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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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화의
도구’
“인간은
진정 구원을 받아야 하고 인간 사회는 쇄신되어야 한다”(사목헌장
3항)
1.
“사제들은
하느님의 복음을 모든 사람에게 선포하는 것이 첫째 직무이다.……
사제들은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을 전수하고 교리를 설명하거나,
당대의
문제들을 그리스도의 빛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거나.
언제나 자신의
지혜가 아닌 하느님의 말씀을 가르치고 모든 사람을 끊임없이 회개와 성덕으로 부르는 것이 사제들의 소임이다.”(제2차
바티칸 공의회,
사제의
직무와 생활에 관한 교령,
4항)
그렇습니다.
일선
사목현장에서 사제들은 하느님의 복음을 선포합니다.
그렇지만 쉽지
않습니다.
공의회는 같은
항에서 앞의 인용에 이어 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 세계의 상황에서 사제들의 설교는 흔히 매우 어려운 일이어서,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적절하게 움직이려면,
하느님의
말씀을 일반적으로나 추상적으로만 설명할 것이 아니라,
복음의
영원한 진리를 구체적인 생활환경에 적응시켜 설명하여야 한다”고 말입니다.
2.
사제들의
설교를 듣는 사람들을 우리는 ‘하느님의 백성’,
혹은
‘하느님의 자녀’라고 합니다.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모든 사람이 사제들의 설교를 듣고 싶어 합니다.
바로 사제들이
선포하는 것은 하느님의 복음이며 구원의 기쁜 소식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복음,
구원의 기쁜
소식을 믿음으로 받아들이고 성사생활을 하는 ‘하느님 백성’은 그들이 받은 성사의 은총과 구원의
기쁜 소식을 온 세상에 선포하는 사명,
곧 복음화의
사명을 갖습니다.
이 하느님
백성은 “삶의 순례에서 그리스도와 함께
하느님께 의탁하며 재물의 종살이에서 벗어나 영원한 보화를 추구하는 사람”입니다.
하느님의
백성은 “하느님의 나라를 넓히며 그리스도
정신으로 현세 질서를 바로 세우고 완성하기 위하여 아낌없이 자신을 온전히”
바치고자
합니다.(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
4항)
공의회는 교우들에게 이렇게
권고합니다.
“현대에는 새로운 문제들이 일어나고
중대한 오류들이 널리 퍼져,
종교,
도덕
질서,
인간 사회
자체의 기초를 무너뜨리려 하기 때문에,
평신도들이
각자 타고난 재능과 지식에 따라,
교회
정신대로,
그리스도교
원리를 밝히고 옹호하며,
이 시대의
문제들을 올바로 적응시켜야 할 자신의 역할을 더욱 열심히 수행하도록 이 거룩한 공의회는 진심으로 권고한다.”(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
5항)
“교우들은
본당에서 자기 사제들과 긴밀히 일치하여 ……
인간
구원에 관련되는 문제들은 물론,
자신과
세상의 문제들을 교회 공동체에 들고 와서 함께 논의하고 연구하고 해결하여야 한다.”(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
10항)
3.
우리 교회가
‘신앙의 해’를 지내는 배경에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65)개막 50년,
그 공의회의
정신을 담은 새 교리서인 ‘가톨릭교회
교리서’(1992) 공표 20년을 기념하기
위해서입니다.
공의회는
교회헌장과 사목헌장을 통해 교회의 본성과 사명을 새롭게 제시하였습니다.
교회는
‘하느님 백성’이며,
‘그리스도의
성사’로서 “하느님과 이루는 깊은 결합과 온
인류가 이루는 일치의 표징이며 도구”입니다.(교회헌장,
1항) 교회는 “성령의 인도로 그리스도께서 하시던
일을 계속하기 위해”
“모든 시대에
걸쳐 시대의 징표를 탐구하고 이를 복음의 빛으로 해석해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고 공의회는
강조합니다.(사목헌장
3,
4항)
…
…
…
6. 교회와 세상의
관계를 놓고 오해하는 것이 있습니다. ‘정교분리(政敎分離)’를 ‘정치와 종교의 분리’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조어(造語)
규칙대로라면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뜻하려면 ‘정종분리’라고 해야 하지만,
엄연히 ‘정교분리’입니다.
영어로도 the Principle of the Separation
Between the State and the Church, 곧 국가(정치공동체)와 교회의 분리를 말하는 것이지, 종교(the
Religion)과 정치(the Politics)의 분리가
아닙니다. 정교분리는 오해하는 것처럼 ‘정치’와 ‘종교’라는 인간의 생활 영역의 분리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치하는 사람이 따로 있고, 종교 생활하는 사람이 따로 있고, 경제 활동하는 사람이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왕국(王國)
시절에는 그랬습니다. 왕족과 귀족이 모든 것을
독점하고, 평민과 노예는 철저하게 수동적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근대 및 현대의 민국(民國)에서는 현실적 이유로 일정권력을 특정인에게 위임하더라고 궁극적으로 그 모든
생활(정치, 경제,
문화 등)을 주체적으로 꾸려가는 주체는 어디까지나
시민(사회)입니다.
