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山
김장호
여름날 저녁
집으로 돌아오다
언덕길에서
엇 ! 거기 없던 산이-
가슴부터 설레어 온다.
자세히 볼수록
머리 위에 덮씌워오는 거대한 산혼(山魂)의
황소잔등으로 뻗어나가는 능선마루며
그 너머 우뚝한 봉우리
봉우리 끝에 감투바위.
눈에 선연히 실루에 뜨로 펼쳐지는
못보던 산을 눈 앞에 하고
어질한 느낌.
황홀하게 흔들린다.
구름의 장난인 줄 알면서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잠깐 맥을 놓고 쳐다보다
잊어버린 환년( 幻 年 )의 꿈.
내 생전에 못만날 사랑
본디 없는 일들을
얼마나 꿈꾸어 왔던가.
이것이 구름의 장난이라
깨치면서부터 설레임은 가시고
끝자락에서 부터 실실이 바람에 허물어져 가는 산.
그러고 보면
기를 쓰며 악을 쓰며
내가 올랐던 산
내가 발아래 했다고 아는 산들도
정말 거기 있었던 것일까.
(인생의 짧음과 덧없음을 이리고 실감나게 표현할 수가
있을까싶다. 살아온 과정을 축소시켜 놓은 듯한 지리산
종주가 떠 오른다. 오르고 내림의 끝없을것 같은 반복의
시간도 가다보면 어느새 하산지점에 도달하고 있음을 안다.
거기서 돌아온 길을 되돌아 생각해보면 그저 정신없이
왔다는 기억밖에는 없다. 주의의 풍경도 같이 동행하던
동료의 상태도 제대로 보지못하고 보살피지 못한채 그냥
산행 종착지점에 도착하고 있는것이다.
그렇게 반복의 반복 30여회 이상 지리산 종주를 하다보니
이젠 주위의 풍경이 보인다. 그리고 천왕봉을 고집하지
않을 수도 있게 되었고, 같이 가는 동료들을 돌아볼 수도
있는 여유가 생겼으나,
단 한번뿐인 인생은 연습이 없고 다시 해볼 기회도 없이
그저 모든것이 실제며 주어지는 환경조차 혼자 풀어야
하는 풀어도 풀리지 않는 실타래 같다는 생각이다. 새해
主안에 열쇠가 있음을 實感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