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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나눔

.......의 삶

작성자향토(전북)|작성시간20.07.03|조회수58 목록 댓글 0




폐지 줍는 어느 할멈의 삶 / 수봉 배달메

 

 

불혹의 나이 땐 꽤 다복했을 법한, 허리가 그믐달 같은 할멈께서 

햇볕이 이글거리는 한낮에 몸조차 가누기 힘든 몸으로

토사구팽으로 넋잃은 폐지들을 달래며, 수레에 모시듯 싣고 있다

그건 차라리 하나의 장송곡이라도 부르며 함께 하고픈 심정이다

 

온몸이 땀으로 뒤범벅 된 채, 삐적삐적 걸으시며

위험도 아랑곳 않고

자동차가 지날 때마다 휘날리는 폐지까지 쫓아다니시며

줍고 계신다  내겐 손도 못대게 하시며 말이다

 

좌우높낮이를 별빛  눈으로 재보며 자신의 키보다 높이 싣는다

그래야 2만여 원 벌이가 된단다

폐지속엔 한때 누군가로부터 꽤 대접 받았을 성경책도 보인다

진짜 귀있는 신자라면 저 책에서도 주님의 山上垂訓이 들리리라

 

노파만큼이나 나이가 들어보이는 수레는

움직일 때마다 연신 “삐거덕 삐거덕” 앓는 소리를 내면서도

숨이 찰 정도로 산더미처럼 쌓인 폐지를 자식처럼 껴 안고

주인과는 무덤까지도 갈 자세다 불평 한마디 없이 나르고 있다

 

젊어선 

커가는 자식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불렀다는 할멈,

노년된 지금은 옛날 가족사진으로만 아들딸들을 본단다

쌀독에 쌀 없는 배고픔은 참을 수 있으나 

보고파도 보지 못하는 맘, 그 게 고픈 건 참 참기 힘든 모양이다

 

아, 끙끙 앓면서도 또다른 폐지장소를 향해 가고 있는 손수레는

그런 자기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곧 정년퇴직 맞는 내게

부처도 미처 깨닫지 못한 '100세 시대의 인생철학'에 대해

자기는 깨달은 듯, 너무도 당당하게 계속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2016. 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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