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생은 아름다워>중 오펜바흐의<뱃노래>-
아름다운 건 무엇인가?
그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름다움이 ‘인생’이라고 한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지. 아마 그 말이 채 끝나기
도 전에 엄청난 격론의 물결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지금 행복한 사람은 ‘yes!', 불행이 현재진형형인 사람은 ’oh, no!' 로……. 하지만 불행한 죽음에 임박해서도
생(生)이 아름다움을 얘기했던 인물이 있다. 바로 러시아의 혁명가 트로츠키(Leon Trotskii). 그는 숙적 스탈린
이 보낸 암살자가 자신에게 총구를 겨누는 순간에도 이렇게 독백했다. “그래도 인생은 아름답다!” 고. 이탈리아
의 대표적인 희극배우이자 영화 감독인 로베르토 베니니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Life Is Beautiful/La Vita
E Bella)>는 이 트로츠키의 독백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1999년 아카데미 무대에서, 이탈리아 영화로서는 최초로 남우주연상,외국어영화상, 음악상 등을 수상함으로써
소피아 로렌을 눈물짓게 하고 베니니를 환호하게 했던 이 영화는 영화 제목과는 달리 인생의 행복, 불행에 대해
서 다시 한번 심사숙고하게 하는 영화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태인 수용소의 참혹한 현실로부터 아들을 지키기 위해 눈물겨운 사투를 벌이는 아버지
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소박하고 유머러스한 시골 청년인 귀도가 아름다운 처녀 도라를 만나 한눈에 반하
고 사랑을 이루기까지의 경쾌하고 유머러스한 전편, 이후 후반부는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이르고 독일군의
이탈리아 점령이 시작되면서 유태인인 귀도와 아들 조슈아가 포로수용소에 끌려가게 되는 비극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 비극은 갑작스러운 불행과 공포에 떨던 도라가 자신은 유태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가족을
따라 수용소에 갈 것을 자청하고, 순진한 아들에게 수용소의 비참함을 감추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아버지
귀도의 슬픈, 그러나 일면으로 슬퍼 보이지 않는 장면들로 해서 오히려 더 비극적이고, 목소리 높인 요란한 강변
보다 조용한 한마디의 지적이 더욱 가슴을 파고들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 보인 수작(秀作)이었다.
이 영화의 메시지를 더욱 효과적으로 다가오게 했던 음악. 바로 오펜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에 나오는 이중창
<뱃노래- 아름다운 밤(Bell nuit o nuit d' amour)>이다.
도라를 사랑하게 된 귀도가 오페라 극장에서 온 몸으로 그 사랑을 호소할 때 무대에서 공연되고 있던 부분이고,
유태인 수용소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수용소 마이크를 통해 흘려 보냄으로써 도라로 하여금 남편과 아들의 무사
함, 그리고 그녀를 향한 사랑이 변치 않음을 확인하게 하고 눈물짓게 하던 장면에서 다시 한번 보는 이를 감동
케 하던 선율이다.
그러나 그저 아름다운 오페라 아리아의 선율이고, 주인공들의 사랑을 연결시키는 모티브만으로 이 음악이 삽입
된 것은 아니다. 오페라<호프만의 이야기>는 호프만이란 한 남성이 자기가 겪은 4명의 여성들과의 사랑 이야기
를 통해 남자가 인생을 통해 겪을 수 있는 4종류의 사랑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형식인데, <인생은 아름다
워>에 나오는 부분은 2막의 술집 여자와의 사랑이야기 속에 나온다. 줄리에타라고 하는 술집 여자의 유혹으로
사랑에 빠진 호프만이 사랑에 눈이 멀어 마술사 다페르투토의 도움으로 그녀의 정부를 죽이고 말지만, 정작 줄
리에타는 그런 호프만을 비웃으며 디페르투토와 함께 곤돌라를 타고 달빛이 비치는 물위로 떠나가는 장면에서
불리어 진다.
한 눈에 반한 사랑, 그러나 차가운 배신, 악마에게 연인을 빼앗기는 비극의 사랑인 셈인데, 그러므로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하필 귀도가 도라에게 그 사랑을 고백할 때 이 음악이 삽입된 것은 바로 두 사람 앞에 드리워진
비극을 암시하는 소도구인 것이다. 실제로 이 소박하고 행복한 이 커플은 냉혹한 역사의 소용돌이 앞에서 비극
적으로 무너지게 된다. 물론 결정적으로는 결국 그 사랑이 귀도의 눈물겨운 희생으로 해서 오히려 ‘완벽한’
완성에 이르렀으나 보는 사람은 내내 눈물겹다. 영화<인생은 아름다워>는 그런 면에서 보면 볼수록 다시 한번
무릎을 치게 한다.그리고 한 자락 아름다운 선율이 이토록 효과적인 각인(刻印)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흐뭇하고
또 흐뭇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