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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종우 야고보 신부 / 연중 제 33주일

작성자효재마리아(수풀)|작성시간25.11.15|조회수203 목록 댓글 0

 

방종우 야고보 신부님

 

연중 제 33주일 다해

말라키 3,19-20ㄴ  테살로니카 2서 3,7-12   루카 21,5-19

+ 찬미 예수님

이탈리아 토스카나에 위치해 경제적 규모에서 피렌체와 힘을 겨루던 ‘시에나’ 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카타리나 성녀로 유명한 이 도시에는 매우 웅장하고 화려한 두우모 성당이 있는데,

피렌체 대성당과 겨루기 위해 지어진 성당입니다.

당시에는 도시의 경제적 규모와 힘을 대성당의 화려함과 크기로 대결하고자 했습니다.

이를 위해 유명한 조각가들을 섭외하여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성당을 꾸미고자 원했고,

커다란 성당은 시민들의 경제력과 신앙심을 드러내는 척도로 여겨졌습니다.

지금도 시에나의 대성당을 가면 매우 아름답고 웅장합니다. 도나텔로, 미켈란젤로,

베르니니 같은 당대의 예술가들이 참여한 결과물인 만큼 예술적 가치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 성당 밖 멀찍이, 돌로 쌓여진 외벽이 덩그라니 남아있습니다.

얼핏보면 전쟁에서 파괴된 잔해 같기도 합니다.

이 외벽이 외롭게 서 있는 이유는 14세기에 유행한 흑사병 때문입니다.

 

시에나의 사람들은 피렌체 보다 더 크고, 바티칸 베드로 대성당에 견줄만한 성전을 짓고자

증축을 시도했는데 흑사병이 창궐하는 바람에 건물을 다 짓지 못했고

결국 미완성으로 현재까지 남아있는 셈입니다.

이 동떨어져 있는 외벽 앞에 서 있노라면 죽음 앞에서의 인간의 덧없음과 무력함을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세상에는 참으로 아름답고 웅장한 건축물이 많이 있습니다.

유럽에 있는 성당도 그렇고 서울 곳곳에 서 있는 빌딩은 참으로 높고 세련됩니다.

이러한 건물들을 보노라면 인간의 힘이 참으로 위대하며 그것은 언제까지나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에 버티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제자들은 거대하고 화려한 성전을 앞에 두고 감탄합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돌과 예물에 혼을 빼앗긴 그들에게 예수님께서는 그것이 언젠가는

허물어질 것이라고 예언하심으로써 인간의 무력함을 강조하십니다.

당시의 성전은 10년 이상 공들여 건축되었으며 기록에 의하면 돌 하나의 길이는

약 12미터 반, 너비는 4미터, 폭은 5미터라고 하니 2000년 전의 제자들이 감탄할 법도 합니다.

 

성전의 예물은 헤로데 대왕의 봉헌물인 황금의 포도나무였다고 전해지는데,

이 포도의 금송이는 사람 하나와 같았다고 하니 그 화려함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건물의 화려함 앞에서 감탄하고 있는 제자들을 진정시키십니다.

그리고 그 건물이 완전히 무너져 모두 다 허물어질 것이라 예언하십니다.

이후 70년 경, 실제로 이 성전은 로마군의 공격으로 완전히 파괴됩니다.

사실 로마군 역시 이 신전만큼은 파괴하지 않고 보존하려 했지만

한 병사의 방화로 결국 돌 하나 남지 않고 소각되어 버립니다.

결국 오늘의 복음 말씀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물질적인 것들의 허무함을 강조하는 말씀입니다.

 자연 재해와 기근과 전염병 앞에서 인간의 존재는 무력하고 이 모든 것의 주인은 하느님이니

이를 기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오늘 말씀에서 예수님께서는 그리스도인의 박해를 예언하십니다.

제자들이 총독들 앞으로 끌려나갈 것이며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라고 하십니다.

이 말씀은 마치 현대의 우리들과 관련 없는 말씀처럼 보입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 이상 신앙으로 인한 박해는 없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비록 핍박은 없더라도, 그리스도인들을 위협하는 것들,

우리를 박해하는 것들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감각적인 것들과 물질의 유혹, 바쁜 일상, 봉사를 할 때 느껴지는 손실감과 손가락질,

성당에 나가기 싫다고 하는 자녀들에 대한 타협. 이 모든 것은 우리를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또 다른 모습의 유혹이며 박해입니다.

 

이 밖에도 점점 세속적으로 흘러가는 이 시대는 신앙을 불필요한 것으로 여기기도 하고,

봉사하는 그리스도인들을 어리석은 사람들이라고 비웃기도 합니다.

이러한 시대일수록 우리들은 우리에게 올바른 언변과 지혜를 주기로 약속하시는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모습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또한 우리가 이를 견디어 내는 동안 결코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하느님의 뜻과 일치하려 노력하는 우리들을 그 어떤 것도 해칠 수 없습니다.

자칫 겉으로만 보면 물리적인 손해를 입고 마음에 상처가 남는 것 같지만,

그것은 오히려 우리를 강하게 해주고 앞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추진력이 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나날이 견고해지고 더욱 나은 모습으로 주님께 향하게 될 것이며

모든 것은 결국 주님께서 갚아주실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의 말라키 예언서는 이러한 믿음을 가진 우리의 미래를

다음과 같이 예언합니다.

“나의 이름을 경외하는 너희에게는

의로움의 태양이 날개에 치유를 싣고 떠오르리라”. 아멘 

 

 

서울대교구 방종우 야고보 신부님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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