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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고독(孤獨)

작성자민병옥|작성시간26.06.09|조회수129 목록 댓글 0

고독(孤獨)

  나는 고독을 즐긴다. 고독은 외로움과 다르다. 고독은 스스로 선택한 삶의 방식이고, 외로움은 원치 않게 찾아오는 감정의 상태다. 외로움은 타인과의 단절에서 비롯되는 고통스러운 감정이지만, 고독은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사색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일흔을 넘기면서 난청이 심해져 사람들 앞에 나서는 일을 자제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두 귀담아듣지는 못하지만, 꼭 필요한 말에는 귀를 기울인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게 되었고, 그 시간 속에서 사색의 폭을 넓히고 자신을 성찰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또한 그런 생각의 조각들을 모아 글로 옮기는 것이 어느새 나의 습관이 되었다.
  외로움은 우울감 속에서 자신을 고립시키고, 내면에 갇혀 헤어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심할 경우 삶을 파괴하는 힘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고독은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것이기에 다르다. 필요할 때는 언제든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고독의 자리에서 벗어나 세상과 다시 연결될 수 있다.
  이곳 라우어에서 생활하면서 내 삶은 많이 달라졌다. 마치 줄탁동시(啐啄同時)의 순간을 맞은 듯하다. 병아리가 알 속에서 쪼고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 주어 새로운 생명이 세상으로 나오듯, 나 역시 오랫동안 머물러 있던 고독의 껍질을 깨고 밖으로 나왔다.
  이곳에서 친구들을 자주 만나고, 아침 체조를 하며 이웃들과 정을 나누게 되었다. 함께 식사하고 산책하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가두어 두었던 마음의 문도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고독은 자신을 돌아보고 정화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을수록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게 되고, 반성과 뉘우침을 통해 마음이 맑아진다. 마치 신자가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받으며 새롭게 태어나듯 말이다. 그러나 고독이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다. 지나치면 사람들과의 관계가 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송정해수요장에서>


  일전에 송정 바닷가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잠시 고독을 즐기고 있었다. 그 모습을 아내가 사진으로 담아 보내주었다. 아내는 그 사진의 제목을 ‘고독’이라고 붙였다. 넓은 바다와 해변을 거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겼다. 하지만 오래 머물지는 않았다. 곧 고독에서 벗어나 일행과 함께 피자를 먹으며 웃고 이야기하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고독은 삶을 성찰하게 하는 소중한 선물이다. 그러나 사람들과 나누는 따뜻한 정 또한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이제 나는 고독과 함께 살아가되, 사람들과의 어울림 또한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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