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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 이야기 4

작성자함께하면(서울)|작성시간26.06.14|조회수188 목록 댓글 5

기억의 빈터에서 건네받은 사탕 한 알.

2012년, 요양원이라는 낯선 공간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의 긴장감은 지금도 생생하다. 입사 일주일 만에 맞닥뜨린 첫 야간 근무는 초보 요양사에게는 거대한 파도와 같았다. 어르신들의 성함과 복용 약, 저마다 다른 기저 질환과 생활 습관을 채 숙지하기도 전이었으니, 밤을 지새워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긴장하고 있던 초저녁부터 휠체어를 타고 복도 구석구석을 누비며 혼잣말을 읊조리시던 한 어르신이 계셨다. 선배 요양사는 내게 그분에 대해 짧게 일러주었다. 젊은 시절 남편을 여의고 억척스럽게 홀로 딸을 키워 출가시킨 분이라고. 그러나 세월의 모진 풍파를 견뎌온 노구에는 치매라는 잔혹한 손님이 자리 잡고 있었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기운이 장사였지만, 눈에 보이는 것은 무엇이든 입으로 가져가는 습관 때문에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분이었다. 특히 배설물을 만지거나 드시는 일이 잦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선배의 당부는 갓 시작한 초보 요양사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짓눌렀다.
야간 일지를 정리하던 어느 순간, 그 어르신이 휠체어를 타고 내 곁으로 다가오셨다.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시던 어르신은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괴춤에서 사탕 하나를 꺼내 불쑥 내미셨다.
"묵어라!"
어르신의 투박한 손에는 세월의 흔적과 치매의 그늘이 묻어 있었다.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사탕을 건네받았지만, 순간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내민 사탕 위로 짙은 대변 냄새가 코를 찔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눈을 빤히 바라보며 독촉하는 어르신의 순수한 성의를 차마 외면할 수 없어서 나는 찡그림을 억지로 참아내며 사탕을 입안에 넣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어르신은 세수비누를 뜯어 드시기도 하고, 침대 매트의 스펀지까지 씹어 삼키실 만큼 무엇이든 입으로 확인하려 하셨다. 당신의 딸이 찾아와 손을 잡고 울먹여도, 오히려 나를 바라보며 "이 아지매는 누군교?"라고 묻곤 하셨다. 자식의 얼굴도, 자신의 삶도, 맛의 구별조차 희미해진 그분에게 남아있던 유일한 기억은 어쩌면 '나눔'이라는 본능뿐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날, 씁쓸함과 뭉클함이 뒤섞인 사탕 한 알을 씹으며 나는 치매가 가져오는 잔혹한 상실을 목격했다. 자아와 기억이 모래성처럼 허물어지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봐야 한다는 두려움. 그것이 나의 요양사로서의 시작이었다.
치매라는 무서운 굴레 속에서도 타인에게 무언가를 건네려 했던 어르신의 그 투박한 손길은, 훗날 내가 누군가의 삶을 온전히 보듬어 나가는 긴 여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존엄'의 의미가 되어주었다. 기억의 빈터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사람의 온기를, 나는 그 밤의 사탕 한 알을 통해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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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가을엔(서울) | 작성시간 26.06.14 마니 기다렸는데
    올려주셨내요

    치매가 아닌 예쁜
    기억속에서 살아갈수
    있도록 준비를ᆢ
    그리고 노력해
    보렵니다

    보통 나중에 먹을께요
    라고 할수 있으련만ᆢ

    바라보는 눈빛에
    매료되어 역한 냄새 마저도
    달게 느끼신 샘은
    어떤 분 이실까요 ?
    사랑 합니다
    댓글 이모티콘
  • 작성자함께하면(서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4 "어서 묵어라!" 하시는 눈길에는 먹을것을 챙겨주시고 손자를 바라보는... 그런 정겨운 시선이었기에 나중이란 생각은 할수도 없었답니다. 허접한 글 기다리셨다니 몸둘바 모르겠네요. 감사합니다.^!^
  • 작성자꿀밤 | 작성시간 26.06.14 작가하셔도 되겠어요
    수필 읽는것 같아요
  • 작성자함께하면(서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4 선생니~임~?
    이런말씀 하시면 바보같은 저는 진짜인줄 안다구요... ㅎ
    휴일에도 수고하시는 선생님들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세요. ^^
  • 작성자해봄 | 작성시간 26.06.14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을
    글을 읽으며 알게 되고 그 마음도
    아주 조금이나마 헤아리게 되네요
    많이 배우겠습니다

    글 주셔 감사합니다
    남은 휴일도 편안하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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