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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져도 좋은날

작성자함께하면(서울)|작성시간26.05.06|조회수227 목록 댓글 10


화창한 어린이날, 모처럼 자전거를 끌고 뚝섬으로 향했다. 마침 '포켓몬 런' 행사가 열리고 있어 공원은 평소보다 활기찬 에너지로 북적이고 있었다.
기분 좋게 평탄한 길을 달리던 그때, 뒤에서 과속하던 자전거 한 대가 내 자전거를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나는 자전거와 함께 나동그라 졌고, 무릎 쪽 옷은 찢겨 나갔다. 바닥에 쓸린 무릎에서는 피가 배어 나왔다. 당황스러운 순간이었지만, 나보다 더 당황한 것은 나를 친 젊은이였다.
함께 넘어진 그 청년은 즉시 달려와 내 상태를 살피며 연신 "죄송합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어쩔 줄 몰라 하며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를 내 휴대전화에 직접 입력해주고는, 어서 병원부터 가보시라며 진심 어린 걱정을 쏟아냈다.
내게도 조금의 잘못이 있음에도 청년은 그런 티조차 내지 않았다.
요즘 같은 세상에 사고가 나면 일단 목소리부터 높이거나 책임을 회피하려는 이들이 많은데, 이 청년의 태도는 참으로 정직하고 순수했다.
"뼈에는 이상 없는 것 같으니 너무 걱정 말고 가보세요." 청년을 안심시켜 보낸 뒤 집에 도착해 보니 부재중 전화가 두 통이나 와 있었다. 혹시나 내가 큰 부상을 입었을까 봐, 혹은 요즘 흔히 말하는 '보상' 문제로 마음을 졸이고 있었을 청년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지나가는 차의 백미러에 팔을 갖다대고 합의금을 받아내는 인간들을 경멸해 오던 나였다.
나는 그 걱정스러운 마음을 닦아주고 싶어 조용히 문자를 남겼다.
"걸어보니 별 문제는 없는 것 같아요. 전화를 못 받아서 미안하고, 이렇게 마음 써 줘서 고맙네요. 자전거끼리 서로 정이 있어서 부딪힌 모양이니, 봄날의 좋은 추억으로 생각합시다. 무릎이야 연고 바르면 곧 낫겠지요.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잠시 후, 송구하고 감사하다는 답장이 도착했다. 찢어진 바지와 까진 무릎은 남았지만, 마음만은 그 어느 때보다 화창해진 기분이었다.
타인을 탓하기보다 너그럽게 품어주는 마음, 그리고 자신의 잘못을 진솔하게 사과할 줄 아는 용기. 이 두 마음이 만난 덕분에 뚝섬에서의 사고는 '불운'이 아닌 '봄날의 따뜻한 추억'이 되었다.
무릎의 상처는 곧 아물겠지만, 이날 나눈 온기는 오래도록 내 마음에 머물 것 같은, 마음 개운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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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덧마루 | 작성시간 26.05.07 그 청년도 인성이 좋지만 님또한 그러하니까
    그게 기분 좋은거겠지요..각박한 세상이라지만 이런분들이 있어 마음 흐뭇합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재가(서울) | 작성시간 26.05.07 님의성품이 좋으시니 앞으로 좋은일들만 있을꺼예요^^
  • 작성자희원(인천) | 작성시간 26.05.07 멋진 모습입니다..^^
  • 작성자말없는로사 ㅡ부산 | 작성시간 26.05.10 현명신분같아요두분다넘복받으실꺼요
  • 작성자자윤 | 작성시간 26.05.10 다치신데는 괜찮으신가요 ㅡㅡ 글을읽는 내내 맘이 훈훈합니다우리살아가는데 이런세상이면. 참좋겟네요 오늘도 행복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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