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래도 山으로 가야겠다
김장호
나는 아무래도 다시 山으로 가야겠다.
그 외로운 봉우리와 하늘로 가야겠다.
묵직한 등산화 한 켤레와 피켈과 바람의 노래와
흔들리는 질긴 자일만 있으면 그만이다.
山허리에 깔리는 장미빛 노을,
또는 동트는 잿빛 아침만 있으면 된다.
나는 아무래도 다시 山으로 가야겠다.
혹은 거칠게, 혹은 맑게, 내가 싫다고는 말 못할
그런 목소리로 저 바람 소리가 나를 부른다.
흰구름 떠도는 바람부는 날이면 된다.
그리고 눈보라 속에 오히려 따스한 천막 한동과
발에 맞는 아이젠만 있으면 그만이다.
나는 아무래도 다시 山으로 가야겠다.
떠돌이의 신세로,
칼날같은 바람이 부는 곳, 들새가 가는 길
표범이 가는 길을 나도 가야겠다.
낄낄대는 山사나이들의 신나는 이야기와 그리고
기나긴 눈벼랑 길이 다 하고 난 뒤의 깊은 잠과
달콤한 꿈만 내게 있으면 그만이다.
바람이 인다.
새해 아침 먼동이 트면서 장미빛 노을이 손짓한다.
배낭을 챙기자!
나는 아무래도 山으로 가야겠다.
(위의 시는 많은 산악서적을 번역하고 저술한 김장호
산악인이 쓴 것으로 山에 대한 애착이 절절이 넘치고
있다. 山을 자주 찾고 싶어도 시간이 나지 않는다.
모두들 主日에 山을 가는 계획을 잡고 있으니 더욱 山을
찾기가 어렵다. 비록 주어진 연차, 월차 휴가 제도가 있어
평일에 山을 찾을 수는 있지만 그것이 쉽지 않음은 회사에
매달려 있는 샐러리맨들의 고충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기 사업을 하는 사람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들이
시간내기가 더 어렵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山을 찾는 것도
희생이 동반 되는 主님을 찾는 일처럼 도전정신이며 용기가
필요한 일인것 같다. 눈 감으면 떠오르는 넓게 펼쳐진 하얀
지리산 능선이 그립다. 그냥 한 2박3일 용기를 내어
떠나 버릴까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