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왕폭
詩人 박인식
노루목의 산모퉁이를 돌아들면
언제나 고개드는 토왕폭
너는 언제나처럼 낯익은 웃음을 보내지만
너 목소리를 이 겨울
기억하지 못하겠구나
무엇이라 얘기했던가.
그 여름
우리의 가슴 가장 깊숙한 곳으로
무작정 내리 꽂던 그 물줄기
그 폭포소리를 잊고야 말았구나
아, 무엇이라 얘기했던가
오히려 네 가슴에 얼어박힌
그 한마디의 슬픈 순수가 이제는
하얗게 얼어 섰구나
우리가 매달려 들기에는
너 입은 너무 높고
우리가 딩굴며 소리치기에
너 귀는 너무멀어 애닯은
우리는 설악가를 부르며
너를 떠난다.
함지덕 산머리 위로 배웅나왔던 너는
어둑어둑하게 돌아서고
우리는 너 등만 황홀히 바라며
귀머거리가 된 채
설악을 떠난다.
언젠가 때가 되면
그 찬 어깨 여위어가며
결국 그 하얀 몸 형체도 없이
다시 하나의 소리가 되어 버릴
너를 알아채지 못하고
설악을 떠난다.
-박인식의 사람의 산 중에서-
(많은 山을 사계절을 통하여 다녀봤지만 겨울 설악산을 찾는
매력만큼 짜릿한곳이 있을까 싶다. 비록 해발은 1700m지만
험준한 지형과 겨울의 혹독한 날씨속에서 북방에 가까운 위도
에 위치해 있어서 겨울에 눈사태가 날만큼 많은 눈이 내려서
8,000m급 히말라야 원정대들이 훈련쌓기에 최적의 조건을
가진 山이다.
설악산에서의 겨울 등반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다.
하얗게 덮어버린 등산로를 러셀을 해가며 헤쳐가는 그 상쾌함,
눈덮힌 산야에 작은 텐트 치고 야영을 하든, 눈언덕에 굴을 뚫어
설동속에서 잠을 자든, 폭설이 내리는 바로 그 날을 잡아 완전
무장하고 겨울설악으로 달려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