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을 둘러보며
장안 용소리에 있는 라라팜 농장을 찾았다. 이곳은 라우어 회장께서 운영하는 농장이다. 삼천여 평에 이르는 넓은 채마밭에는 상추를 비롯한 각종 채소들이 싱그럽게 자라고 있었다.
농장은 개울을 사이에 두고 위쪽 밭과 아래쪽 밭으로 나뉘어 있었다. 개울 건너 위쪽 밭에는 여러 종류의 상추가 심어져 있었다. 나 역시 텃밭을 가꾸어 본 적이 있지만 상추의 종류가 이처럼 다양한 줄은 미처 몰랐다. 종류별로 상추를 뜯어 비닐봉지에 담았다. 시장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쌈채소가 자라고 있었는데, 한참을 뜯어 담아도 넓은 밭에는 티도 나지 않았다.
한편 넓은 공간에는 감나무 수십 그루가 자리하고 있었다. 지난해 겨울 맛있게 먹었던 대봉감나무였다. 그 모습을 보니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올랐다. 시골집 마당 한구석에도 감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가을이면 대봉감이 주렁주렁 열렸다. 나무가 워낙 높아 따 먹지 못한 감들은 종종 까치밥이 되곤 했다. 추수철이면 타작한 짚을 감나무 옆에 쌓는 일이 내 몫이었다. 짚을 쌓다 보면 손에 잡히는 감을 하나씩 따 먹었는데, 가을 서리를 맞은 감의 달콤함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감나무 옆의 앵두나무에는 빨간 열매가 탐스럽게 달려 있었다. 한 주먹 따서 물에 씻어 먹어 보니 새콤달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문득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 처녀 바람났네”라는 노래가 떠올랐다. 앵두의 상큼하고 달콤한 맛이 젊은 처녀의 설레는 마음을 닮은 듯했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개울을 건너니 아래쪽으로 넓은 밭이 펼쳐져 있었다. 그곳에는 감자를 비롯해 옥수수, 오이, 가지, 고추, 토마토 등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우리는 오이와 고추를 수확해 봉지에 담았다. 유월 하순에는 감자를 캔다고 하는데, 그때는 라우어 주민들이 농장 체험을 겸해 일손을 돕는다고 했다.
가을이 되면 이 넓은 밭에서 여름 작물을 수확한 뒤 배추와 무를 심는다고 한다. 그렇게 수확한 배추와 무로 김장을 해 겨울마다 기장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누어 준다고 했다. 이 일은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20여 년 동안 꾸준히 이어져 온 뜻깊은 나눔이라고 한다. 지난해 겨울에는 우리 입주민들에게도 한 박스씩 포장된 김장김치를 선물로 주어 큰 기쁨을 안겨 주었다.
오늘 농장 체험을 하며 넓은 농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철마다 다양한 먹거리를 재배해 이웃과 나누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남을 위한 나눔의 삶은 하늘이 내린 소중한 사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선한 마음을 실천하는 분들이 있기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더욱 따뜻하고 평화로운 것이 아닐까.
또한 오늘 농장에서 수확해 온 채소들을 이웃과 나누었다. 저녁 식탁에는 상추와 오이, 고추가 올랐고, 막걸리 한 잔을 곁들이니 소박하지만 풍성한 밥상이 되었다. 자연이 준 선물과 이웃의 정을 함께 나눈 하루, 그 자체가 행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