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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만학(晩學)의 길

작성자민병옥|작성시간26.06.17|조회수79 목록 댓글 0

만학(晩學)의 길

  배움의 길에는 끝이 없다. 우리는 대개 학교 교육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익힌다. 그것은 생업을 위한 인생 1막의 교육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인생에는 그 이후의 시간도 있다. 은퇴 후 맞이하는 인생 2막, 곧 황혼의 삶 또한 배움이 필요한 시기이다. 어떻게 살아야 보람되고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는지 배우고 익혀야 한다.
  하지만 황혼의 삶을 배우며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늘날은 백세시대라고 한다. 학교에서 받은 교육만으로는 긴 노년의 시간을 충분히 살아가기 어렵다. 인생 2막을 위한 새로운 배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만학(晩學)의 길이 중요하다.
  나 역시 황혼의 삶을 준비하며 나름대로 배움의 길을 걸어왔다. 문학과 신앙을 통해 삶의 의미를 탐구했고, 그것이 노년을 준비하는 중요한 자산이 되었다. 그러나 이곳 시니어타운에 와 보니 또 다른 배움의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다양한 아카데미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었고, 수십 가지의 교육과 활동이 체계적으로 마련되어 있었다.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나는 요즘 수영을 배우고 있다. 오랫동안 마라톤을 하면서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길렀지만, 수영은 또 다른 어려움이었다. 물에 몸을 맡기고 호흡을 조절하는 일은 생각보다 높은 벽처럼 느껴졌다. 새로운 배움 앞에서는 누구나 초보자가 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사실 나는 황혼기에 접어들면서 대학원에 진학해 본격적인 만학의 길을 걸었다. 일흔에 가까운 나이에 시작한 공부였다. 눈도 침침하고 귀도 예전 같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배움에도 때가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그러나 어렵게나마 그 과정을 마쳤을 때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또다시 배우고 익혀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배움은 결국 사람들을 모이게 한다. 배우고 익히다 보면 자연스럽게 동아리가 형성된다. 봉사, 나눔, 등산, 골프, 당구, 탁구, 여행, 그림 그리기, 악기 연주, 합창 등 다양한 모임이 있다. 사람들은 그 안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삶의 보람을 찾는다.
  돌이켜보면 나는 대부분의 것을 독학으로 익혀 왔다. 마라톤, 문학, 테니스, 등산, 탁구 등도 특별한 지도를 받기보다 스스로 배우며 익혔다. 그래서 남들보다 뛰어나지는 못하지만, 그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었다. 지금에 와서 새로운 기술을 배우려니 예전만큼 쉽지는 않다. 그래서 이제는 새것을 무조건 쫓기보다 지금까지 익혀 온 것들을 잘 활용하며 살아가는 것도 지혜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데에는 무엇을 잘하느냐보다 함께 어울릴 줄 아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 이것저것 기웃거리기보다 한 가지라도 꾸준히 참여하며 소속감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이웃과 정을 나누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서로 힘이 되어 주며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보람 있는 노년의 길이 아닐까.
  넓고 얕은 관계보다 좁더라도 깊은 관계가 더 소중할 수 있다. 결국 인생은 누구와 함께, 어떤 마음으로 걸어가느냐가 중요하다. 서로 배우고 가르치며, 함께 성장하는 길. 그것이 만학의 길이며, 아름다운 인생 2막의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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