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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송이 (김기현 요한) 신부님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루카 복음 9장 11~17절
예수님은 당신에게도 생명의 양식을 나누어 주십니다.
신학교 1학년 때 영성관이라는 독립된 공간에서 살았습니다.
당연히 식사도 선배들과 함께 하지 않고, 영성과 안의 식당에서 1학년 끼리 먹었는데요.
제가 1학년 때 지금의 교구장님이 영성관 담당 신부님이셨습니다.
그래서 저희와 함께 식사를 하셨는데, 아침 식사 중에 누군가 한 명을
자신의 식탁으로 잠깐 부르셨습니다.
왜 부르셨을까요?
계란 후라이를 주시기 위해서입니다.
주교님이 좋아하는 신학생을 부르셨는지, 아니면 배고파 보이는 신학생을 부르셨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몇몇 신학생이 주교님에게 계란 후라이를 받아먹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저는 그 계란 후라이를 먹어봤을까요?
존재감이 없던 저는 한 번도 받아먹어 본 적이 없습니다.
주교님의 관심이 저에게까지는 미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서운한 마음이 들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묵상하다보니 그 일이 스쳐지나가네요.
서운해서 기억났을 수도 있고요(^^;)
어쨌든 작은 일상의 일을 통해, 한 사람의 관심과 사랑이 모두에게 전해질 수 없고,
제한되어 있다는 것을 봅니다.
분명 그 한계가 서운함이나 질투심을 만들어 내는 거겠죠.
그런데 인간의 사랑과는 달리 예수님의 사랑은 너무나 크고 위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나 크고 넓어서 저같이 보잘 것 없는 이에게까지 그 사랑과 관심이 전해집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좋은지도 모릅니다.
예수님은 생명의 양식인 당신의 몸과 피를 모든 이들에게 나누어 주십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나, 도움이 될만한 사람, 그리고 영향력이 있는 사람만 불러다가
당신의 몸과 피를 내어 주시는 것이 아니라,
가난하고 못생기고 죄를 짓고 어리거나 약하거나 존재감이 없거나
돈이 없거나 직업이 없거나 친구들과 원만하게 지내지 못하거나
공부를 못하는 사람에게도 당신의 몸과 피를 내어 주십니다.
그 모습을 성체분배를 하면서 보게 됩니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아 걸어 나옵니다.
그리고 성체를 받아 모십니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의 몸을 받아 모시고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혼자 감동할 때가 있습니다.
‘예수님의 사랑이 이렇게 크구나.
모두에게 그 사랑이 전해지는구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라는 생각들이 듭니다.
오늘도 예수님은 ‘요한아~ 마리아야~ 베드로야~’ 하고, 우리를 성찬의 식탁으로 부르십니다.
그리고 생명의 빵과포도주를 우리 그릇에 얹어 주십니다.
그렇게 나를 부르시고 생명의 양식을 건네시는 예수님의 사랑을 느껴봅시다.
그리고 감사해 봅시다.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남은 조각을 모으니 열두 광주리나 되었다.
인천교구 밤송이(김기현 요한) 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