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2주일 이사야 62,1-5;1코린 12,4-11; 요한 2,1-11
희망의 땅 복음으로!! 한 주일 잘 지내셨나요?
오늘 예수님께서 첫번째 기적을 일으키신 카나의 혼인 잔치를 읽으면, 꼭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세기 전, 영국 옥스포드 대학의 종교학시험이 한창인 한 강의실 칠판에 적힌 시험 문제는 "예수님께서 물로 포도주를 만드신 기적에 담긴 종교적, 영적 의미를 서술하라."였습니다.
모든 학생들이 숨을 죽이고 자신의 생각을 담아 답안지를 작성하고 있는데, 유독 한 학생만이 답안작성 할 생각을 하지않고 멍하니 앉아만 있었습니다.
시험감독을 하던 교수는 그 학생에게 다가가 말했습니다.
"왜 답안을 작성하지 않나?" 그 학생은 대답했습니다. "저는 쓸 말이 없습니다."
시험 시간이 다 끝나가도록 그 학생은 단 한줄의 답안도 작성하지 않고 앉아만 있었습니다. 마침내 교수는 학생에게 다가가 마지막 기회를 주며 말했습니다.
"시험시간이 종료되기 전 단 한문장이라도 쓰면 낙제는 면할걸세."
그리고 마침내 학생은 펜을 들어 답안지에 다음과 같은 한줄의 문장을 적었습니다.
"물이 그 주인을 만나니 얼굴이 붉어지더라."
이 답안으로 최우수 학점을 받은 그 청년은 바로 영국의 위대한 시인 '바이런'이었습니다. 이 구절이 오늘 복음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읽고, 읽어도 새롭게 다가옵니다. "물이 그 주인을 만나니 얼굴이 붉어지더라."
오늘 요한복음 '카나의 혼인잔치'를 글자 그대로만 보면, 예수님이 카나 혼인잔치에서 포도주가 떨어졌다고 성모님의 부탁과 성모님의 믿음때문에 물로 포도주를 만드신 표징(기적)정도로 여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한복음 “카나의 혼인잔치”는 아주 상징적으로 표현된 내용입니다. 요한복음의 표징들은 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에 연결이 됩니다. 카나의 혼인잔치도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성경 요한복음 2장 1절을 보면, “사흘째 되는 날, 갈릴래아 카나에서...”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매일미사에는 이 부분이 빠져있습니다.(그래서 성경을 통해 말씀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카나의 혼인 잔치에 나오는 “사흘째 되는 날”은 예수님이 죽으신 후 사흘째를 말하고, ‘카나의 혼인 잔치’는 예수님의 부활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포도주”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류를 위해 바치신 사랑과 희생의 피를 상징합니다. 그 피를 통해서 우리와 새로운 계약을 맺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혼인 잔치는 우리가 맞이하게 될 "종말론적 행복(잔치)”를 말합니다. 그래서 요한복음저자는 첫번째 기적인 카나 혼인잔치를 통해서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표징으로 표현해놓았습니다.
카나 혼인잔치에서 중요한 것은 "술이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포도주’는 잔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지금이야 술을 얼마든지 아무때나 살 수 있지만, 그당시 준비된 술이 없다는 것은 혼인잔치가 끝이라는 것입니다. 음악도, 춤도, 웃음도 모두 멈추는 순간입니다. 여기서 "술이 떨어졌다"는 것은 성경적으로 여러가지(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먼저 오늘 제1독서에서 "술이 떨어졌다"는 것은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에 맺었던 계약관계가 깨졌다는 것을 상징합니다. 왜 계약관계가 깨어졌을까요?
