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을 오르며
도종환
山을 오르기 전에는 공연한 자신감으로 들뜨지 않고
오르막길에서 가파른 숨 몰아쉬다 주저앉지 않고
내리막길에서 자만의 잰걸음으로 달려가지 않고
평탄한 길에서 게으르지 않게 하소서!
잠시 무거운 다리를 그루터기에 걸치고 쉴때마다 계획하고
고갯마루에 올라서서는 걸어온 길 뒤돌아보며
두 갈래 길 중 어느 곳으로 가야할지 모를때도 당황하지 않고
나뭇가지 하나도 세심히 살펴 길 찾아가게 하소서!
늘 같은 보폭으로 걷고 언제나 자유 잃지 않으며
등에 진 짐 무거우나 땀흘리는 일 기쁨으로 받아들여
정상에 오르는 일에만 매여 있지 않고
오르는 길 굽이굽이 아름다운 것들 보고 느끼어
우리가 오른 봉우리도 많은 봉우리 중의 하나임을 알게 하소서!
가장 높이 올라설수록 가장 외로운 바람과 만나게 되며
올라선 곳에서는 반드시 내려와야 함을 겸손하게 받아들여
山 내려와서도 山을 하찮게 여기지 않게 하소서!
(山은 겸손한 사람에게는 부드러움으로 다가오지만 교만한
사람에게는 무서움으로 다가온다. 山을 찾을때 마다 열번이고
백번이고 겸손하게 자만하지 말고 준비물을 잘 챙겨야한다.
준비하고 기도하는 사람을 받아주시는 主님과 山은 너무나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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