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이 사라지는 이유
/ 곽재구
외갓집에 왔습니다
앞마당에서는 푸른 바다가 보입니다
작은 섬들 사이로 날아다니는
갈매기들, 고깃배들, 파도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한여름 무더위가 다 사라져요
참, 한밤중 창을 열면 별들은
얼마나 총총 빛나는지요
별들을 찬찬히 보고 있으면
외할머니의 웃는 모습도 보이고
엄마와 아빠가 결혼식을 올리던 사진도 보이고
내가 좋아하는 팥빙수와
해바라기 꽃밭도 보이지요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있어요
외갓집 앞마당에서 바다를 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갑자기 수평선이 사라지는 거예요
바다가 하늘로 올라간 것인지,
하늘이 바다로 내려온 것인지
도대체 알 수 없는 거예요
그럴 때 엄마는 하늘이 바다로
내려온 것이라고 얘기하지요
하늘은 엄마고, 바다는 자식이어서
엄마가 자식을 감싸 안아주기 위해
바다로 내려온대요
아빠는 정반대예요.
바다가 하늘로 올라간 거래요
바다는 무척 힘이 세고,
하늘은 별들이 꽃밭처럼 펼쳐진 아름다운 곳,
그러니까 엄마와 우리들이
살고 있는 곳이라나봐요
그래서 힘센 아빠가 우리를 돌보기 위해
하늘로 올라간 뒤에
수평선이 사라진 거래요
아! 누구 말이 맞나요?
외갓집에 오면
엄마와 아빠가 수평선 때문에 다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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