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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의 화가 반 데르 구스의 [포르티나리 제단화]
 후고 반 데르 구스의 [포르티나리 제단화] GOES, Hugo van der (1440 -1482 ) The Adoration of the Shepherds 1476-79 Oil on wood, 253 x 304 cm Galleria degli Uffizi, Florence
후고 반 데르 구스Hugo van der Goes(1441~1482)는 장래가 촉망되던 겐트의 훌륭한 화가였다. 그러나 수도원에 들어간 후 갑자기 광기가 발작해, 그의 유명한 그림인 세 폭의 대형 [포르티나리 제단화 Portinari Altarpiece](그림 45)도 병중에 완성했을 것이라고 추측되기도 한다.
구스는 1467년에는 겐트 미술가 협회의 상당히 성공한 화가로 알려졌다. 7,8년 후 한창 명성을 얻고 있을 때 「그리스도를 본받아」란 명상록을 쓴 토머스 아 켐피스Thomas a Kempis가 속한 빌데스하임 교단의 한 수도원에 들어갔다. 교단에 입단한 5년 후 쯤에 다른 수도자들과 이복동생과 함께 독일로 여행을 떠났다. 이복동생 니콜라스에 의하면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형 후고는 이상한 정신착란증에 걸려 영원한 저주를 받고 끊임없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이 소식을 듣고 달려온 수도원장 토머스는 사울 왕을 괴롭혔던 똑같은 질환이라 하여, 다윗 왕이 하프를 켜 그를 낫게 한 것 같이 구스에게 음악을 들려주었다. 그러나 그의 상태는 달라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에게 악귀가 들렸다고 수근거렸다. 1475~1480년에 제정신이 돌아왔다가 1481년에 다시 심해졌으나 회복되어 1482년에 죽기까지 짧은 동안 그림을 그렸다.
그의 광기의 발작은 미술가로서의 명성과 종교적 의무와 신념간의 갈등에서 생겼다고 한다. 미술사가 뷔트코베르 교수는 아 켐피스가 쓴 「그리스도를 본받아」의 겸손하고 가난한 경건주의 신앙에 집착해 갈등과 발작을 일으켰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메디치의 은행가 토마소 포르티나리가 주문한 이 제단화에는 유난히 겸손하고 가난한 농부들이 등장한다. 뷔트코베르 교수는 「그리스도를 본받아」에 씌어진 아 켐피스의 다음과 같은 구절을 구스가 틀림없이 읽었을 것이라고 한다.
" 겸허하고, 헌신적이고, 덕이 있는 자와 동행하라. 틀림없이 평화는 겸허한 자에게 있을지니, 하느님을 섬기는 겸허한 농부가 하늘의 운행을 연구하고 자기를 등한히 하는 거만한 철학자보다 나으니라."
한가운데 패널에서 화려한 장식의 비단옷을 입은 천사들이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자리에 화가는 주름진 얼굴의 양치는 목동과, 가난하고 바보 같은 농부들을 참여시켰다. 또 오른편의 접는 패널에는 농부 같은 소박한 인물들을 등장시켰다. 왼쪽 패널에서는 포르티나리와 그의 두 아들이 가문의 성자들 성 안토니와 성 토마스와 함께 경배한다. 먼 뒷산 바위고개에는 잉태한 마리아가 요셉의 부축을 받고 산등성이를 내려온다. 오른편 패널에는 그의 부인 막달레나 바론첼리와 한 딸, 향수병을 들고 있는 막달라 마리아와 또 다른 여자 성자 마가레트가 서서 그리스도의 성탄을 축하한다. 오른쪽 패널에서 키 큰 나무들이 보이는 배경에는 브루군디의 멋쟁이 같은 전령사중 한 사람이 말에서 내려와 야위고 가난한 사람에게, "유대인의 왕으로 태어나신 그분이 어디 있느냐?“고 길을 묻는다. 그 뒤에서는 울긋불긋한 옷을 입은 세 사람의 동방박사가 산골짜기에서 나타난다. 숲 속 나무 앞에 있는 헌 옷의 가난뱅이들이 동방박사들의 행렬을 바라본다.
구스는 무지하고 험상궂은 인물을, 예수의 탄생을 기뻐하는 낮은 계급의 인간들로서 동참시킨 최초의 화가였다. 아기 예수도 추운 날씨에 초라한 말구유에서 태어나 차가운 땅바닥에 눕혀져 있다. 아기가 누워 있는 차가운 땅은 약간 기울어진 마당 같다. 고딕 성당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마리아와 외양간의 소와 당나귀, 옆 기둥 가에 무릎을 꿇고 있는 요셉은 마치 반쯤 일어서 있는 것처럼 크다. 마당의 밀단 옆에 있는 천사들과 목동 곁의 천사들은 아주 작게 그려졌다.
꽃병에 꽂힌 붉은 아이리스와 남색 칼럼바인Columbine꽃은 마리아의 슬픔을, 흰 백합은 그녀의 순결을 상징한다. 공중을 나는 천사와 무릎 꿇은 천사 등 15명 모두는 마리아의 15가지 즐거움을 열거한다. 밀 짚단은 헤브루어로 ‘빵집'을 의미하는 예루살렘을 가리키고, 성찬식 때 예수의 살을 상기시키는 빵의 재료인 밀가루를 의미한다. 마리아의 머리 뒤쪽 성당 문지방에 새긴 다비드 왕의 하프는 그리스도의 조상을 상기시킨다.
후고 반 데르 구스가 정확한 사실주의 필치로 묘사한 인물과 천사들의 보석 금관, 찬란한 천의 의상은 유난히도 곱다. 또 육중한 교회 건물과 들판 건너의 멋진 궁궐양식도 눈에 띈다. 불투명한 꽃병의 짙은 장식 무의와는 달리 꽃들은 영롱한 색깔로 바람에 나부끼듯 가볍다. 얼핏 보기에는 아무렇게나 배치한 인물들과 약간 기울게 올려 그린 구도의 그림에는 긴장감은 있지만 정신질환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제단화가 완성되어 피렌체에 운송되어 왔을 때 이 그림은 당시 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피렌체의 화가들과 그들의 고객들은 힘들여 그린 설화의 넓은 공간과 선명하고 섬세한 조화에 감탄했다. 피렌체 화가들은 이 사실주의적인 색상 처리와 오일 기법에 고무되어 오일 페인팅을 유행시켰다. 그러나 이태리 화가들은 북구의 정확한 자연묘사보다는 인본주의에 더 매력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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