7. ‘정교분리’(혹은 정교불간섭)는 역사 속에서 오랜 기간 교회공동체의 체험을 통해 변화를 거듭한
논리로서, 국가(정확히는 정부)와 교회라는 조직(기구)의 독립적 운영(불간섭)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 조직 운영의 독립을 말하더라도 국가(정부)든 교회든 그 조직 유지 자체가 절대적 목적은 아닙니다. 교회는 정부(국가)든 교회든 시민과 사회의 참된 발전을 위한 수단이며 도구라고 믿고
가르칩니다.
8. 분리할 수도 분리시킬 수도 없는 삶, 곧 정치와 종교를 분리해야 한다고 오해하고 왜곡하는 이유는 아마도 근대화의
과정을 건너 뛴 결과일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 사회의 근대화는 역사
발전의 과정을 거쳐 성취했다기보다는 갑작스럽게 도래한 것입니다.
왕국(王國)에서 민국(民國)에로의 발전을 위해 기울여야만 할 공동체의 노력(수고와 땀과 희생)이 생략된 채 갑자기 닥친 것이 우리의 근대입니다. 그 때문에 교회와 국가의 관계에 대한 바른 의식을 형성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격동의 현대사에서 정치와 종교를 지배 권력의
도구로 삼으려는 사람들, 혹은 그 권력에 부역하는 지식인과 언론의
의도적인 조작과 무책임이 이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인식시켰습니다.
대체로 교회가 세상 문제에 관심을 두고 시시비비를 따지는 것,
곧 거짓 가운데서 진리를, 불의 속에서 정의를, 어둠 속에서 빛을 찾으려는 교회의 활동을 불편하게 여기는 정치, 경제,
종교 및 문화 영역의 ‘폐쇄적 지배집단’이 이 ‘정치와 종교’의 불간섭주의를 내세우고 설파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그 같은 설명이
가능해집니다.
9. 그러나 교회는 그 본성과 사명에서 ‘세상’과 무관할 수 없습니다. 창조주 하느님께서 처음부터 계획하셨고, 성자께서 세우셨고, 성령께서 인도하시는 교회는 세상 안에서 ‘인류 구원의 표지이며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인류 구원’은 미완성의 역사 속에서 ‘참 인간화’와 ‘참 사회화’를 향한 하느님의 역사(役事)입니다. 교회는 하느님의 역사를 위해 선택된 삼위일체 하느님의 도구입니다.
‘참 인간화’는 그리스도교의 인간관 즉 하느님을 닮고, 예수님의 벗이며,
성령의 궁전인 존엄함을 가진 전인(全人)의
실현이며, ‘참 사회화’는 이 인간의 본성에 기인한 사회성에 바탕을 둔 공동선(共同善)의 실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공동선은 “집단이든 구성원 개인이든 자기완성을 더욱 충만하고 더욱 용이하게 추구하도록 하는
사회생활 조건의 총화”라고 하는데, 이를 ‘사회정의’라 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과 사회가 삶을 가꾸어갈 터전을 편의상 ‘자연환경’과 ‘인간 환경’으로 구별하는데,
공동선과 사회정의가 바로 이 ‘인간 환경’에 해당됩니다.
깨끗한 물과 공기가 있어야 사람들이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것처럼,
공동선과 사회정의가 실현되어야 사람과 사회가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정치든, 경제든, 문화든,
제도든, 법이든, 국제질서든,
개인이나 사회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삶의
환경’이 조건을 갖추도록 노력하는 것은, 교회든 정부든 모두의 임무입니다.
교회는 결코 현세적 야심을 갖고 세상문제에, 일부의 사람들이 목소리 높이는, “쓸데없이 간섭”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교회는 공동선과 사회정의의 실현을 위해 선의의 모든 사람과 대화와
협력을 아끼지 않으며, 이 대화와 협력이야말로 인류 가족에 대한 교회의
연대와 존경과 사랑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믿습니다.(2차 바티칸 공의회 교회헌장, 3항 참조)
10. 사회교리는 사제들이 복음의 영원한 진리를 당대의 문제들과 구체적인 생활환경에 적응시켜
설명하고, 교우들이 인간 구원에 관련되는 문제들은 물론, 자신과 세상의 문제들을 교회 공동체에 들고 와서 함께 논의하고 연구하고 해결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11. ‘교회의 사회교리 원리들’(인간 존엄성,
공동선, 재화의 보편목적, 보조성,
책임과 참여, 연대의 원리들)은 사회생활 전 영역에 적용되어야 할 것들로서 ‘당대의 문제’
및 교우들의 ‘구체적인 생활환경’과 ‘세상의 문제들’의 상황을 해석하고 판단하며 실천하는데 길잡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회생활의 근본 가치들(진리,
자유, 정의, 사회정치적 애덕)은 사회생활 전 영역에서 실현되어야 할 가치들입니다.
12. 사회교리는
‘구체적 생활환경’, ‘당대의 문제’, ‘세상의 문제’들을 탐구하고 복음의 빛으로 해석하고, 나아갈 길을 제시함으로써 그리스도 정신을 스며들게 하는 ‘복음화의 도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