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억 라파엘 신부님
부활 팔일 축제 내 금요일 (요한 21,1-14)
주님께서 시키시는 대로 하면 된다
우리 앞길에는 항상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놓여 있습니다.
이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며 살아갑니다.
오르막길은 어렵고 힘들지만, 보람도 있고 기쁨도 있습니다.
내리막길은 쉽고 편하지만 밋밋하고 지루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기왕이면 쉬운 길을 택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지나고 보면 거듭나는 길은 어렵고 힘든 것을 통해서입니다.
어려움을 겪지 않고는 결코 새로 태어날 수 없습니다.
하기 싫다고 하지 않고, 하고 싶다고 무턱대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해야 할 것이 있고, 하지 않아야 할 것도 있기 때문입니다.
해야 할 것은 고달프고 힘들어도 감당해야 합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 후 베드로는 다른 제자들과 함께 있었는데 그는 “나는 고기 잡으러 가네”하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제자들도 “우리도 함께 가겠소”하였습니다.
스승이신 예수님의 죽음을 마주하여 마음이 착잡하고 힘들어 모든 것을 포기하고‘에라, 고기나 잡으러 가자!’하는 마음의 표현입니다.
아마도 그들은 예수님께서 돌아가셨고 그래서 마음을 잡을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은 밤새 아무것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마음이 콩밭에 있으니 고기를 잡지 못할 수밖에요.
최선을 다해 뭔가를 해도 주님과 함께하지 않으면 결실이 없습니다.
어느덧 아침이 될 무렵 예수님께서 나타나셔서 “얘들아 무얼 좀 잡았느냐?”하며 그들에게 말하였지만,
그들은 그분이 예수님인 줄을 알지 못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져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하고 이르셨고,
제자들은 그물을 던졌더니 고기가 너무 많이 걸려 그물을 끌어 올릴 수가 없었습니다.
이때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제자가 베드로에게 “주님이십니다”하고 말하였습니다.
역시 사랑은 주님을 알아보게 합니다.
주님이라는 말을 듣자, 옷을 벗고 있던 베드로는 겉옷을 두르고 호수로 뛰어들었습니다.
호수의 출렁이는 물은 생각하지 않고 주님을 빨리 만나기 위한 마음이 컸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스승을 버리고 도망간 부끄러움과 죄책감에도 당신이 손수 마련하신 음식과 제자들이
수고로 길어 올린 고기를 합하여 직접 요리해 주심으로 사랑의 관계를 이어주셨습니다.
제자들은 “누구십니까?”하고 감히 묻지 못했습니다.
그분이 주님이시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실망과 좌절로 절망해있는 제자들에게 먼저 다가오신 주님께서 우리의 삶의 여정 안에도 그렇게 오십니다.
제자들이 예수님을 알아본 것은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지고 난 후입니다.
오른쪽은 하느님의 권능을 상징하지만,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주님께서 명한 대로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부인 그들이 자기의 자존심을 내세워 그대로 행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그들은 여전히
주님을 알아 뵙지 못했을 것입니다.
내 뜻을 내려놓고 주님의 뜻을 받아들이면, 그분을 알아보게 되고, 많은 고기를 낚는 기적을 만나기도 합니다.
일단 주님의 지시에 순명 하고 나면 가슴이 뛰고 어떤 것도 감당하게 됩니다.
“우리가 십자가를 안고 가면 그 십자가가 우리를 안고 갈 것입니다”(토마스 아 켐피스).
예수님께서 살아계실 때 여러 차례 당신의 수난과 죽음, 부활을 예고했지만, 제자들은
그것을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순명을 통해 부활하신 주님을 새롭게 만난 지금은 더 이상 “누구십니까?”하고 묻지 않았습니다.
우리도 주님과 함께함으로 지금의 실망과 좌절의 아픔을 거듭날 수 있는 은총의 기회로 알고
기뻐하는 오늘이기를 소망합니다.
물고기는 153마리였습니다.
아우구스티노에 따르면 153이란 1부터17까지 합한 숫자입니다.
마지막 숫자 17은 10과 7이 합쳐진 수로 10은 완전 수 십계명(율법)을 가리킵니다.
7은 은혜를 가리키는 숫자입니다.
성령의 일곱가지 은시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153은 성령의 은혜를 통해 예수님께 오게 될 모든 신자를 가리킵니다.
전통적으로 153은 1부터 17까지의 완전수를 합한 수로 보편적이고 완전함을 나타내는 숫자입니다.
그물은 교회이며, 그토록 많은 수를 담고도 찢어지지 않은 것은 일치를 상징합니다.
숫자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가득 잡힌 물고기로 인해 영적 침체에 빠진 제자들이 다시 일어날 수 있었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그 물고기 들은 삶의 목표와 의욕을 잃어버린 그들에게 새로운 목표와 의미를 제공합니다(송봉모).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2,5)하셨던 성모님의 권고대로 ‘주님께서 시키는 대로 할 때’
물고기는 얼마든지 잡을 수 있습니다.
주님의 지시대로 그물을 던질 수 있는 은혜가 함께하기를 희망합니다.
더 큰 사랑으로 사랑합니다.
반영억 라파엘 신부님
출처 - 신을 벗어라
가톨릭사랑방 catholics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