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학대,
이렇게 막을 수 있습니다
한국노인상담센터 이호선 센터장
“모릅니다”, “절대 말할 수 없습니다”
온몸과 마음이 상처투성이임에도 누군가를 지키겠노라 함구하는 어르신들이 있습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노인 학대, 이 멈추지 않는 고통의 시간을 정지시킬 수 있는 것은
학대를 받는 어르신들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입니다.
삶과 일상을 방치하는 방임도 학대입니다
신체적 학대는 고통의 자국과 시간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인 학대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가장 많은 학대는 욕을 포함한 언어폭력이나 고함, 협박, 차별 등 어르신을 심적으로 짓누르는 정서적 학대입니다. 그리고 동의도 없이 어르신의 인감을 사용해 재산이나 권리를 빼앗거나 함부로 처분하는 경제적 학대도 최근 증가하고 있습니다. 어르신을 찾아오지 못하는 곳에 두고 오는 것은 유기 학대이고, 투약이나 이동 등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에게 돌봄을 제공하지 않는 것 역시 방임 학대입니다. 어르신 스스로 자신을 방임하는 자기방임이나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적 학대를 포함해 모든 노인 학대는 개인 고통의 현장이자, 가족 비극의 자리인 사회적 그늘입니다.
학대가 의심스럽거나 분명하면 신고해야 어르신을 구할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학대를 받은 어르신들은 학습된 무기력에 빠지고, 스스로 학대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신고가 늦어지거나 누군가의 개입이 늦어지는 경우에는 비극적인 사건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안타깝게도 노인 학대 가해자의 상당수가 가족이기에 외부에 드러나기 어렵고, 어르신들 스스로 학대를 받으면서도 가족이란 이름으로 학대 사실을 부인하거나 침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 처음 만났건, 시설에서 보았건 어르신이 도움이 필요한 상태로 보이거나 학대가 의심된다면 반드시 신고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우셔야 합니다. 어르신들의 안전과 생명이 바로 여러분의 신고에 달려있습니다. 생명 돌봄에는 대상과 조건과 시간이 따로 없고, 모든 이웃이 신고 의무자입니다. 누구라도 어르신에게 금지행위를 하는 경우 1577-1389 혹은 112로 바로 전화하세요. 노인 학대 신고자의 신상은 비밀이 보장됩니다.
학대받는 어르신들, 직접 신고하셔도 됩니다
고통은 늘 진행형이자 한 번도 아프지 않은 적이 없는 경험이고 부끄러운 일도 아닙니다. 자식이나 배우자, 친인척이나 지인들이 주는 고통을 참는다면, 고통이 더욱 심각해지고 참을수록 학대는 심해집니다. 고통의 소나기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과 분리하고 행복한 노후를 보내는 상상은 충분히 실현 가능한 미래입니다. 원하시면 최장 4개월까지 학대 피해 어르신 전용 쉼터에 계실 수 있고, 치유를 위한 상담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가정으로 복귀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지정된 전국 양로시설을 연계해 입소를 지원하기도 합니다. 가해자에게는 비밀로 해 안전을 보장하니, 염려 마시고 도움을 청하셔야 합니다.
어르신은 안락하고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모두가 잠재적 노인입니다. 어르신이 살만한 사회라면 모두가 살만한 사회일 겁니다. 공동체가 눈을 크게 뜨고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를 지켜내야 행복한 미래가 현실이 됩니다. 고통받지 않는 것을 넘어, 마음의 주름과 인생의 그늘에 적극적인 관찰과 도움을 위해 행동할 때, 우리의 미래 행복 울타리는 더욱 견고해질 것입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웹진 2020년 0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