계약관계가 깨지는 이유가 약속을 지키지 않기때문이지요. 성경에서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과 맺었던 계약'을 상징적으로 '혼인'으로 표현합니다. 늘 성경에서는 하느님은 신랑인 남편이요, 이스라엘 백성은 항상 바람만 피우는 신부인 아내로 표현합니다. 늘 신랑은 계약에 충실하지만, 아내인 이스라엘 백성은 믿음을 저버립니다. 그래서 혼인관계는 깨어집니다.(호세 2,4; 에제 16,15-43)
이스라엘 백성과 하느님이 맺었던 혼인관계가 완전히 깨어진 상태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바빌론 유배입니다. 그들에게 포도주를 먹고 흥겹게 춤을 추었던 시대는 사라져 버리고, 눈물과 애환만 남은 시기가 바빌론 유배시기였습니다. 그렇게 된 이유는 바로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과 맺었던 계약에 불충했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느님은 이사야예언자를 통해, 다시금 “새로운 계약”을 맺을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줍니다.(예레 31,31-34; 33,20-26)
이사 62장 5절의 말씀을 보면, 이제는 “정녕 총각이 처녀와 혼인하듯, 너를 지으신 분께서 너와 혼인하고, 신랑이 신부로 말미암아 기뻐하듯, 너의 하느님께서는 너로 말미암아 기뻐하시리라."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사이에 깨졌던 계약을 다시금 새계약을 맺을 것이라고 말하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 희망의 메시지를 간직하면서, 신약의 예수님을 만나게 되었던 것입니다.
오늘 하느님이 이사야를 통해서 새계약을 맺게 해주신다는 약속이 바로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으로 통해서 흘리신 피를 말합니다. 그 피가 바로 포도주인 셈입니다. 카나의 혼인잔치에서 포도주가 없어 혼인잔치가 끝나게 되었지만, 물이 변화된 새포도주로 인해서 다시 혼인잔치가 벌어진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맺은 계약이 바로 예수님의 피로 맺은 새계약입니다. 바로 세례성사입니다. 우리는 하느님과 영적인 혼인계약을 맺은 것입니다. 혼인생활에서도 중요한 것이 믿음입니다. 그 믿음이 깨지면, 행복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예수님을 따르겠다고 약속해놓고, 믿음을 저버리는 사람은 행복할 수 없습니다.
이제 "술이 떨어졌다"는 점을 우리 삶에서 바라봅시다. 우리 삶도 혼인잔치입니다. 그때 우리 삶에서도 술이 떨어지는 상황이 있습니다. 갑자기 다가오는 여러가지 어려움들, 시련들, 고통들, 그래서 웃음과 기쁨은 사라지고 한숨과 막막함이 다가오는 순간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 순간이 바로 포도주가 떨어져 혼인잔치가 끝나는 것과 같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물을 포도주로 바꾸는 기적을 일으켜 주십니다. 포도주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희생의 피입니다.
- 한가정에 어려운 순간이 닥칠 때, 가정을 위해 지난 시간동안 온 힘을 다힌 남편과 아내의 큰 희생과 사랑이 바로 “포도주”입니다. 그 포도주로 인해 가정이 지켜지고, 비록 어렵지만 가족들이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될 것입니다.
- 성복동성당을 건축하기 위해서 어려운 순간들을 잘 극복하면서, 여러분이 기도하고 희생하고 봉헌한 것들이 바로 “포도주”입니다. 성당을 짓는다는 것은 수많은 사람들의 기도와 희생, 봉사의 결실입니다. 그것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됩니다.
- 이 세상이 삭막하다고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래도 세상이 삭막하지 않는 소식들을 접할 때가 있습니다. 바로 그것은 누군가의 희생과 봉사로 만들어진 포도주때문입니다. 어떤 누군가 만들어준 포도주를 사람들이 마시고 행복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이 그 주인을 만나니 얼굴이 붉어지더라."
우리 자신이 “항아리의 물”입니다. 평범한 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물항아리의 물이 예수님을 만나, 포도주로 변하는 기적이 일어났듯이, 내가 하는 말, 행위들, 마음들.. 그 모든 것이 별볼일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예수님을 만나면 그 물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포도주가 됩니다.
우리 자신이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고, 희망을 주고, 따스함을 주는 포도주가 되도록 노력해봅시다.
"물이 그 주인을 만나니 얼굴이 붉어지더라."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