 팔 수 있는 대수는 페라리 10대, 마세라티 25대로 총 35대입니다. 내년에 배정되는 대수를 더 늘릴 수 있을거라 자신합니다. 페라리가 정식 딜러권을 잘 주지 않는 브랜드인데 저희 자본력과 열정을 믿고 주었습니다. 일본 콘즈와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이번 엔초 페라리 전시도 콘즈의 도움으로 이뤄진 셈이지요. 워낙 방대한 메이커이기에 1년에 한번씩 콘즈 데이를 개최합니다. 저희 오너나 예비 오너들과 함께 동참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페라리 오너 헌장
페라리를 타는 이들이 갖추어야 할 덕목
Joe Martz에 의해 쓰여진 글인데 페라리를 구입하는 이들에게 쥐어지는 헌장이다. 글 내용내용에 수퍼카를 타는 이들의 자부심과 그들의 책임의식까지 엿볼 수 있다.
1. 내 차는 항상 깨끗해야하며 눈에 잘 뜨일 수 있어야 한다. 내 차는 독특함이 늘 살아있어한번 보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경험이 되도록 해야한다.
2. 나는 또한 항상 정중하고 존경받는, 그리고 친근한 사람이 되야한다. 또한 누구도 무시하거나 비하하지 않을 것이며, 나와 내차에 대한 모든 질문에 대해 기꺼이 대답할 것이다.
3. 어디서나 가능한 범위내에서 나는 내차에 대한 관찰을 허락할 것이다. 그 누군가가 솔직하고 정중하게 다가온다면 나는 그사람을 내차에 앉도록 할 것이다. 나는 적극적으로 사진찍는것도 허락할 것이다.
4. 다음의 5번의 항목을 제외하고 나는 항상 교통법규와 지방 교통관습을 준수할 것이다.
5. 창조주와 엔초 페라리 그리고 페루초 람보르기니가 의도하는 페라리의 능력대로 내차를 다루는 것은 교통체증으로부터 벗어난 시야 좋고 한적한 시골길에서나 레이스를 위해서 적절하게 디자인된 서키트 같은 곳에서만 시도할 것이다.
6. 나는 통신수단이나 자선행사를 통해서 독특한 차에 대한 나의 열정과 기쁨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것이다.
7. 나는 내 차에 관한 완벽한 기록을 할것이며 내 차의 구매자와 함께 내가 전에 가지고 누려왔던 내 차에 대한 최대의 만족과 기쁨을 계속 얻을수 있도록 확신시키기 위해서 이를 따를 것이다.
8. 나는 항상 내 차로 뭔가를 시험해보거나 운전을 할 때 또는 내차를 누군가에게 보여줄 때 항상 미소를 지을 것이다. 내가 이런 차를 가지게 된 것이 얼마나 운좋은 것인가를 잊지 않을 것이며, 미래는 불확실하고 지금이 더없이 좋은 때라는 것을 꾸준히 다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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