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에서는 매일 아침 해가 뜨고, 어김없이 삶의 끝자락을 마주하는 일들이 펼쳐진다. 누군가는 평온하게 하루를 보내지만, 또 누군가는 감춰두었던 본성을 드러내며 평화를 깨뜨리기도 한다.
오십 대 요양보호사 선생님 이 떨리는 목소리로 달려와 내뱉은 첫마디는 "저, 이 요양원에서 더는 일 못 하겠습니다. 사직 처리해 주세요"였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기가 막혔다. 기저귀를 갈아드릴 때마다 틈을 타 가슴을 만지는 남자 어르신 때문에 수치심을 견디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심호흡을 하고 어르신이 계신 방으로 향하여 단호하게 말씀드렸다. "어르신, 선생님들께 그러면 절대로 안 됩니다. 이건 아주 잘못된 행동입니다."
그러자 어르신은 기다렸다는 듯 거친 욕설을 쏟아내며 소리를 지르셨다.
"야! 그 X들은 내 기저귀 봐준다고 내 몸을 지들 맘대로 만지는데, 나는 왜 못만져! 왜 나보고만 난리야!
참담했다. 돌봄이라는 숭고한 행위가 이분에게는 그저 유희로 비치고 있었다는 사실이 뼈아팠다. 몇 번을 타일러도 '월급은 우리가 낸 세금으로 받지 않느냐'며 빳빳하게 고개를 세우시던 어르신.
나는 더 이상 정중한 태도를 유지할 수 없었다. 목소리를 낮추고, 하지만 가장 단호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어르신, 계속 이러시면 더 이상 저희가 모실 수 없습니다. 따님과 며느님께 전화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어르신의 가족이, 누군가에게 이런 일을 당하면서까지 어르신을 돌보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분들이 어르신의 이런 모습을 알게 된다면, 과연 어떤 마음이 들까요?"
평소 '나랏돈을 받는다'며 당당하시던 어르신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욕설을 뱉던 입술이 멈추고, 굳어버린 표정으로 어금니를 꽉 깨무셨다. 잠시 흐른 적막 속에 어르신은 고개를 떨구었다.
"……미안해. 앞으로 안 만질게."
그 말에는 항복이 아닌, 자신의 치부를 들킨 노인의 비참함이 묻어 있었다. 방문을 닫고 나오며 묘한 허무함이 밀려왔다. 우리는 왜 서로를 보살피며 이렇게까지 민망하고 부끄러운 감정을 감내해야 하는 걸까.
요양원이라는 공간은 인간의 가장 연약한 모습이 드러나는 곳이다. 누군가는 그 속에서 진심을 다해 생명을 껴안고, 누군가는 자신의 권위가 무너지는 것을 견디지 못해 돌발 향동을 한다. 하지만 그 비루한 소동 끝에서도 결국 우리는 '가족'이라는 단어 하나로 그 어른의 자존심을 묶어둘 수밖에 없었다.
어른이 된다는 것, 그리고 늙어간다는 것. 그 과정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존엄을 지켜주는 일이어야 함을 다시금 실감한다. 오늘도 우리는 다시 그 방문을 열고, 씁쓸한 마음을 털어낸 채 어르신을 향해 미소 지을 준비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선택한, 이 좁고 깊은 돌봄의 길이기 때문이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김춘임 작성시간 26.06.04 많이 배우고 갑니다.
글 솜씨도 좋으시시고 ~또 글이 올라왔나 하고 기다려집니다♡ -
작성자미~소 작성시간 26.06.04 네 기다려지는 글 솜씨입니다~
-
작성자산내들-(경북) 작성시간 26.06.05 그런행동을 하시는 어르신들은 혼자케어 하시면 안되고 2인1조 로케어 하십시요. 한분은 어르신 손을 잡으시고 한분은 기저귀를 갈아드립니다
그리고 기분좋은말씀을 드립니다. 뽀숑뽀송하니 기분좋으시겠습니다. 이렇게요. ㅎㅎ -
작성자기준 산성 작성시간 26.06.06 저는 제가 요양사입니다
정말 말 못할 일들이 많습니다 어르신 자존심을 헤아려 참고 참습니다
어르신이 저보고 안아 달라고 하십니다 엔톨핀이 나와 당신 건강이 좋와질것 갔다며 방문 할때마다 안아달라고 하고 손 잡고 있자고 합니다 거절 했더니 한달간 삐저이었습니다
센타에 애기했더니 녹음기 착용 하는것 주셨는데 너무 조잡합니다 어르신이 단번에 녹음기라고 아시고 달지말라 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역지사지 작성시간 26.06.07 참 곱게늙어야지
미쳤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