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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피는 꽃 지는 꽃

작성자민병옥|작성시간26.06.20|조회수139 목록 댓글 0

피는 꽃 지는 꽃

  거실 한쪽에 화분 하나가 놓여 있다. 겨우내 그 화분은 마치 생명을 잃은 듯 냉랭하고 적막한 모습이었다. 언뜻 보면 이미 죽어버린 것 같았지만, 나는 끝내 버리지 못했다. 언젠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작은 희망 때문이었다. 아내는 물을 주고 양분을 보태며 정성을 기울였다.


  봄이 찾아오자 놀라운 변화가 시작되었다. 메마른 줄기에서 새 가지가 돋아나고, 그 끝에 작은 망울들이 하나둘 맺히기 시작했다. 날이 갈수록 망울은 부풀어 올랐고, 어느덧 오월이 되자 꽃문을 열고 수줍은 얼굴을 내밀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생명의 신비로움에 새삼 감탄했다. 정성은 결코 헛되지 않았고, 기다림은 아름다운 결실로 돌아왔다.
  하지만 모든 꽃이 다 피어나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꽃은 활짝 피어나 아름다움을 뽐냈지만, 어떤 꽃은 채 피워 보지도 못한 채 시들어 버렸다. 왜 그럴까 싶어 자세히 살펴보니 이유가 있었다. 잎의 푸르름이 바래고 생기가 사라져 있었다. 꽃이 피어난 지도 어느덧 달포 남짓. 그 시간 동안 꽃들도 저마다의 생을 살아낸 것이다.
  그럼에도 살아남은 꽃들은 여전히 화사한 모습으로 아침마다 나를 반긴다. 나는 꽃들과 마주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말은 없지만 서로의 존재를 느끼는 무언의 대화가 오간다.
  열 개의 꽃대 가운데 지금 꽃이 피어 있는 것은 세 줄기뿐이다. 그 위에 아홉 송이 꽃이 곱게 피어 있다. 나머지 일곱 줄기는 조용히 서 있을 뿐 더 이상 생명의 기운을 품고 있지 않다. 안타깝지만, 나는 살아 있는 꽃들에게 더 많은 눈길을 준다. 그 아름다움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꽃을 바라보다 보니 문득 인생이 떠올랐다. 피고 지는 꽃의 모습이 우리의 삶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 특히 형제자매들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일곱 남매가 서로 의지하며 정을 나누고 살아왔는데, 세월은 어느새 형제들을 데려가고 이제는 셋만 남았다.
  남은 우리라도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지만, 현실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각자의 삶에 쫓기고 세월에 밀리다 보면 안부 한마디 전하는 일조차 미루게 된다. 그래서 더욱 아쉽고 더욱 그립다.
  죽고 사는 일이 사람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생명의 열쇠는 과연 누가 쥐고 있는 것일까. 하늘일까, 땅일까. 어쩌면 그 둘 사이 어딘가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하늘의 기운과 땅의 기운을 함께 받으며 살아간다. 경전의 말씀처럼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라는 구절은 하늘과 땅이 따로가 아니라 하나임을 말해 주는 듯하다.
  사람은 흙에서 와 흙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하늘로 오른다고도 한다. 꽃도 사람도 결국은 같은 이치를 따라 살아가는 존재인지 모른다.
  오늘도 활짝 핀 꽃송이를 바라본다. 꽃이 피고 지는 모습이 마치 우리의 인생을 비추는 거울처럼 느껴진다. 언젠가는 모두 시들고 떠나겠지만, 지금 이 순간 살아 있는 꽃들이 아름답듯 우리도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남아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살아 있는 동안만큼은 서로에게 따뜻한 햇살이 되고, 향기로운 꽃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피고 지는 꽃들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가장 소중한 삶의 가르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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