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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유월의 기억

작성자민병옥|작성시간26.06.06|조회수97 목록 댓글 0

유월의 기억

  유월을 알리는 비가 내렸다. 자연의 모든 생명체는 촉촉한 빗물을 머금고 더욱 푸르러지며 생기를 되찾고 있다. 시골 들판에는 모내기를 마친 논들이 끝없이 펼쳐져 푸른 물결을 이루고, 과일은 익어가며 풍요로운 계절을 맞고 있다. 텃밭의 고추와 가지, 오이, 토마토도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모습을 보인다.
  이처럼 생명이 약동하는 유월은 한편으로 우리의 기억을 되새기게 하는 달이기도 하다. 우리는 6월을 ‘호국보훈의 달’로 기념한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의 애국정신을 기리고, 그 숭고한 뜻에 감사하며 공훈에 보답하는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다.
  6월에는 현충일을 비롯해 6·10 민주항쟁, 6·25 전쟁, 제2연평해전 등 우리 역사에 깊은 흔적을 남긴 사건들이 있다. 정부가 6월을 호국보훈의 달로 지정한 것도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희생정신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되새기기 위함일 것이다.
  오늘은 현충일이다. 창밖을 내다보니 송정천 너머 아파트에 태극기를 게양한 집들이 드문드문 눈에 띈다. 예전에 살던 곳에서는 해마다 국기를 달았는데, 올해는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 그 때문인지 아쉬움과 함께 송구한 마음이 든다.
  남을 위한 사랑 가운데 가장 큰 사랑은 자신의 하나뿐인 생명을 내어놓는 일이라고 한다. 조국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한 분들의 정신은 그 어떤 가치보다 숭고하다. 군인에게 필요한 정신은 살신성인(殺身成仁)과 임전무퇴(臨戰無退)일 것이다. 그러한 각오가 있을 때 비로소 두려움 없이 나라를 지킬 수 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는 말씀은 지금도 깊은 울림과 교훈으로 남아 있다.
  내가 군 생활을 하던 시절, 판문점 미루나무 도끼 만행 사건이 발생해 미군 장교가 목숨을 잃었다. 당시에는 금방이라도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러나 병사들은 두려움보다 조국을 지키겠다는 결의로 가득 차 있었다. 나 역시 소대장으로서 보병학교에서 귀가 닳도록 들었던 “나를 따르라”는 정신을 되새기며 임무에 임했다. 우리의 선배들은 그렇게 귀한 목숨을 조국에 바치며 산화했다. 어찌 그분들을 잊을 수 있겠는가.
  시간은 되돌릴 수 없이 앞으로만 흐른다. 그러나 우리는 의미 있는 순간을 기억하고 기념하며 살아간다. 그것이 바로 카이로스(Kairos), 즉 의미 있는 시간일 것이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소중한 기억을 되새기는 성찰의 시간은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기쁨으로 이끈다. 또한 남을 배려하고 희생하는 삶은 참된 사랑으로 나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조국을 위해 헌신하신 분들의 영령을 다시 떠올려 본다. 그분들의 숭고한 희생을 가슴에 새기며, 오늘의 평화와 자유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생각한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것이야말로 그분들의 희생에 보답하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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