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어디로 향하는가?
사람은 물질적 가치에 얽매여 분주하게 살아간다. 그것은 삶의 기본적이고도 본능적인 욕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을 가치의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삶의 질은 달라진다.
가난과 궁핍 속에서 살던 시절에는 물질이 곧 행복의 척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활이 안정된 지금은 물질이 삶을 위한 도구일 뿐, 행복 그 자체는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는다.”는 말처럼 삶의 가치는 물질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나는 시골에서 어려운 환경 속에 자라 늘 부족함에 익숙했다. 옷 한 벌을 사면 해질 때까지 입었고, 값비싼 물건은 늘 ‘그림의 떡’처럼 여겼다. 그런 습관이 몸에 배어 지금도 비슷한 물건이라면 값이 싼 것을 먼저 고른다. 겉으로 보기에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도 가격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생일에 딸에게 운동화를 선물 받았다. 가격표를 보고 적잖이 놀랐다. 나는 매주 한두 번씩 거리를 달리는데, 딸이 사 준 운동화를 신고 달려 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쿠션감이 뛰어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고, 발과 다리에 가해지는 부담도 훨씬 적었다. 달리고 난 뒤에도 피로감이 덜해 기분까지 상쾌했다. 그제야 같은 운동화라도 품질과 가치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평화와 행복의 모습도 달라진다. 어떤 이는 재산을, 어떤 이는 건강을, 또 어떤 이는 마음의 평화를 삶의 중심에 둔다. 사람은 물질적 가치를 넘어 점차 정신적, 나아가 영적인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간다고 한다.
내가 존경하던 한 분은 생전에 인생의 목적은 목표를 이루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그 과정은 결국 “사람이 사랑으로 완성되어 가는 길”이라고 하셨다. 그 말씀은 삶의 진정한 가치는 물질보다 정신적 가치에 있다는 뜻으로 다가온다.
내가 사는 이곳에는 사랑의 물결이 잔잔하게 흐른다. 아침이면 청명원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함께 체조를 한다. 서로 마주치면 두 손을 맞대며 웃음으로 인사한다. 처음에는 악수를 했지만, 어느 날 한 분이 두 손을 번쩍 들어 하이파이브를 건넨 뒤로는 그것이 자연스러운 인사법이 되었다. 국민체조가 입주민들에게 알려지며 참여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처럼, 인사도 그렇게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참 행복한 순간이다. 체조를 마친 뒤에는 따뜻한 차를 나누며 도란도란 일상을 이야기한다. 그 시간은 참으로 아름답고 평화롭다. 이런 소소한 순간들이 하나둘 쌓여 사랑으로 축적되고, 결국 우리 삶을 더욱 밝고 따뜻하게 빛내 주는 힘이 되리라 믿는다.
삶은 어디를 향해 가는가. 아마도 더 많이 소유하는 곳이 아니라, 더 많이 사랑하고 더 깊이 나누는 곳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닐까.