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방종우 야고보 신부 / 연중 제 10주간 화요일

작성자효재마리아(수풀)|작성시간26.06.08|조회수137 목록 댓글 0

 

방종우 야고보 신부님

 

연중 제 10주간 가해 화요일

1열왕기 17,7-16    마태 5,13-16

+ 찬미예수님


교구에서 유학 발령을 받게 되었을 때, 이미 유학을 다녀오신 어른 신부님들께서 

저에게 해 주신 조언은 ‘건강 잘 챙겨라’ 그리고 ‘사제로써의 본분을 잊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꼭 덧붙이는 말씀이 있었는데,

 “네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 저는 이 충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유학을 나가는 것과 세상을 바꿀 수 있으리라는 착각이 어떻게 연결 될 수 있는지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 석사논문과 박사논문 주제를 잡을 때가 되어서야 

선배님들의 충고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말라”는 충고는, 

결국 논문 주제를 잡을 때 거창한 주제를 잡지 말고 기본에 충실하라는 의미였습니다.

실제로 논문 주제를 잡을 때 학생들은 많은 욕심을 내게 됩니다. 

특히 박사 논문이 그렇습니다. 

박사과정 입학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논문 주제가 통과되어야 하는데 

그 기준이 사실 “혁신성”이기 때문입니다. 

 

즉 박사과정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쓰고자 하는 논문의 주제가 

얼마나 새로운 것인지가 통과 기준입니다. 그러다보니 학생들은 무리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현실 감각이 떨어지는 주제를 잡게 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주제는 교수들의 기준에 부합되지 않습니다.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뜬구름 잡는 주제의 경우 학문적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저는 논문 주제를 잡을 때, 남들이 다루지 않았지만 

자료를 취합하기 좋은 주제를 찾기 위해 애썼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의 논문 지도를 하고 있는 지금, 똑같이 조언하곤 합니다. 

논문 주제를 정하는 데 있어서 뻔하지 않되, 자료가 충분한 것을 선정하라고 말입니다.

이러한 조언을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학문을 하는데 있어서 학생들은 자신들이 결정한 주제가 학문적 차원에서 혁신적인 것이길 바랍니다. 

하지만 학문을 조금이라도 연구해 본 사람들은 알고 있습니다. 

혁신이란 한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연구 업적이 쌓이고 쌓여

탄생된다는 것임을 말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그리스도인의 역할이 빛과 소금과 같아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을 듣는 우리는, 내가 빛과 같은 존재인지 혹은 소금과 같은 존재인지를 자문하게 됩니다.

아시다시피 소금이란 맛 좋은 음식에 반드시 첨가 되어야 하며 빛 역시 세상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소금이 탄생되기까지의 과정 

혹은 빛이 계속헤서 유지되기 위한 과정입니다.

소금은 결코 한 순간에 생겨나지 않습니다. 

소금 결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햇볕 및 바람과 같은 환경의 요소도 중요하고

생산되기 까지 20일에서 25일 정도가 걸립니다. 

 

소금이 생산된다고 해서 과정이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6개월간 창고에서 간수를 제거한 다음에서야 소금은 상품으로 판매되는데 

작업 방식과 환경에 따라 소금의 품질과 종류가 달라집니다.

결국 오늘 복음을 통해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나는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잘 하고 있는가?”가 아닙니다. 

우리가 묵상해야 할 것은 “나는 과연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도록 잘 성숙하고 있는가?”입니다. 

 

즉 소금이 본연의 짠 맛을 내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듯

우리의 하루하루의 삶이 이러한 준비 과정이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이기에 이미 저마다 소금으로 탄생하는 과정 중에 있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 안에서 짠 맛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미 소금의 역할을 하도록 탄생 되었는데 

그것을 잃어버리면 그야말로 존재 가치가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빛의 역할 역시 그렇습니다. 

세상의 모든 빛이 동일한 밀도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어떤 빛은 영롱하지만 또 어떤 빛은 희미하고 위태롭기도 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유념해야 할 일은 점점 더 영롱하고 아름다운 빛을 낼 수 있는가에 대한 

그 과정입니다. 이 과정 안에서 이미 우리가 타인의 모범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며 나 자신의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한 과정이 어떠한지 돌이켜 보시길 바랍니다. 

현재 짠맛이 덜하다고 해서 혹은 스스로 발하고 있는 빛이 약하다고 해서 

너무 슬퍼하거나 좌절하지는 마십시오.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성숙해지는 맛 그리고 더욱 밝아질 빛을 지향한다면 

얼마든지 우리는 그렇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시기를 미뤄서는 안 됩니다. 

이 시기가 너무 늦춰지다 보면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으로 여겨져 

사람들에게 짓밟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 번 오늘 복음을 묵상하며 

우리의 모든 행실이 점차 세상의 빛과 소금과 같은 모습으로 거듭나길 기도하시길 바랍니다.

“너희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 아멘.”

 

/ 서울대교구 방종우 야고보 신부님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가톨릭사랑방 catholicsb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